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이민을 떠난다는 친구를 배웅하려 인천엘 갔다가 왔다.
한국보다 밖이 더 자신의 생활에 도움이 될 거 같아서가 아니라, 그 친구는 나에게
"한국이 싫어서" 떠난다고 했다. 왜? 냐고 물었지만, 그 친구는 되레 "넌 좋냐?" 하고 묻는 바람에 서로 쓴웃음을 지은 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우울모드~!!
그래 떠날 사람은 떠나야 하겠지. 낙지가 독수리 5형제인지 5자매가 되어 한국을 지키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냥 돌아온 건 아니고, 중간에 酒有所는 들러줘야쥐^^
하여간....그렇게 기나긴 시간을 인천에서 서울로, 그것도 입에 맥주거품 뿜어대며 들어온 지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난데없이 현관에서 맥주거품이 밀려들었다.
바로 장인어르신.
단골 기원에서 한잔 거나하게 들이키시고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낙지가 사는 2층에 왕림하셨다.
독한 양반~~!!! 오늘은 좀 봐주시잖고. 기분도 울적한데!!
물론, 속으로야 그랬지만, 빈대처럼 찰싹 들러붙어 사는 형편에 얼굴을 급! 환영모드로 변장하고 장인어르신을 마중했다.
"헤헤헤~~~한잔 하셨어요. 아버님? 아버님은 술 잡수시면 혈색이 더 좋아 보이신다니까요!" (눈치밥 3년에 변장과 영업멘트만 늘어따~!!)
"어...자네도 한잔 한 얼굴인데? 한판 해야지?"
"헤헤헤~~~오늘은 좀...제가 밖에서 술이 좀 돼서...."
"그래서 싫다는겨~어? 안하겠다는겨~어?"
"헤헤헤~~~안하겠다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죠. 이건 엄연히 다른 겁니다."
"일단 앉아서 얘기하세! 낙순아(장인어른 딸 겸 낙지아내) 여기 술상 좀 봐라."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그때 현관에 서 계셨을 때 3층으로 배웅해 드렸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슬그머니 자연스럽게 쇼파에 엉덩이를 걸치시는 장인어른께 "언능 가세요!" 할 수 있는 사람 나와 보라구 구랫~!!
그렇게 가벼운 맥주타임이 시작되었고 그날의 악몽도 시작되었다.
시골의 낙지 아버님과 서울의 장인어르신 두 분 다 斗酒不辭시다.
낙지와 낙순이가 결혼한다고 양가에 인사를 다니러 갔을 때 죄다 퇴짜였다.
울 아버님은 낙순이가 키가 작고 눈만 크다며 결혼인준을 거부하셨고, 장인어르신은 면전에 대고 '저거 한량이다'라며 결혼협상 파기를 요청하셨다.
하지만, 두 분이 만나 술 한잔 하시고는 바로 협상 타결이 되었다나 뭐래나~~~
(韓美 양국은 쫌 배워라!!)
근데 이렇게 술을 좋아 하시는 두 분의 공통된 술버릇이 하나 있는데, 바로 제대로 취하시면 '언어의 마술사'가 되신다는 거다.
울 아버님은 가족 친지 친구 애인 등등 아는 사람은 죄다 전화해야 직성이 풀리셨고, 장인어르신은 '한놈만 팬다'는 신념하에 걸리면 1시간 정도는 예사였다. 근데 두 분다 언어로 마술하고 계시는 전체시간은 비스므리...또이또이...쎄임쎄임...도찐개찐....
하여간...우야둥둥...술상은 펼쳐졌다. 낙지는 급!긴장모드....
맥주 한잔씩 들어갈 때마다 일장연설로 안주를 드셨다.
(세상에 가장 힘든 게...함께 취한 상태인데 지위고하에 따라 한쪽이 일방적으로 경청내지는 수긍, 혹은 찬양모드에 빠져버려야 한다는 거다. ㅠㅠ)
"낙서방 내가 주말마다 왜 여기로 바둑두러 오는 줄 아나?"
"안주 좀 드셔가면서~~"
"낙서방 내가 돈이나 따먹을라고 여기 오는줄 알지?"
"안주 좀 드셔가면서~"
"난 자네와 커뮤니케이션(진짜로 영어로 하셨다)을 위해서지 돈이 목적이 아니야."
"진짜로요?(물론 속으로.....) 안주 좀 드셔가면서~~"
"사실 바둑이야 이기고 지는 게 뭐 중요하겠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돈도 중요한 게 아니야...우리가 아래위층에 살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자주 볼 수 있는 건 아니잖나? 그건 자네도 책임이 있어. 자주 좀 3층도 올라오고 그래야지 말이야...이렇게 함께 사는데도 남처럼 지낼 수 있냔 말이지. 올라오라고 하지 않으면 코빼기도 안 비치니...."
"죄송합니다. 아버님..안주 좀 드셔가면서~~~"
"사실 안주도 중요한 건 아니야. 자 한잔 해! 그리고 말이야...낙서방! 자네가 말아먹고(ㅠㅠ) 여기 들어와 살지만 내가 불편하게 해준 게 있나? 바둑도 똑같애...내가 자네 용돈 좀 보태 주려고 그렇게 애를 써가며 둬도....잘 안돼더구만."
"........................"
"뭐 다 괜찮아. 바둑 잘둔다고 어디서 표창장 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 낙순이랑 그래도 오손도손 재미나게 사는 거 보면 맘이 흐믓해...자 한잔해!”
"뉍 전하~~"
"한 판 해야지? 오늘은 내가 용돈 한번 줌세~~"
"뉍 각하~~"
그리고 30분 후...............................................
장인어른께서는 3층 집으로 올라가셨다.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열변을 토하시던 그 분은!(반상에 있는 낙지의 흑돌 23개를 다 잡아드시고) 돈도 중요한 게 아니라고 용돈 한번 준다고 하셨던 그 분은!(낙지돈 10만원 가볍게 챙기시고) 오로지 커뮤니케이션을 원했다던 그 분은!("나 가네" 외마디만 남기시고)
그렇게 그렇게 올라가셨다.
낙지 당한 거 맞는 거죠?????????
200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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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lojoa
아연동
달선공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