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가 한창 쭈구미란 여성과의 연애질에 온몸의 빨판을 곤두세우고 있던 1994년도 하고도 7월 무렵^^ 아마도 주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뽜아~ 부모님이 놀러가셔서 집이 홀라당 비었어! 놀러와~언능!"
따르릉~하고 걸려온 전화에서 우리 쭈구미로부터 온 희소식이 아니던가?
낙지는 온몸 구석구석을 군대에서 미싱하우스하듯 열심히 닦은 후 부리나케 낙지걸음으로 그녀! 쭈구미의 아파트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와중 예전 기억이 떠오른 게 있는데...어머님은 밥을 차려 놓으시곤 항상 그러셨다.
'줄 때 먹어라...두번 차리게 하지 말고!!'
아무렴! 맞다. 부모님 말씀 틀린 거 하나도 없다며 새삼 어머님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며 달려간 그녀의 집.
간편한 옷 위에 꽃무늬 에이프런을 두른 채 낙지를 맞이했던 그녀. 이쁜뇬~~
내가 오기 전에 이미 따스한 밥상을 차려놨던 것이다. 계란말이에 참치김치찌개...그리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고봉으로 담긴 밥. 그리고 맛깔난 김치.
이미 뽀뽀 단계는 패스한 관계인지라...우리는 밥 한술 먹고 뽀뽀 한번 하고, 김치한번 먹고 서로 입가에 묻은 고춧가루 빨아주고, 계란말이 러브샷에 찌개국물 입에 넣고 서로 바꿔 먹기까지 제대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어진 음주타임. 그녀가 들고온 것은 군납양주. 그녀의 아버님은 군인이셨던 것이다.
시간은 흘러흘러 술잔이 서로의 입안에 넣어질수록, 둘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마주보고 겸상하며 먹었는데 어느새 낙지발은 그녀의 허리를 휘감고 있었다는 거!
"아버님은 조각가 같아...어떻게 너처럼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들어 놓셨을까?"
"아잉 몰라몰라~~~"
"오빠 어제 잠 한숨 못잤다...니가 꿈속에서 얼마나 괴롭히던지 말야!"
"아잉 몰라몰라~~~"
"오빠 알딸딸하다. 잠깐 침대에 누워 있자. 너도 취하지? 이리와바바바."
"아잉 몰라몰라~~~"
"손만 잡을께~"
"아잉 몰라몰라~~~"
"오빠믿쥐?"
"아잉 몰라몰라~~~"
"그래그래, 모르니까 배워야쥐..이리와바"
"아잉 몰라몰라~~~"
그녀는 너무 모르는 게 많았다. 죄다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내가 아니까!!
중학교 때 입던 깜장색 교복 상의의 호크 풀고 다니기를 밥먹듯이 한 낙지가...그깟 여성의 브래지어 호크쯤이야!! 하고 예사롭게 생각했다가...등 뒤로는 별로 풀어본 경험이 없어서 이리 더듬, 저리 더듬 하던 와중이었다. (그때 아마 낙지는 브래지어도 찍찍이로 쉽고 편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던 거 가트다.)
황후마마(조훈현 9단의 부인) 정미화씨의 증언에 따르면 어릴적 이창호도 찍찍이 운동화를 신켰다고 한다. 이창호 9단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군훈련소에 갔을 때도 똑딱단추가 달린 군화를 신었다고 한다.
음...이 얼마나 기동성 뛰어나고 편리한 제품인가...승질 급하고 호크풀기에 서툰 세상 선남들을 위해 브래지어도 이런 제품이 반다시 나와야 한다고 이 낙지, 속옷제조회사들에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사건은 그때 시작됐다.
느닷없이 현관문 소리가 났다는...ㅠㅠ
낙지는 술이 확 깼다. 왜? 현관문 따는 소리와 동시에 그녀의 부모님의 음성이 들려왔던 것.
그녀는 나를 옷장에 밀어넣고 부모님을 마중했다.
"아빠, 왜 벌써 왔어?"
"김일성이 죽었단다"
옷장에서 낙지는 허걱~!! 했다.
군인이셨던 그녀의 아버님. 느닷없는 김일성의 사망으로 비상이 걸렸었나 보다. ㅠㅠ (인터넷 검색해 보니 그 인간 1994년 7월8일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하였다.)
김일성...정말 일생에 도움이 안됐다.
김일성 사망과 브래지어가 믹서된 평생 잊을 수 없는 기막힌 추억. ^^;; (퍼온사진)
그녀의 옷장에서 좀약 냄새를 물먹는 하마처럼 1시간 가량 죄다 빨아들인 후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도, 그녀의 아버님이 군복을 챙겨 부대로 들어가시고, 그녀의 어머님이 화장실에 잠깐 들어가신 찰나의 순간!을 이용해 줄행랑을 친 덕분이었다.
만약 그때 들켰으면 낙지는 총 맞아 죽었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이다.
'死諸葛 能走 生中達'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도망가게 했다'는 고사.
하지만, 그 당시엔 '死일성 能走 生낙지'가 되어버린 셈인데...이젠 십수년도 더 흐른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낙지가 옷장에 은폐엄폐하고 있을 때 그녀가 심심할까봐 틀어줬던 '이글스의 호텔캘리포니아'의 선율 때문이었을까?
낙지는 오늘 아침 이 노래와 함께 추억에 젖어들고 있다.
2008-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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斯文亂賊
바람마음
水童
한솔풍운아
신수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