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서 해독은 한문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고역 중의 고역이다. 한자의 습득과 한문의 운용에는 최소한(?) 10년 공부가 필요하다. 그것도 설렁설렁 해서는 결코 가능치 않은 일이기에 한문공부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맞다. 한문공부의 어려움을 잘 표현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오로 문학광장에서 옮겨온 글이다. 필자는 '자객행'이나, 2010년 '한국인의 역사'라는 700쪽이 넘는 족보책을 출간한 간단치 않은 분이다.

춘천에 한림대 태동연구소가 있지요. 이곳에 석사과정이 재미있습니다. 10명 정도의 소수인원을 뽑아 1인1실의 개인연구실 제공과 매월 40~60만원의 연구비를 지급하며 석사학위까지 주니 이보다 좋은 학교가 어디 있겠어요. 학비도 아마 없을 듯합니다. 나이 제한도 없으니 이미 소개 한 '채위' 같은 분들에게는 희망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수업과정이 흥미롭습니다. 1년차는 사서 강독, 2년차는 시경과 서경을, 3년차는 주역을 마치는 것으로 수업이 끝나는데요. 이 과정이 지옥(?)일 듯합니다. 사서 강독은 옛날 학습법으로 암송을 말하는데요. 사서를 외우고 쓰는 것이지요. 대학 중용 논어 맹자를 한 자도 틀리지 않고 달달 암송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소 무식한 듯한 이 학습법은 한문학의 전가의 보도지요. 곽말약은 10살 무렵 선생에게 사서를 배우며 암송이 서툴러 하루에 백 대 이상 매질을 당했다 고백을 하더군요. 조선시대 한다하는 집안의 자제들도 독선생 밑에서 통과의례로 했던 일입니다. 정조임금도 10살 때 사서를 암송했으니까요. 사서는 내용이 길지 않고 낭송운(韻)도 있어 암송할만하지요.^^ 

이런 무식한 학습법은 한문의 '문리'를 빠른 시간에 습득하기 위한 고육책이지요. 반복해서 읽고 쓰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한문인'이 되어 있는 뭐 그런 거 말이지요. 2년차 3년차의 '삼경'은 고급 한문을 하기 위한 과정이지요.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의 입문이 삼경이니까요.

그런데 사서삼경을 암송했다 칩시다. 사서삼경을 암송할 정도의 사람이 한문의 실력자일까요? 방점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이 한문의 딜레마지요. 한문 좀 안다는 사람이 인사동의 도장집에서 개망신(?)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한문학 박사가 진풍명품에 나오는 '고서'의 내용 파악이 안되는 경우지요. 고문자 그리고 초서가 큰 장벽이기 때문이지요.

'고문자' '초서' 습득 이것도 사서와 삼경의 암송만큼이나 힘들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학에서 배운 활자본 한문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것이 이 고문자와 초서지요. 저는 고문자는 그야말로 초급입문자에 불과합니다. 초서는 4-5년 공을 들이다보니 어느정도  해결(?)이 되었지만요. 그렇다고 사서삼경을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 오해하지 마시기를...

고전연구소에도 태동연구소와 비슷한 과정이 있습니다. 이수자들은 별정직 연구원 신분으로 고전국역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도 있어 나이 많은 한문인들의 관심을 끌기도 하지요. 한의사 등이 입소해 공부를 하는 경우도 보았네요. 공부는 좋은 것. 늙어서 공부한다면 더욱 좋을 겁니다.

'채위'는 노점상으로 살면서 끝없이 한문을 독학, 복단대 한문학과 교수의 눈에 들어 박사과정에 입학한 사람이다. 중졸학력이 전부인 사람을 실력을 보고 발탁, 중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복단대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은 사건이다. 세상의 발전에 흑도와 백도를 가리지 않는 중국의 역동성이 놀랍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인용글 중 한문학박사가 인사동 도장방 주인보다 못하다는 말이 가슴을 친다. 현실과 괴리된 한문학계의 뇌관을 때리는 경종(?)이랄 수 있다. 김산은 청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사진 속의 문장을 파악하는데 몰두했다. 문자 해독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내용이 문제였다. 칠언구조의 문자이 가로 세로 어느 방향에서도 문맥조차 가늠되지 않았다.

味方時我鏡與約

가로 칠언의 한자였다.

約君臣方包及文

세로 칠언의 한자였다.

"하하 이런....."

김산은 낭패라도 만난 듯 입맛을 쩝쩝 다셨다. 보통일이 아니었다. 자칫 한문을 좀 한다는 학자라던 자존이 망가질 일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