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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특집(1) 이창호, 끼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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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특집(1) 이창호, 끼움의 미학
2009-11-19 조회 9854    프린트스크랩

고갱의 작품

 

 

바둑을 처음 배울 때 돌을 살리는 법을 배우며 우리는 이런 말을 들었다. "줄줄이 이어가야 끊기지 않는다. 줄줄이 잇지 않고 한 칸 뛰면 끊기는 약점이 있다."

한 칸 뜀의 약점을 노골적으로 파고드는 지극히 원초적인 수여서 바둑을 좀 알게 되면 함부로 두지 않는 끼움수. 고수들의 바둑에서 등장하는 끼움수는 족보에 있는, 무척 세련된 끼움수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고수들은 끼움수를 두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본능적인 수라서 고수들은 꺼리는 끼움수를 천하의 이창호가 요즘 버젓이 두고 있다. 세련되지 않았지만 원초적이고 강렬한 이창호의 끼움수. 그것은 결정적일 때 작렬하여 관전자에게 원시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그의 끼움수에는 화보 속 연예인의 세련됨은 없지만 원시적인 '타히티 여성'들의 아름다움이 묻어나 있다. 그의 끼움수는 인공적인 나이아가라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이과수' 폭포가 선사하는 무한한 청량감을 바둑판에 수놓는다.

  

 

  이과수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8강]

● 이창호 9단 ○ 야마시타 9단

흑4집반승

이창호 9단과 일본 서열 1위 기성전(棋聖戰)을 보유한 야마시타 9단의 대결

야마시타 9단이 백로 한 칸 뛴 장면이다.

이곳에서의 공방이 승부의 분기점이다.

 

 

 

☜ 실전진행

 

이창호 9단이 빼어 든 수는 투박한 흑의 끼움.

흡사 18급 바둑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수로 이9단은 알기 쉽게 우세를 확보한다.




 

 

 

☜ 실전진행

백은 2로 받을 수밖에 없다

 

 

 

 

 

 

 

☜ 실전진행

이어서 흑은 1로 끊어 우변의 백을 접수한다.

백은 이후 하변 흑 두 점을 잡아 얼추 집균형을 맞추지만 역부족

 

 

 

 

 


[제6회 응씨배 결승 2국]

● 이창호 9단 ○ 최철한 9단 

백6집반승

이창호의 끼움수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이다. 우상귀 백 모양은 흑A로 치중하면 패가 나지만 주변의 흑돌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패를 하기란 흑도 부담이다.

그래서 결행한 흑

정말 누구도 예상 못한 수였다.

 

 

☜ 실전진행

이어지는 실전진행에서 백은 1로 받을 수밖에 없고 흑은 예정대로 4로 끊어간다.

주변 흑의 포위망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여서 '흑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백1로 뚫고 나왔을 때 흑이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모두의 눈이 휘영청 보름달이 된 가운데 이9단은 알기 쉽게 흑 세 점을 포기하고 흑10으로 상변을 넓혀간다.

이9단이 끼움수를 작렬할 때부터 여기까지의 진행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끼움수를 과감하게 둘 수 없다.

흑10이 놓인 시점에서 보면 불안전했던 우변과 하변 백말에 대한 공격의 맛은 거의 사라졌지만 흑 또한 두터워져서 이제는 흑이 우상귀 패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고 상변 흑 모양을 한껏 넓히기도 했다.

상변 흑 모양은 흑 '가'에서 '라'까지가 전부 선수성이기 때문에 백이 함부로 뛰어들 수 없다. 또한 흑은 호시탐탐 흑A의 준동을 노리고 있다.

이 바둑에서는 결국 좌변에서 이9단이 실족하는 바람에 강렬한 끼움수의 빛이 바랬지만 국면을 단순화시켜 자신의 의도대로 이끄는 이9단의 노련한 반면운영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8강전]

● 치우쥔 8단 ○ 이창호 9단 

백불계승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치우쥔 8단에게 쓴잔을 마신 이9단이 LG배 외나무다리에서 치우쥔 8단과 재회한 장면.

장면도는 이창호 9단이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강력하게 두어가자 흑도 얼기설기 백을 포위한 모습이다.

 

이 장면에서 백의 끼움수는 썩은 동아줄로 돌부처를 묶으려고 했던 흑의 어설픔을 제대로 응징한 한방이었다.

이번에는 투박하지만은 않은 족보에 있을 법한 끼움이다.

 

 

☜ 실전진행

계속해서 치우줜 8단은 썩은 동아줄인지도 모르고 흑3으로 돌부처를 칭칭 감아대지만 백6에 이르러서는 누가 누굴 공격하는지 모르게 되었다.

그러나 썩은 동아줄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낭패를 당하는 법이다.

이후 돌부처는 반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수순으로 되려 상대에게 항복선언을 받아낸다.

 

 


< 제37기 하이원 리조트배 명인전 결선 1국>

● 이창호 9단 ○ 김승재 3단

흑1집반승

☜ 실전진행

우하귀 공방의 결과가 이 판의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를 좌우할 것이다.

이창호 9단이 선보인 흑

정말 기묘한 끼움이다.

 

 

 

☜ 참고도

 

흑이 1로 키워서 죽이자고 했을 때 백이 2로 받는다면 흑은 3과 5를 활용할 수 있어 만족이다.

 

 

 

 

 

☜ 참고도

흑 1로 두면 백은 2로 넘을 것이다. 결국 패가 되지만 백이 먼저 따먹는 패이다.

