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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위문편지-가리봉동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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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위문편지-가리봉동 그녀~
2009-03-16 조회 9387    프린트스크랩

 

예전에 한번 썼다가 부리나케 지운 기억이 있는 글인데, 오늘 기분도 날씨도 꿀꿀~항게 다시한번 올릴 용기를 가져 봅니다.


군대 있을 때 전 중대 행정병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교육계라 불리는 작전서기병이었지요.

총기를 담당하는 병기계나, 군화며 군복이며 보급품을 담당하는 보급계는 그래도 공용(출장업무)이라도 있어 바깥바람을 종종 쐬는 편이고 담배나 월급분출, 각종 일지 등을 정리하는 서무계는 훈련을 곧잘 열외하는 덕도 보는데 이놈의 교육계는 훈련 때마다 중대장 따라 다니느라 빠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출장을 가는 일도 없어 말이 행정병이지 그야말로 허울 좋은 이름이었지요.


그래도 세월은 가고 행정병들 중에서 고참에 들어갔을 때는 좀 살만하더군요. 바로 요때 즈음에 오늘의 이야깃거리인 위문편지가 온 것입니다.


서무계가 할 일이었지만 고참 직권으로 월권하여 직접 백여 통의 편지를 챙겨 놓았습니다. 그 다음에 분류를 시작했지요.
중대원에 나누어줄 편지 분류요?

천만에요, 꽃 편지봉투를 따로 분류했습니다.

왜 그런지는 다 아시죠?


여고생 특유의 풋풋함에 꽃향기마저 배어있는 꽃봉투. 캬~


그다음 작업은 꽃봉투의 입구를 커터칼로 개봉을 하는 것입니다.

왜요? 주소가 적혀 있는 것을 찾아야지요. 헤헤~


그렇게 추려진 게 대여섯 통 정도.

그 다음에 편지를 써서 답장이 온 게 두통(훔. 저조한 실적이었습니다)


그 두명의 여고생과 전 꽤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정성들여 두 사람에게 꼬박꼬박 적었지만, 몇달이 지나자 그것도 쉬운 게 아니더군요.

그 후엔 00에게...의 앞부분만 바꿔서 한 통은 그대로 베꼈습니다. 뭐 그마저도 쉬운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전보단 낫더군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두 여인으로 부터 답장이 뚝~! 끊어지더군요.

이제나 저제나 눈빠지게 기다려도 기다려도 철사줄로 두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봐도 편지는 오지 않았습니다.


한달 정도가 지났나요?

두명 중 한명의 여인. 이름하야 가리봉동 여고생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집이 가리봉동이었거든요)


내용인 즉슨~

다른 사람에게 갈 편지가 자기에게로 와서 당황스러웠고, 하지만 군인오빠라는 특성을 이해하여 용서하기로 했다는 ㅠㅠㅠ


눈치 채셨죠? 두 사람의 편지를 바꿔서 보냈다는!

피곤하긴 했지만서두 우찌 그런 실수를...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이 한명의 여인은 영영 떠나버렸지만, 저에겐 가리봉동 그녀와 더욱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제대할 때까지 이어진 그녀와의 그 수많았던 사연들. 추억들.


제대 후 전 학교에 복학을 했고, 그녀는 입시에 한번 실패하고 재수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가끔 만나 그녀의 고민도 들어주고, 공부도 도와줬지만 그 이듬해 입시에서도 실패를 하고 말더군요.


그후로 그녀는 연락을 끊었습니다. 이유야 짐작하지만, 정작 묻질 못했으니 아직도 진짜 까닭은 모릅니다.


키도 늘씬하고 얼굴도 예쁜 그녀였는데, 지금은 그녀도 한 가정의 어머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겠지요.


가리봉동 그녀.


혹시라도 그녀가 바둑을 알고 있다면, 그래서 오로에도 들어온다면, 한번쯤은 얘기하고 싶습니다.

참 좋은 추억이었다고요.


하지만, 빛바랜 기억으로 남겨진 추억을 굳이 만남을 통해 빛나게 하고 싶진 않음에 이렇게 글로 슬그머니 털어놓은 고백도 참 맛나군요.


<덧글>

예전에 여자친구에게 고이고이 감춰놓은 그 많은 편지들을 들켰을 때 악몽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이글로 괜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것은 아닌지...

아웅~~


2003-08-06 

[재미로] 인터넷에서 퍼온 어느 초등학생의 위문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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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  2009-03-16 오전 8:37:3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달선공팔 |  2009-03-16 오후 5:38:3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초딩의 위문편지...

참 잘 썼네욤

모자님 글보담 훨 나은거 가토오....... 3=3=3=3=3=3=3=3=3=3= *^^*  
선비만석 |  2009-03-19 오후 6:25: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량가객 |  2009-03-20 오전 12:14: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밌당구리!!!  
짝퉁보리밭 |  2009-03-22 오후 9:26: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ㅋㅋㅋ.편지재밋네요...  
푸틴의딸 |  2016-04-12 오전 1:19:5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맞는 말이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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