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이창호와의 결혼식
신성한 결혼식에서 뜻밖의 봉변을 당한 탕리의 충격은 너무도 컷으리라~
그녀는 머리를 잡힌 부끄러움, 사랑을 빼앗았다는 죄책감 등에 휩싸였다.

참기 어려운 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그녀, 그녀는 모든 이와의 만남을 거부한 채 집안에서 두문불출 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갑자기 행방 불명이 되고 말았으니!

이창호와 탕리의 식구들은 백방으로
그녀의 소식을 알아보았으나 끝내 행방을 알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아흐~ 그렇게도 당당했던 탕리가 아니던가? 탕리여! 진정 어디를 갔단 말인가!

한편 마오는 어찌 되었을까?
연인을 빼앗긴 분노로 순진녀에서 한 순간에 핵주먹 타이슨으로 변신한 그녀
그녀의 소식을 자세히 알 수는 없고 깊은 산속의 어느 절에 깃들였다는
소식만 들릴 뿐이니...

어느 깊은 산사

오늘 따라 풍경 소리는

왜 이리 구슬픈가?

찢어지고 부서져 헤어진

풍경소리는

누구의 맘이던가?

다소곳이 놓여진
고무신

혹 마오의 것이
아닐런지...

그녀라면 당연히
꽃신을 신어야
어울리지 않는가?

그렇구나
마오는 비구니가 되었구나

사랑하는 님을 빼앗긴 분노를
어찌 할 길 없었던 그녀가
마지막 택한 길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는 길 뿐이었으니...

한때는 홍대 앞과 같은 상해클럽에서
작살 댄스를 날렸으며 스포츠 댄스에서도
룸바, 자이브, 차차차, 삼바를 섭렵했던
그녀는 비구니가 되어서도 멋진 춤사위를
발휘하는데...

중국 위기협회의 초정을 받아 오랜만에 망중한을 즐기던 조치훈 9단
그는 등산 중 어느 조그마한 절간을 찾게 되었으니~

그곳에서 그는 한 비구니의 승무를 스치게 되었던 것이다.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 보선을 한 비구니의 춤사위

아~그러나 그것은 승무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과 열정이 뒤섞인 한 여인의 처절한 몸무림이었던 것이다!

즉석에서 조치훈 9단은 시 한수를 읊었으니
이 작품이 바로 우리 문단계의 꺼지지 않는 연등과도 같은 "승무"(僧舞)로세~

아아~이 작품을 진정 우리의 조치훈 9단이 지었단 말이던가?

그가 왜 청록파로 불리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진정 이태백이 땅을 치며 통곡하고 갈 작품이로세!

어느 맑은 밤, 마오는 한 스님과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으니~

조치훈 9단이 승무에서
번뇌는 별빛이라 하였던가?

번뇌는 괴로울진대
이 무슨 말이던가?

아아~그러나 부처 최후의 가르침은 나는 중생을 피안으로 데려가지 못했다는 것이니
(금강경)

피안도 천국도 없으면 고통의
세계도 없는 법
이 세상이 바로 피안 아니던가?

번뇌는 별빛이요
번뇌가 바로 깨달음이라는
진리를 설파하며 마오의 헤어진 가슴을 쓸어내리는 깊은 산사의 스님이여~

한편, 행방불명 되었던 탕리는 어찌 되었던가?
한때 평생을 기약했던 여인이기에 이창호는 만사를 재껴두고
탕리를 찾아 나선 것이었다
마침내 그는 그녀의 행방을 알게 되었으니~

창호 앞에서 애써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탕리~
탕리는 조그마한 시골학교의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교과서 뿐 아니라 바둑 또한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창호와의 만남을 단호히 거절하였던 그녀
하지만 막상 창호를 만나게 되자 재회의 기쁨에 그동안의 설움을 잊고
하루하루를 설레며 보냈던 것이다

아~탕리여~이렇게 기뻐할 것을 왜 지금까지 만나지 않으려 했는가?
창호와 함께 하는 동안 기쁨으로 가득찬 탕리의 얼굴
그러나 한 구석에는 숨길 수 없는 깊은 수심이 있었으니~
그것은 단지 마음의 수심만은 아니었다

혹, 탕리가 병마에 시달리는 건 아닐까?
창호를 보내는 전날 밤에도 피를 토한 탕리
분명 그녀의 몸상태는 예사롭지 아니했다

드디어 창호를 떠나보내는 날이 밝는데...

창호를 보내는 아침
눈이 "펑펑" 내렸다

그녀는 옷장 속에 "꼭꼭" 숨겨
두었던 목도리를 꺼냈다

서울에서 창호와 데이트 때
눈 내리는 남산거리를 함께
거닐면서 둘렀던 그 목도리였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님은
눈 내리는 남산거리를 사랑하는 딸
서영이와 함께 걷고 싶다고 하셨던가...

지금은 저 세상에 가신 선생님...

남산거리를 함께 거닐었던 그때가
탕리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나 보다...

자신의 안부를 걱정하는 창호를 향해 애써 웃음짓는 탕리

창호는 탕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탕리도 창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멀어져 갔다...

이 순간 일본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이 오버랩 되는 건 무슨 이유일까?

존재하지 않는 옛 애인을 향해 “잘 있었냐?” 고 안부를 묻고
자신의 안부 또한 전하는 러브레터 속의 애틋한 장면

그러나 탕리는 영화와는 달리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마지막 인사를 했던 것이다~아흐~

그녀의 병명은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전해지는 바로는
그녀는 행방불명 후

베이징 거리를 방황했는데 그때 마침 황사가 심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먼지 때문에 폐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하니
이 무슨 기구하고도 거시기한 팔짜란 말인가~

(참나~내가 시나리오 써 놓고도 어이없구나~이걸 병명이라고~
그러나 어쩌겠는가? 혼자 제작, 감독, 시나리오 다했으니~거시기 할 수 밖에!
이것이 바로 독립영화의 한계 아니던가?)

여하간에 그건 그렇고 탕리의 소식을 접한 이창호는 슬픔으로 식음을 전폐하는데...
제자의 딱한 모습에 조훈현 9단은 창호를 불렀으니~

창호와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하늘에 오른 탕리여~

아아~그녀의 간절한 바람은 하늘의 심금을 울렸던 것이다~

탕리는 그녀의 바람대로 돌부처 이창호를 닮은 별자리가 되었구나

마빡에 찍힌 왕점 하나와 늘어진 귓불이 심금을 울리는 도다~

(이창호 사범님에게 한 말이 아니고 별자리에게 한 말이니 부디 용서하시길)

후세 사람들은 이 별자리를 '탕리석불자리'라고 불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