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본의 바둑문화를 부러워하며 일본바둑의 융성을 가져온 이유로 막부의 지원을 들고 그 증거로 기소(碁所)를 들곤 했다. 기소는 도요토미 도쿠가와 등 일본 막부 실력자 시대 조정 안에 설치했던 바둑지원 기구였다.

일본 문헌 전신록(傳信綠)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당시 기소에 있던 고수들의 녹봉은 많은 액수는 아니다. 산사, 리겐, 도세끼 각 50석. 산세끼 20석의 곡물 지급은 막부에 속한 도공 화공 등의 장인들에 비해 반도 되지 않는 액수다. 그러나 바둑인들은 도공이나 화공에 비해 다이묘나 공가(고위 관료)들의 빈번한 초대와 지도대국 등으로 윤택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바둑의 융성은 정권이 틀을 만들어 준 이 약소(?)한 지원이 큰 역할을 한다. 기사들의 동기부여로도 그만이다. 우리는 기소를 말하며 동시에 중국바둑을 비교할 때 당나라 조정에 있었다는 기대조(碁待詔)를 들어 바둑을 권력의 최상층부에서 지원하고 장려하던 문화를 칭송했다.

기소는 일본 막부가 설치했던 공식 기구로 믿어지지만 기대조에 대해서는 조금 정리가 필요할 듯하다. 기대조라는 바둑만을 위한 공식 기구는 중국역사에 없었다. 먼저 기대조란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알아보자.

궁안에 박사(구품관) 2인을 두고 일을 보게 한다. 무후(692년)는 습예관을 설치 박사 18인을 두었다. 사.자.집.율령 등과 바둑인 1인을 두었다.  - 신당서 백관조

신당서는 측천무후시절 습예관(習藝館)을 설치하고 그 안에 18명의 박사를 두었고 그 중 한명이 바둑인(飛白書幷碁名一人 )임을 기록한다. 이름도 '기대조(碁待詔)' 부름에 응하는 바둑인이다. 측천무후의 후계인 현종은 습예관의 기대조를 기박사라(內敎博士之碁即指圍碁)  호칭한다. 구당서는 현종이 기대조를 승려 서예 점쟁이 등으로 확대하여 그들의 소속을 한림원에 배치(玄宗并初年始設置碁待詔一職隶屬于翰林院)하는 기록이 보인다.

구당서는 기대조들이 아침에 출근하여 해가 지면 퇴근한다며 그들의 근무 행태를 전하기도 한다. 당나라시대 기대조로 칭해진 바둑 고수들로는 왕적신, 왕적문, 왕기, 고사언, 박구등이 기록으로 보인다.

박구는 신라사람으로 당나라까지 진출하여 당시대 1인자에게만 주어지던 기대조까지 오른 바둑의 고수다. 중국 신라 일본 등 바둑의 고수들이 중국 장안에 집결, 자웅을 겨루던 모습이 선연하다. 박구가 당나라 생활을 마치고 신라로 돌아갈 때 장혼이 써줬다는 전별시가 나온 배경도 이해된다.

기대조는 황제의 바둑 취미활동에 응대하던 관원이다. 기구를 말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라 해야 맞다.  하여  기대조가 일본 막부가 설치하고 인원 예산 운영조례를 내려준 기소와는 다른 것이다. 기대조가 바둑만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가 아닌 것이다.

중국역사에서 바둑만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공식 기구는 유송 명제가 만든 위기주읍(圍碁州邑)이다. 위기주읍에는 수장과 부수장 그리고 바둑고수들과 지원 인력이 배치되었던 기구다. 물론 위기주읍은 오래가지 못했다.  호사가 일방의 지원책의 병폐다.


밤 하늘에 달이 떴다.
밤길을 노는 개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짖는다.
한마리가 짖으면 온동리 개들이 따라 짖게 되어 있다.

필자는 이것만은 피하고 싶다.
거죽을 보고 짖는 우(愚).  피상을 보고 짖는 우는
범 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