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집을 나간 우리집 강아지가 있었다.

광복절 기념으로 만세를 부르러 간 것은 아닌 것 같고, 그 며칠 전부터 강아지 주제에 맞지 않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는 신세타령과 함께 '호부호형'을 허락해 달라고 징징거리는 것을 쓰레빠 자락으로 냅따 후려갈긴 이후에 벌어진 가출 사건이었다.

그놈은 가출전과 3범이었다.

'호부호형'이 뭘 그리 중요하다고 시도때도 없이 느다덥시 부지불식간에 뛰쳐나간 횟수가 이미 세번으로, 음주운전으로 적용하면 삼진아웃감!! 니가 최희섭이가?

하지만, 가출 후엔 꼭 다음날 현관문 긁어 제끼며 눈물을 머금은 채 거시길 잡고 자발적으루다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매번 용서를 해주었기에...음모자는 느긋하게 8월 16일에 올 것으로 짐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가 가고 이틀 삼일...이 지나도 그놈은 오질 않았다.

이번에 돌아오면 꼭 "호부호형을 허하노라~!!" 하려 했는데, 그놈은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이번의 '가출'은 '출가'로 생각하라고 항변하듯 결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게.....9월 3일. 동네 지인들에게 그놈의 인상착의와 평소습관(개나 사람이나 관계

없이 여성에게 껄떡대기!!)를 토대로 제보를 기다린 지 어언 19일째 날이었다.

9월에 들어서부터 평소 그놈의 껄떡댐과 이리저리 싸놓은 떵 한토막마저도 다시 보게 된다면 기쁨이 될 것 같은 추억의 애잔함에 참이슬을 가까이 하고 있던 중이었던 그날.

이모님이 오후에 강아지를 한마리 안고 집에 왕림하셨다.

강아지 잃어 버리고 식음을 전폐한 채 술로 산다는 소문이 있다고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키우라고 권해주시는 거였다.

역시 소문은 무서웠다. 강아지 잃어버린 후 공교롭게 최근 입맛이 안돌아 식사를 좀 거른 것이고 좋아하는 참이슬 마신 것이 => 강아지 잃어 버리고 식음을 전폐한 채 술로 산다!!  

하여튼~ 무럭무럭 키워서 이 나라의 동량이 되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그놈을(아니 그뇬을, 암컷이었다) 받아들었다.

미안하다 이제 호부호형 끝이다!!

이놈, 아니 이뇬의 이름은 깜직이란다. 아마 생긴 게 끔찍하게 생겨서 순화시킨 건가?

이런 발칙한 생각을 함께 하며 음모순(모자 아내)과 태극기 앞에 함께 맹세를 했다.

"오줌 똥 지려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렇게 3일이 흐른 9월 6일...바로 어제.

이뇬은 생긴 것답게 똥오줌을 지려따. 처녀가 애 배도 할말 많다고 하듯이, 요것은 똥

오줌 지려도 짖고 핥고 빨고 나대고 비비고...하여간 할 건 다했다. 근데 그건 좋은데...

결정적으로!!!!

모순이와 함께 가게에 갔다온 후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는 거다.

모자는 다 알다시피 오로 이벤트로 '조훈현 9단 휘호 바둑판'을 받았었다. 월요일에...

바둑판 뒷면에 한석뽀옹 빰 때리듯 써내려간 曺! 薰! 鉉! 감격 그 자체였다. (바로 옆 사진의 이 판이다.)

그런데, 그런데.... 집에 찾아온 지인들에게 자랑하려 방 한쪽에 낙지대그빡에서 나오는 기름까지 정성들여 발라놓은 그 바둑판에 이놈,,아니 이뇬이 똥을 싸질러버린 것이다.

똥은 세토막이었다. 그것의 위치는 절묘하게도 삼연성!!! 똥으로 세력을 쌓아놓은 것이다. 이뇬이.....

되지도 질지도 않은 딱 안성맞춤의 똥 세토막....게다가 덤으로 천원 부근에 오줌까지.

새 바둑판이라 아직 칠이 채 벗겨지지 않았음으로 속에까진 스며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난 낙순이에게 당장 저뇬에게 궁형(宮刑)을 명했으나...

모순이의 "오딜 짜르냐? 뭐 있남?" 하는 대답에 일단, 급하게 개집에 하옥시키고 생각에 빠졌다.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꼬~~~!!!'

하지만, 사태는 역시 의외의 곳에서 쉽게 풀렸다. 바로 우리 아내 음모순의 한마디.

"바둑판 냉장고 위에 올려노챠~!!"

맞다. 이뇬은 바뀔 가능성이 없는 거 같으니 바둑판을 높은 곳에 올려 놓는 게 맞는거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흐뭇하다. 저 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훈현 9단 이름이 적힌

바둑판이 있으니까!!~ 난 저 깜찍이를 이미 용서한 거다!!! 그리고, 호부호형 때문에 떠난 껄떡아! 모든 걸 용서할 테니 돌아와라....너랑 비슷한 신부감 마련해 놔따~~ ㅠㅠ

 2007-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