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데스크 2부

최근 비씨카드배 4강에서 조훈현 9단이 구리 9단을 상대로 치열한 접전 끝에 패하고 말았지만, 50대 중반인 조9단이 비씨카드배 32강, 16강에서 보여준 역전드라마는 바둑팬 사이에서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32강, 16강에서 조9단과 각각 대결한 '저우쥔쉰', '윤중상' 프로는 승리를 눈앞에 두고 무엇에 홀린 듯 조9단에게 승리를 헌납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조9단에게 홀린 사람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1회 응씨배 8강에서 조9단을 만난 일본의 자존심 '고바야시' 9단은 99% 이긴 바둑을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막판 실족하고 맙니다. 당시의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가 없었다면 한국바둑의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를 정도로 의미 있는 한판이었습니다.

2002년 삼성배 8강에서 뤄시허 9단은 조9단을 상대로 질래야 질 수 없는 바둑을 무엇에 취한 듯 비틀거리다가 스스로 패배의 늪에 기어들어 갔습니다. 이 대회에서 조9단은 우승을 차지합니다. 이 밖에도 조9단의 기막힌 역전드라마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되풀이되는 조9단 연출의 뒤집기드라마를 두고 바둑팬 사이에서 '조9단의 못 말리는 승부운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이 절로 나오고 있습니다.

한 바둑팬은 '고스트바둑왕에서 주인공을 돕는 '싸이'처럼 조9단의 뒤에는 조9단을 돕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바둑을 뒤집을 수 있는가?'라며 짙은 의문을 품기도 합니다.

☜ 조훈현 9단의 스승 '세고에 선생'

고스트 바둑왕의 '싸이' 같은 존재가 정말 조9단을 돕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조9단을 끔찍이 아꼈던 스승 '세고에' 선생이 저승에서도 조9단을 못 잊어 현세의 조9단을 돕는 것일까요?

조훈현 9단은 오래전부터 승리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운이 좋아서 이겼습니다."

언뜻 들으면 강자의 여유 정도로 착각할 수 있는 이 말에는 조9단의 승부에 임하는 자세가 절절히 묻어나 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진리를 조9단은 일찍이 터득했습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도 없이 체험합니다. 그렇게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열심히 하면 뭐해? 잘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라며 자포자기식으로 체념할 때가 흔히 있습니다.

조9단의 바둑에서 극적으로 역전시킨 바둑보다는 끝까지 열심히 했는데도 역전시키지 못한 바둑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조9단이 '끝까지 열심히 두어도 이긴다는 보장도 없는데.'라는 식의 마음가짐이었다면 지금까지 극적인 역전드라마를 써 나갈 수 있었을까요?

조9단의 극적인 역전의 배경에는 '싸이'도 그의 스승 '세고에' 선생도 없었습니다. 단지 조9단의 가슴 깊숙이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진리가 자리 잡고 있을 뿐입니다.

최근 바둑계 최초로 바둑백서가 출간되었습니다. 한국바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바둑백서에는 다양한 바둑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바둑백서는 비매품이나 오로홈페이지 <뉴스·정보> 난의 <바둑정보> 목록에 가면 온라인상에서 바둑백서와 만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사진으로 보는 '바둑백서'입니다.

보도에 ^^한마음 기자입니다.

※ 아래 사진은 모두 바둑백서에서 가져왔습니다.

      1955년 최초의 공식 국제대회인 제1회 한·대만 바둑교류전에서 승리 후 귀국한 모습  
 

        1956년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프로기전 국수 1위전(현재 국수전)이 출범합니다.  

      조남철 9단은 <국수 1위전> 1기부터 9기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우승을 차지합니다.
 

1967년 최고위전에서 김인 6단(왼쪽)이 조남철 8단을 3대0으로 꺾고 최고위를 쟁취하는 장면 

1968년 김인 국수와 조남철 도전자의 국수전 대국이 동아일보 사옥 앞 대형바둑판에서 실시간 중계되는 모습. 당시의 뜨거운 열기가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1972년 만 19세의 서봉수 2단이 조남철 8단을 꺾고 새로운 명인이 됩니다. 이때부터 바둑계에 세대교체의 폭풍이 몰아칩니다.

1980년 최고위전에서 조훈현 7단은 서봉수 6단을 상대로 우승, 1차 전관왕(9관왕)을 달성합니다.

            역사속으로 사라진 TBC 왕좌전 결승전에서 만난 김희중 프로와 조훈현 프로

1986년 박카스배에서 조훈현 9단은 하찬석 7단을 상대로 제3차 전관왕(11관왕)을 달성합니다.

   14세의 이창호 소년은 1989년 바둑왕전에서 생애 최초의 타이틀을 따냅니다.

1989년 바둑올림픽 응씨배에서 조훈현 9단이 초대우승을 차지하고 귀국 후 카퍼레이드를 하는 감격스런 장면입니다. 언뜻 보면 '환장하다'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조9단의 기분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해야 하나요~

다음은 일본기계의 사진입니다.

