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문(漢文)은 중국어를 기록하기 위해 개발된 문자다. 한반도에는 오래전부터 일찍 개발되고 보급된 문자가 없던 탓에 한문을 빌려와 한반도의 언어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해 왔었다. 중국어는 동빈구조(動賓構造)로 빈동구조(賓動構造)인 한반도 언어와는 근본이 다르다. 교착어를 고립어로 기록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중국의 한문을 수입해 쓰던 한반도 몽고 일본 대만 등도 이런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하여 자국의 언어를 기록하기 위해 나름의 편리한 방법을 모색하여 '차차' 표기를 발전 시켰왔는데 구결, 이두, 향찰 등을 사용한  한반도와는 달리 몽고 일본 등은  한글보다 앞선 시대에 자국 문자를 개발, 사용하기에 이른다.  파스타문자  가나문자 등이 그것이다.

중국어는 구어(口語)로 말하고 문어(文語)인 한문으로 기록한다. 언어와 문자 생활은 일치 하는 것이 좋다. 구어로 말하고 구어로 기록하는 것이 효용성과 활용성이 좋은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한 이유도 구어로 말하고 구어로 기록하여 실용성을 살리자는 뜻이었다. 한마디로 언어와 문자 생활을 일치시키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 필자는 조선 '이문(吏文)'에 대해 조금 말하고 싶다.

이문은 이두, 구결, 향찰 등과는 다른 문자 체계로 조선시대 행정문자로 개발된 특별한 문자다. 조선은 국법인 경국대전에 조선의 모든 행정양식은 이문으로 작성해야만 공용 문서로 인정된다 못을 치고 있다. 이문은 중인관료 다시 말해 조선의 행정 전무 집단만의 공식 문자였던 것이다. 이런 체계가 조선조 5백년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어찌된 이유인지 학자들도 이문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두와 같은 문자겠거니 하며 허투로 넘기는 듯하다.

필자는 학자들을 믿지 않는다. 그들의 개인의 공부는 존중하지만 '이두'와 '이문'도  가늠하지 못하면서 한자 한글논쟁으로 치닫는 모습은 희극이다. 그리고 학계라는 허명의 산그림자를 보면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김산은 56자에 불과한 한문 문장을 좌우 종횡으로 읽고 또 읽으면서 아득해졌다. 청주강의를 마치고 대전으로 와 찜질방에 유숙하면서도 내내 그 문장에 매달렸다.

"햐.... 이거야 원?"

김산은 혀끝을 찼다. 한문이 주는 스트레스는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 경우는 내용이 달랐다. 초서의 탈초는 모두 끝냈지만 도무지 해석이 문제였다. 문장이 되지 않는 탈초는 탈초자의 잘못이기도 하다.

"정조가 이런 문장을 지었을 이유는 없고....그렇다면...혹시?"

김산은 문장이 조선의 군영에서 사용하던 군호(軍呼)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무릎을 쳤다.

"그래? 그거야 그렇다면 말이 되지. 하하"

김산은 56자의 기반명이 조선 사대부들이 호사를 부리던 문자 놀음의 하나임을 알고 웃음을 지었다. 초서 전문가를 도매금으로 엉터리로 만들 일은 없을 듯했다. 김산은 그 생각을 단초로 문장의 첫머리를 찾기 시작했다. 화두(話頭)는 처음 잡는 머리채가 중요하다. 머리채를 얼마나 잘 잡는냐에 따라 화두의 몸통이 끌려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