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사진의 출처인 우메자와 프로님과 아사히 신문 등에 감사드립니다)

한국 바둑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로데스크 객원앵커 '우메자와' 프로입니다. 오늘 오로데스크는 일본 스튜디오에서 진행합니다.

며칠 전, 에어콘을 틀어놓고 자는 바람에 냉방병에 걸렸습니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음을 양해바랍니다.^^

바둑팬 여러분도 과도한 냉방기 사용은 자제하십시오.

첫 번째로 일본여성바둑계 소식입니다.

새로운 젊은 강자를 갈구하던 일본여성바둑계에 대만출신 '시에이민' 양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만 18살인 시에이민 양은 일본여성기전 4개 중 본인방과 명인을 이미 거머쥐었습니다.

그녀의 등장은 기성전을 보유한 저에게도 큰 자극이 됩니다.

그녀의 기풍은 저돌적이고 끈질깁니다. 지고 있는 바둑이라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기어이 항복문서를 받아내고야 맙니다.

작년 본인방을 차지했을 때도 불리했던 세 판을 모두 끈기로 반집승했습니다.

물 건너온 같은 대만출신 기사 임해봉 9단이 사카다 9단을 극복했을 때, 불리했던 바둑을 끈기로 버텨내 승리했던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역시, 물 건너온 악착같은 힘이 크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일본 남자바둑의 실질적인 1인자 장쉬 9단 또한 대만인입니다. 그러고 보면 승부에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승부에 대한 투혼이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중·일 바둑팬 모두가 존경하는 조치훈 9단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본출신기사 또한  이러한 투혼이 정말 필요합니다.

              ▲ 이중허리 임해봉

하지만, 그녀의 스승과 자신도 인정하듯 초반부터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고 어렵게 판을 이끌어 가는 모습은 그녀의 바둑이 아직 덜 익었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한편, 한국의 씨름계로 눈길을 돌리면 만 18살로 깜작 등장하여 황제 이만기 선수를 넘어뜨리고 천하장사를 한손에 거머쥔 강호동 씨가 눈에 띕니다.

                                     ▲ 드러누운 상대 앞에서 포효하는 강호동

그는 얼마 전 한국의 해병대원 6명을 상대로 씨름 진검승부를 펼쳐 30분 만에 모두를 제압하는 녹슬지 않은 실력을 선보였습니다. 귀신 잡는 해병대원 6명이 '강호동' 한 명을 못 잡는 진기한 볼거리를 통해 강호동 씨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8살 강호동의 등장이 당시 한국씨름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듯이 18살 '시에이민' 양의 등장이 일본바둑계와 일본바둑팬에게 신선한 활기를 불어 넣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로 타이틀 보유현황입니다.

다음 소식은 저의 스승 '카토 9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 바둑인생에, 가장 큰 기쁨과 행운은 가토 스승님과의 만남이며 가장 큰 슬픔은 그의 죽음입니다.

그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으로 한동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가토 스승님, 당신은 천국에 갔지만 제 가슴에는 언제나 당신이 있습니다. 

 

'대마킬러'라는 무시무시한 별명과는 달리 그는 제자들을 따뜻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의 문하에서 공부했던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 가토 스승님과의 담소

  며칠 전, 인터넷에서 미켈란 젤로의 '천지창조'를 감상했습니다.

                      ▲  미켈란 젤로가 그린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

그날 밤,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스승님이 한국의 최철한 9단과 손가락을 찌리릭~하는 걸 보았습니다.

☜ 킬러 창조 

천국에서 내려온 스승님이 손가락 끝을 통해 최9단에게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중국 1인자 구리든 한국 1인자 이세돌 9단이든 누구든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대마를 포획하는 최9단.

'스승님이 대마킬러였던 자신의 자리를 최9단에게 공식승계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9단! 당신을 카토 스승님을 계승하는 대마킬러로 인정합니다!

☜스필버그 감독이 천지창조에서 영감을 얻어 선보인 장면

얼마 전, 일본 동경에서 열린 세계아마바둑선수권전에서는 한국의 하성봉 7단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오늘은 하 선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각장애자인 프랑스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눈앞에 상대 얼굴을 분간 못 할 정도로 약시입니다. 프랑스 선수권에서 일반인과 겨루어 1등을 차지,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했는데 5승 3패의 호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유럽에서 바둑강사를 하는 그는 자신이 직접 가져온 바둑판과 바둑알을 가지고 이번 대회에 임했습니다.

왼쪽은 프랑스 선수가 두 손으로 바둑판을 더듬거려 돌의 위치를 파악하는 모습입니다. 일반인도 그의 대국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 두 곳의 대학과 시각장애인 바둑보급회 등이 시각 장애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최근 제작한 바둑판과 바둑알

일본에서 최근 제작한 바둑판을 살펴보면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대국하는지 대강은 짐작하실 겁니다. 

보통 바둑판과는 달리 선이 매우 굵고 바둑알의 홈과 굵은 선이 맞물리는 구조로 되었습니다. 오사카에서는 해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회가 열립니다.

매우 흥미로운 점은 유럽에서 바둑강사로 활약하는 그의 지도방식입니다.