                                   슈사이 명인의 은퇴기(왼쪽은 기타니)

                            신포석을 주창한 오청원과 조치훈의 스승 기타니

제7기 기성전에서 조치훈 9단이 후지사와 9단을 상대로 초반 3연패 뒤 4연승으로 기성을 획득하는 장면

바둑백서에는 북한의 바둑용어도 담겨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화점을 '별'이라고 칭하는데, 그에 따라 고목을 웃별, 소목을 아랫별이라고 부릅니다.

'꽃놀이패'는 북한 용어로 '놀아리패'인데 '놀아리'라는 말이 흥미를 자아냅니다. '놀아리'라는 말은 국어사전은 물론이고 조선어 사전에도 없습니다. 단지 '노라리'라는 말이 남북한 모두에게 있습니다. 즉 '놀아리패'는 노라리와 패의 합성어로 보입니다.

'노라리'라는 말은 건들건들 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뜻하는데, 꽃놀이패가 한쪽은 패에 져도 손해가 없어서 패를 굳이 해소하려 하지 않고 즐겁게 놀며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 '놀아리패'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꽃놀이패'가 일본용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참작하면 북한의 '놀아리패'는 신선감을 줍니다.

이 밖에도 '수죄임'의 북한용어인 '다그기'는 '다그다'의 명사형으로 보이며 '다그다'는 '다그치다'와 비슷한 의미가 있습니다. '포도송이'는 '호떡'이라고 하는데 포도는 검은색과 흰색이 모두 있으나 검정 호떡은 없기 때문에 '포도송이'가 '호떡'보다 좋은 표현으로 보입니다.

언뜻 촌스럽게도 느껴지는 북한말은 남한말보다 외래어와 한자어를 자제하고 순수한 우리말에 충실했다는 장점 때문에 남북통일 후 쓰일 통일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바둑백서에서 뜻밖에도 반가운 이를 만났습니다.

오랫동안 사귀다가 헤어진 연인처럼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월간바둑에는 <만방아저씨>라는 추억의 만화가 있었습니다. 위트 넘치는 '만방아저씨'는 월간바둑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우리 동네 친근한 기원아저씨 같은 '만방아저씨'를 탄생시킨 분이 바로 '박수동' 화백입니다.

마지막 만화에서 그는 "3,40년 동안 저를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쐬주 한잔 대접해 드리지 못하고…, 그냥 조용히 물러납니다."라는 퇴장의 말을 남겼습니다.

박 화백님

3,40년 동안 우리 바둑팬을 즐겁게 해주셨는데 박 화백에게 쐬주 한잔 대접해 드리지 못하고 보내드렸습니다.

비록 낙지 한 접시

조촐한 차림이지만

쐬주 한 잔에 바둑팬의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

박 화백님, 건강하십시오.

그동안 감사드립니다.

(남상미) 어느덧 오로데스크를 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바둑팬 여러분! 바둑별천지에서 무더위를 말끔히 잊으시기 바랍니다.♥

(이창호) 이어지는 남상미 앵커의 마지막 소식까지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바둑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우리가 편안히 잠든 시각, 우리 몸의 이면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우리가 세상모르고 잠든 때, 우리 몸의 백혈구는 몸 안으로 침투한 수많은 바이러스, 병원균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백혈구가 있기에 우리는 일상생활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 일상의 이면에는 이렇듯 치열한 투쟁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투쟁자 덕분에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일상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6월 6일은 현충일입니다. 6.25, 월남전사자 등이 묻힌 국립묘지의 참배객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일부가 이념의 멋에 빠져 영령들을 폄훼하기도 하지만 학생의 신분으로 6.25에 참전해 산화한 영혼과 월남전에서 벌어 온 달러가 있었기에 이렇게 마음껏 이념의 멋에도 빠지고 영령들을 폄훼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한국현대 바둑의 아버지 조남철 9단

바둑계로 눈길을 돌려보면, 현재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바둑을 보고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세계최강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이면에는 조남철 9단을 비롯한 수많은 바둑인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인터넷 바둑을 통해 마음껏 바둑의 바다를 헤엄치는 바둑누리꾼. 우리 바둑누리꾼이 이렇게 오로나 다른 사이트에서 수담을 즐기며 바둑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 인터넷 바둑의 모든 요소가 있기까지 온몸을 던져 프로그램 개발에 헌신하고 투쟁했던 청춘들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인터넷 바둑 개발에 바친 한 청춘이 지난 2월, 하늘기원으로 떠났습니다. 그는 바로 사이버오로의 류승필 씨입니다.

                                 류승필 씨의 후배가 오로광장에 올린 글

                         청춘을 불사른 골방이 아닌 하늘기원에서 행복하십시오.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사이버 바둑판에 국화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