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봄이 왔다. 강남 갔던 제비들이 죄다 싸모님 등골 빼먹는 데 재미 붙여 안 돌아오는지 모르겠으나...여하간 이 음모자 봄이 오니 마음이 싱숭생숭...시심이 절로 솟아나니...주옥같은 시들을 좔좔 읊조리지 않을 수 없도다!

이육사-광야

까마득한 날에

베팅이 처음 열리고

어디 7단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꾼들이

대박을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바둑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미생(未生)을

부지런한 행마가 피어선 지고

대마가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대화창 내리고

밑에 한줄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고고한 예도(藝道)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고수(高手)가 있어

이 반상(盤上)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서정주-국화 옆에서

한 판의 대박꽃을 피우기 위해

첫수부터 큰손들은

그렇게 질러댔나 보다.

한 판의 쪽박꽃을 피우기 위해

천점은 하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50수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배당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칩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구걸꾼이 저리 설치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천상병-귀천(歸天)

나 대기실로 돌아가리라

초대 와 수락하면 스러지는

홀짝 더불어 돌을 가리고,

나 대기실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반상에서 놀다가 계가 손짓하면은,

나 대기실로 돌아가리라

서러운 이 한판 대마 죽어가는 날,

나가며, 덕분에 많이 배웠다라고 말하리라 …….

유치환-깃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하얀 대기창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발수건.

태그는 물결같이 화면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영자의 푯대 끝에

글쇠는 도배처럼 날개를 접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매너C가 될 줄을 안 그는.

김춘수-꽃

내가 베팅판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마크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칩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눌러 준 것처럼

나의 이 기력과 전적에 알맞은

누가 나에게 베팅를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칩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랭커가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박목월-나그네

베팅판 가로질러

흑백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포인트

길은 외줄기

흑백(黑白) 삼백 리

배당률 줄 때마다

타는 새가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포인트

김상용-남으로 창을 내겠소

하프로 베팅 하겠소.

집은 형세불명

기보를 보고

승률론 감을 잡지요.

초반이 좋다고 걸 리 있소.

전적은 공으로 들으랴오.

고배당이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죽지요.

이육사-청포도

오로의 칠월은

고배당이 익어 가는 시절.

999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온갖 포인트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대박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이번 대국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김소월-진달래꽃

오로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네오에 타이젬

사이트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클릭 하고 가시옵소서.

오로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윤동주-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옥집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돌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불계를 눌러 봐야겠다.

오늘 밤에도 1패가 전적에 스치운다

이상화-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귀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반상에 넉점을 깔고

날일자와 입구자가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사귀를 따라 꿈 속을 가듯 굳혀만 간다.

입술을 다문 천원아, 중앙아,

내 맘에는 통어복한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끊었느냐, 누가 씌우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고수는 내 귀에 속삭이며

한집도 나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삼삼은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내집 안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대마들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달랑 두집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아찔하다.

이선이라도 가쁘게나 가자.

여덟번을 기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고수 상수야 깝치지 마라.

하수와 초보에게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축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돌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축과 장문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귀를 빼앗겨 대마조차 죽어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