그는 간단한 묘수풀이를 아이들에게 바둑판의 좌표만 차례차례 알려주어 머릿속에 문제를 그리게 합니다.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아이들의 기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핸디캡이 오히려 그에게 탁월한 지도방식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일반인은 믿지 못할지 모르지만, 프로기사뿐 아니라 웬만큼 바둑을 두는 분이라면 지하철에서나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정석을 그려보거나 문제를 그려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한·중·일의 일선 바둑강사들도 한 번쯤 시도해 볼만한 지도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겐 간절한 소망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소리를 활용한 바둑입니다.

시각장애인은 바둑을 둘 때 상대의 착수를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바둑판의 이곳저곳을 더듬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착수할 때 좌표를 소리로 알려주는 기기가 등장한다면 착수현황에 대해 훨씬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또한 정석의 경우에도 바둑알의 좌표를 차례차례 소리로 알려주는 정석집이 등장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좌표를 듣고 바둑판에 놓아볼 수 있습니다.

다음 소식은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두 명의 이방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아마강자로 활약했던 두 명의 젊은이는 어느 날 대한해협을 건넜습니다.

둘의 가슴에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에서 못 이룬 프로의 꿈을 일본에서 실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기원은 둘의 입단대회 참가를 금지합니다. 

그 둘은 바로, 한국바둑팬에게 친숙한 '홍맑은샘 아마 7단'과 '윤춘호 아마 7단'입니다.

현재 둘의 프로를 향한 꿈은 좌절된 것으로 보이지만 바둑인으로서의 꿈의 실현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홍7단은 현재 일본여성과 결혼하여 동경에서 바둑도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홍7단 도장의 원생들은 일본 연구생 중 상위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 홍맑은샘 아마 7단 

윤춘호 아마 7단도 시합과 보급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둘의 꿈이 비록 프로입단이었지만 프로입단만이 바둑인의 꿈, 전부는 아닙니다. 

바둑인구가 줄고 있는 일본이든 한국이든 어디에서나 바둑의 씨를 뿌리고 꽃 피우는 데 일조한다면 그것 또한 바둑인의 보람이자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둘의 행운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 윤춘호 아마 7단

작년 아사히 신문사 주최 아마 명인전에서는 타이틀 보유자 윤7단과 도전자 홍7단의 도전기가 있었습니다.

일본열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두 한국기사의 대결은 흥미진진했습니다.

'철이와 미애의 바둑여행'에 등장했던 '미애' 양의 해설로 일본열도를 달군 두 한국 젊은이의 열정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중요 승부처에 대한 짤막한 해설입니다. 

 

백 / 명인 윤춘호 7단  흑 / 도전자 홍맑은샘 7단

명인전 삼번기 중 세 번째 대국으로 이 대국을 승리하는 기사가 명인이 됩니다.

윤7단이 백◆로 둔 장면입니다.

그러나 윤7단은 백◆의 수로 명인위를 홍7단에게 양보합니다.

 
☜  참고도 1

백은 참고도 1의 백◆로 두어야 했습니다.

이 수는 우변 백 두 점의 준동하는 맛을 노리고 또한 우상귀의 침입을 노리는 다목적의 수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어야 미생인 하변 백의 보강과 미생인 좌변 흑의 공격도 훗날 내다볼 수 있습니다.

 

☜  참고도 2

좌상귀 백진에는 맛이 있긴 하지만 당장은 그 맛이 별게 없습니다.

흑이 수를 낸다면 참고도 2 정도인데 중앙 흑이 거의 폐석화 됩니다.

백은 6대신 A로 끊는 수도 있고 손 빼는 수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흑을 잡은 홍7단은 참고도 3의 천하 명당자리 흑◆를 놓치지 않습니다.

이 대국의 승리로 아마명인의 왕관을 쓴 홍7단은 장쉬 프로명인과의 기념대국 또한 승리함으로써 일본열도에 맑은 샘물 같은 청량감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윤7단은 가슴이 아프겠지만, 같은 한국인 동료에게 타이틀을 양보한 것을 위안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화장을 고치는 동안 잠시 쉬어 가겠습니다.

한·중·일 모든 바둑인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투혼의 승부사 조치훈 9단.

조치훈 9단이 최근 광고 두 편에 출연했습니다.

짭짤한 수입이 예상됩니다.

천하의 대마킬러 철한 군이

오히려 대마가 쫓기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로군~

자, 받으라구

(조치훈 9단은 최철한 9단에게 음료수 한병을 건넨다

최철한 9단, 벌컥벌컥 들이킨다)

아! 이제 사는 길이 보여요!

조 선생님, 감사합니다.^^

죽느냐 사느냐, 고독한 삶의 전쟁에서

조치훈 그가 선택한 음료!

견디셔 !!

※ 이 제품은 모 회사의 음료 <컨디션>과  관계없습니다

('견디셔'라는 제품 이름은 오로기우 '세워깡' 님의 아이디어입니다)
 

조치훈 기사님예!

이 강호동이, 원비X만으로는 힘이

안납니더!

저도 '견디셔' 한 병 주이소!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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