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우님들을 위해 뜨근한 음담패설을

한바탕 늘어 놓겠습니다^^

有狐綏綏 숫여우가 어슬렁 어슬렁

在彼淇梁 다리 위를 걷고 있네

心之憂矣 아~마음 졸여라

之子無裳 그대 바지 벗었네

有狐綏綏 숫여우가 어슬렁 어슬렁

在彼淇厲 얕은 물까지 다다랐네

心之憂矣 바짝 타는 이 마음

之子無帶 그대 띠마저 풀어버렸네

有狐綏綏 숫여우가 어슬렁 어슬렁

在彼淇側 물가에 다 이르렀네

心之憂矣 아, 어쩌면 좋아

之子無服 그대 훌러덩 다 벗어 버렸네

자신을 향해 남자는 점점 다가옵니다. 그런 남자를 향한 여성의 조마조마한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사실 이 시는 저의 음담이 아니고 고상한 선비들의 유교경전인 사서 삼경 중에 하나인 '시경'에 수록된 것입니다.

시경은 공자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졌고 공자는 시경을 매우 중요시했습니다. 앙드레김의 말마따나 엘레강스한 위치에 있는 시경에는, 위의 시와 같이 적나라하게 남녀의 애정행각을 노래하는 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송나라의 '주자'조차 '시경에는 음란한 시가 많다'라고 인정했을 정도입니다. 시경의 음란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경을 깎아내리고자 함이 아닙니다.

우리가 말하는 성(聖)스러움과 속(俗)됨이 사실 손바닥과 손등의 관계처럼 뒤집으면 바로 바뀐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성스러움과 속됨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요? 둘은 물과 기름같이 결코 어울리지 못하는 사이일까요?

피카소의 작품을 처음 본 미술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을 괴상망측한 작품으로 평했습니다. 틀에 박힌 평론가들은 피카소의 작품에서 추함만이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피카소는 현대미술의 대가가 되었습니다.

십 년이 더 지난 일로 기억하는데, 성악가 '박인수'씨와 대중가수 '이동원'씨가 '정지용'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향수'라고 하는 향토색 짙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많은 클래식 관계자와 성악 종사자들은 클래식의 품위 운운하며 박인수씨를 질타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기만 한 일이 실제로 당시에 있었습니다.

가수 조영남씨는 텔레비젼에 나와 가끔 이런 콩트를 선보였습니다. 무대에 조영남씨가 폼을 잡고 등장한 후 멋진 성악곡을 부르는 양 사랑~~♪~~~♪하며 목소리 톤을 높입니다. 그 후 그는 성악곡이 아닌 사랑을 팔고 사는 ♬이라는 가사의 대중가요를 불러 재낍니다.

조영남씨를 향해 '당신은 왜 성악가의 자질이 있는데 하필 대중가요를 선택했지요'라고 질문하며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조영남씨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성악이나 대중가요나 다 같은 음악이 아닙니까?"

몇 십 년 전 다리를 떨면서 가만있어야 할 마이크를 가지고 오도방정을 떨던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기성세대들은 그의 무대매너에 기겁했고 건방진 젊은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는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입니다.

90년대 초만 해도 노래를 부르며 해드뱅잉(머리를 위아래로 흔드는 것)을 하는 '락그룹 백두산'의 이미지는 저질 그 자체였습니다. 백두산의 리더 '유현상'씨가 아시아의 인어인 '최윤희'씨와 결혼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고인이 된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재클린 여사'가 그리스 갑부와 재혼했을 때 미국인들이 느꼈던 박탈감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김종서, 이승환 등 우리에게 대단히 친숙하고 음악적으로 대단한 경지에 오른 그들이 해드뱅잉을 마음껏 하며 우리는 그 모습에 열광합니다. 그들이 과연 저질일까요?

현재 여성가수 중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이비'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가창력 뿐 아니라 대단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는 '아이비'는 가끔 '봉춤'이라는 걸 선보이는데 이 봉춤이라는 게 원래 나이트 댄스에서 왔다고 합니다.

저도 이 춤을 사진으로 보았는데 봉을 하나 세워두고 그 주위를 빙글 돌면서 최대한으로 몸을 빌빌 꼬면서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하여간에 그런 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이 춤을 저질스럽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섹시함을 잘 나타내주는 춤으로 여성가수들에게 각광받고 있다고 합니다.

아름다움과 추함, 성스러움과 속됨이라는 가치판단은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변하면 언제든지 바뀌는 것이고 아름다움 속에 추함이 있고 추함 속에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성스러움과 속됨을 바둑을 통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뜬구름 같은 성스러움을 잡으려고 바둑을 억지로 고상하게 보이려고 하는 시도가 가끔 보이는데 정말 부질없는 짓입니다. 흔히 바둑의 유래를 성군이라 불리는 '요임금'이 아들의 무지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바둑을 가르쳤다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이 말은 소가 웃을 이야기입니다.(바둑의 기원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억지로 만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바둑은 치고 박고 싸워서 상대를 제압하는 게임입니다. 징기스칸 군대의 위력은 사방에서 상대를 포위하는 전술의 활용입니다. 이 전술은 떼지어 사냥하는 늑대들도 사용합니다. '상대를 포위해서 상대를 제압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가 게임으로 발전된 것이 바둑이다'라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한 추측일 것입니다. 그러니 어느 한 명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님은 명백합니다.

농구 중계를 보면 작전시간이 되었을 때 감독이 작전판 위에 자석 같은 걸 움직여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시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오래전에도 이런 식으로 상대를 포위해서 제압하라고 작전을 지시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던 것이 놀이로 발전해서 일정한 규칙이 만들어져 지금의 바둑이 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성스러움이라는 뜬구름을 잡으려고 요임금을 등장시켜 바둑의 출생성분을 미화한 것은 쓸데 없는 짓입니다. 바둑에 담긴 음양사상이나 우주의 원리는 바둑이 발전해 가면서 차츰차츰 구축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원리에 대해서 높게 평가합니다. 결코 이것까지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바둑이 성스러운 것이냐, 추한 것이냐 그런 껍데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금 우리가 바둑을 사랑하고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노자의 구절을 마지막으로 이만 줄이겠습니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세상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진정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추할 뿐이요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세상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선하다고 하는 걸
진정 선하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선하지 않을 뿐이다(고전은 선(善)을 좋을(선)으로 풀이합니다. 선과 악이라는 윤리차원에서의 선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덧붙이는 말

저는 대중가요를 사랑하고 대중가요야말로 최고로 성스러운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중가요집의 성격이 강한 시경 또한 높게 평가합니다

시경을 해석할 때 본래의 자연스런 해석이 아니라 시경을 고상하게 하기 위해 쓸데없는 군더더기 해석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현재 시경의 연구자들은 본래의 자연스런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