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북방에서 생겨난 '백련방'은 일종의 '양산박'이라 할 수 있다. 양산박의 출현은 14세기에 나온 소설 '수호전'에서 나온 말로 동양사회에서는 의와 협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계기였다. 이를 시발로 역사를 두고 양산박을 자처한 수많은 무리들이 출몰하며 세상을 혼란시켰지만  기실은 강도나 절도를 일삼는 범죄 집단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조선중기에 출몰, 사회를 혼란 시켰던 장길산이나 임꺽정 등 조선의 양산박 집단의 내실도 비슷한 경우겠다.

영정조 시대에 보이는 무뢰배는 두 종류다.

하나는 도회지를 중심으로 한 '검계'와  산간벽지를 근거지로 한 산적 집단이다. 검계 무뢰배 산적 강도단으로 대변되는 영정조 시대의 폭력집단의 형태는 명청시대 중국의 그것과 비슷하다. '오금성'이 연구한 명청시대의 폭력집단의 내력을 살펴보면 조선의 무뢰배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런 류의 국내 연구와 분석 자료가 없어 오금성의 연구를 소개한다.

"타행(打行)은 도시의 무리배다.

타행은 14세기부터 강남(江南)의 도회지를 무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많게는 100여 명의 조직으로 '청강백룡' '십삼태보' 등의 조직의 깃발 아래 모여 각종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타행은 사회지도층과 연줄을 대어 조직을 보호 받는가 하면  안으로는 삽협, 문신 등의 의식으로 조직의 단결을 꾀하는 한편 동류의식으로 뭉쳤다. 타행은 돈이 극락이라는 신념으로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했다. 세도가나 토호들의 경호를 맡는가 하면 개인간의 원한에 개입하여 시비를 불문하고 돈주는 쪽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사업이었다. 재판에 개입하고 관부의 해결사를 자처하여 관이 행하기 껄끄러운 일에 나서 악역을 떠맡았다.

타행은 잡식성이었다. 도회지 상인갈취와  도박장 개설 청부폭력 매춘굴 운영은 물론 백성들의 소동에 개입하여 관과 백성들 사이를 줄타기 하며 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타행의 금전욕구는 끝이 없어 나중에는 관의 세곡선을 탈취하거나 공무역 상단의 재물을 강탈하는 단계에 이른다."

중국의 타행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집단이 조선의 검계다. 타행을 일컬어 중국사회에서는 제삼백육십일행(第三百六十一行)이라 했다. 인간의 삼백육십 가지의 직업 중에 가장 하급의 직업이 타행이란 말이다. 조선 안에서도 검계나 무뢰배는 환영받지 못하는 집단이었다.

이런 시대의 분위기 안에서도 양천봉이 스스로 관북의 무뢰배를 자처하고 나선 것에는 사연이 있다. 양천봉은 관북출신이라는 지역차별과 문벌을 따지는 시대의 분위기와도 불화했지만 그보다는 한 실력자와의 불화가 큰 역할을 했다. 그 사람은 '김제철'이었다. 김제철은 함경관찰사와 좌의정을 거친 인물로 훗날 홍경래와 연류되어 참수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형님, 무산의 장도리요."

"경흥의 무달임메."

"갑산의 진도개라카이."

밤이 되면서 천영각의 마당 안에는 북관에서 모여든 온갖 종류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동물가죽으로  만들어 입은 복장이 그들의 거친 평소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