우상귀 백돌은 가벼운 모양이다. 흑이 패에서 진 대가로 우상귀를 두 번 둔다고 해도 백에게 큰 타격이 없다. 

단지 흑이 패의 대가로 좌하귀를 두 번 두는 변화는 생각해 볼 수 있다.

 


 

 

 

☜ 참고도

그래서 흑1을 선수해 백이 넘는 수를 방지하고 흑3으로 두어 나중에 흑A 선수활용을 남겨놓는 진행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진행은 백이 우변을 안정하고 나서 백 '가'의 급소 한방이 흑은 꺼림칙하다.

 

 

 

 

 

 

☜ 참고도

흑3으로 한 칸 뛰면 백도 4로 뛰어서 백에게 전혀 불만이 없다.

흑은 애초에 흑1과 백2의 교환이 백을 편안하게 해주는 의미가 있다.

흑은 진행상황에 따라서 흑2로 둘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

 

 

 

 

☜ 실전진행

 

그리하여 실전진행의 이 끼움수는 등장했다.

 

 

 

 

 

 

☜ 실전진행

 

실전진행대로 백1로 받는다면 흑은 A와 B가 맞보기이다.

 

 

 

 

 

☜ 참고도

백이 반대로 받는다면 백4까지 될 터인데, 흑이 A와 B를 미리 교환해두지 않은 것이 이득임을 알 수 있다.

흑은 나중에 흑B로 활용하는 맛을 남기는 것이 여러모로 묘미가 있다.

 

 

 

 

 

 

☜ 실전진행도

 

 

실전진행은 백이 2로 막고 6으로 이어 우변을 안정했고 흑은 7로 두 점을 잡아 서로 안정하는 결과가 되었다.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4강]

● 이창호 9단  ○ 구리 9단

백1집반승

☜ 실전진행

이9단의 끼움이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그저 유희에 머무른 때도 있다.

초반 터트린 이9단의 흑끼움은 볼거리는 제공했지만 특별한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 실전진행

 

백은 9로 어깨 짚는 수의 자세가 제격이다.

 

 

 

 

왜 요즘, 이창호 9단의 바둑에서 강렬한 끼움수가 자주 보이는 것일까? 물론 예전에도 이창호의 끼움수는 있었을 터이다. 끼우는 맥은 그리 새로울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요즘 이창호의 끼움수는 자신이 과거에 두었고 다른 기사들이 선보였던 그런 끼움수가 아니다. 중요한 순간에 등장하여 판의 유불리를 좌우할 정도로 파괴력이 있다.

예전, 돌다리를 두들기고도 건너지 않은 이창호의 기풍은 스승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바늘 끝만 한 허점도 놓치지 않고 찔러오는 조9단의 예봉을 피하려면 이창호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했다.

또한 이창호는 스승의 예봉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조9단의 날카로움까지 그대로 전수받을 수 있었다. 이9단은 과거 조9단을 상대로 자신의 약점은 철저하게 지키고 조9단이 허점을 보이면 여지없이 응징하는 패턴으로 스승을 극복했다.

과거, 이창호는 수를 다 보아놓고도 그 수를 결행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이9단의 국후 복기과정에서 밝혀진 바로는 이9단은 수많은 변화를 보았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가장 간명한 수를 두곤 했다. 몸에 밴 신중함과 정확한 형세판단으로 수를 내지 않아도 이긴다는 확신에 차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활동이나 육체활동이 가장 활발한 때는 25세 무렵이라고 한다. 무적이었던 이창호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성기 신산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창호는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세월을 느끼며 살아남기 위해 기풍을 바꿔 적응했다. 과거 수를 다 읽고도 결행하지 않았던 그의 바둑이 이제는 수를 읽고 그 변화가 복잡하고 모험을 동반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결말이라는 판단이 서면 결행하는 것이다.

요즘 이창호 9단의 원초적인 청량감을 풍기는 끼움수는 어찌할 수 없는 세월을 극복하고 바둑의 또 다른 매력을 바둑팬에게 선사하려는 이창호 9단의 심모원려가 아닐까?
 

 

[제13회 삼성화재배 32강전]

● 천야오예 9단 ○조훈현 9단

스승인 조9단의 날카로운 끼움수를 감상해보자.

흑을 쥔 천야오예 9단이 4귀생 통어복 필승을 외치는 장면.

그러나, 천야오예 9단이 품은 통어복의 꿈을 한순간에 허물어 버리는 조9단의 예리한 수가 바로 흑이다.

조9단의 막판 실수로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황제는 여전히 건재했다.



바늘 끝만 한 틈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가 결국 상대의 항서를 받아내어 천하를 호령했던 조9단의 강렬한 기질이 번쩍이는 장면이다.

 


※이창호 특집은 앞으로 다른 주제로 3부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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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ito77 |  2009-11-19 오전 10:18:0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와 대단한 수법입니다 사범님 많이 배웠습니다 ^&^  
youngpan |  2009-11-20 오후 9:08: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다시보니 재미있군요..  
kmg0338 |  2009-11-22 오후 2:48: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완전짱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도살자 |  2009-11-27 오전 10:09: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dhkdk..와아..
 
서울아재 |  2010-01-06 오전 11:56: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장가 드실려나?  
ace315 |  2010-02-26 오전 2:00:1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함맘 사붐님이 혹 이 창호 아녀욧?  
ace315 |  2010-02-26 오전 2:01:1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함맘 사붐님이 혹 이 창호 아녀욧?
그런데 이 창호의 끼우는 수를 설명하시면서 웬 벗은 여인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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