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직 선생이 사이버오로에 연재한 칼럼, <반상일기>를 읽다가 진신두에 대한 언급이 있어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 보았다. 문선생은 참으로 대단하다.  ‘진신두’라는 용어가 엄청난 무엇으로 인식된 것도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니란 것인데 필자도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진(鎭) : 누르다.
신(神) : 허사.
두(頭) : 머리.

머리를 누르다 정도의 말을 신자(神字)가 들어갔다 하여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는 선생의 의견이다. 진신두는 '두양잡편'이 출전이다. 두양잡편을 인용한 ‘중국위기사화‘는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의 고사언이 한 수 진신두로 일본왕자를 이겼다를 아래와 같이 해석해 본다. 

고사언이 한 수로 신두를 제압했다. 일본 왕자(신두)는 눈을 치켜 뜨고 어깨를 들썩이며 이미 졌소(顧師言一招 鎭神頭 制復日本王子 使之瞪目縮臂  己伏不勝 )라고 했다.

일본왕자의 대당(對唐) 바둑기는 구당서 선종본기에 등장하니 사실이라 본다. 다만 당 선종 시기에는 일본왕자의 대당 입국기록이 없어 선종의 아들인 의종 때 당나라에 입국한 두타친왕(頭陀親王 )이 고사언과 맞선 왕자일 가능성이 있다. 신두는 두타(頭陀 )의 별칭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게 믿고 발표를 한 일본 학자들도 있다.

두타친왕은 861년부터 865년까지 당나라를 여행했고 그 여행기가 ‘두타친왕입당약기‘라는 자료로 남아있다.



필자가 이렇게 많이 나가는 이유가 있다.  명나라 '왕세정'이 지은 '혁문(弈問)'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고사언이 33수만에 신두왕에게 이겼다.  신(神의 오기인듯)이 누군가 일설에는 일본왕이란 말이 있다. 바둑 한판에서 33수만에 괘승을 거두자 사람들이 신통이라 불렀다.

(顧師言三十三着勝神頭王 信乎 日 一說 日本王也.   弈至三十三着而快勝可謂通神者也)

신두가 일본왕자의 이름이라면 우리가 알고 있던 진신두란 말은 참으로 희화적이다. 이 대목에서 문선생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진신두라는 은유적이고 꿈같은 용어보다는 좋은 표현이 있다. 일자해이정(一子解二征 )말이다.

한 수로 두 문제를 해결한다.

이 말은 반상을 벗어나 세상의 문제에도 적용된다. 바둑 용어가 세상의 잠언이 된 것을 우리는 많이 본다.

당나라시대 당에 입국한 일본 신라 등 해외의 바둑 고수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당 시인 허혼(許渾 )은 신라의 바둑고수를 노래한다.

바다 건너 어느곳이 신라냐 묻자

굉장히 먼 곳이라 사공은 말하네

그곳에서 바둑 두는 스님들이 입국을 하지.

허혼은 견리망의(見利忘義)라는 유명한 말을 보급한 사람이다.

고사언이 신두를 눌러 온나라에 이름을 떨쳤다.

( 顧師言鎭神頭揚國威)

세상에 회자되는 고사언의 진신두 신화의 실체적 진실은 이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람 이름이 은유적이라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해도 바둑 안에서 진신두라는 용어가 갖는 의미가 작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한번 묻고 따져 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