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구한말의 망국의  원인을 지식인들의 분열과 그들의 시기질투에 있다고 본다. 김옥균과 박영효 이 두사람만해도 그렇다. 이들은 사선을 넘어온 동지다. 이 두 사람은 사선보다 더한 역사와 역사의 충돌이 만들어낸 시대의 불협화음을 헤쳐나와 타국에서 내일의 재봉기를 도모하며 신념을 다잡는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이 두 사람의 관계는 험악하다. 박영효의 불만은 김옥균이 너무 나대고 행동이 불량하다는 것이었다. 김옥균 또한 박영효를 아직도 양반근성을 버리지 못한 인사로 치부하고 있다. 이들의 관계는 다시 화합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도야마미쓰루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들을 화해시키려 했으나 별무 소용이었다. 그들의 인간관계는 이미 파탄이 나 있었다. 이들의 불화는 종국에 김옥균의 죽음과도 연결이 된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조선조정은 김옥균과 박영효를 동시에 암살하려 두 명의 자객을 일본에 보냈다. 홍종우와 이일식(李一植)이 그들이다. 홍조우는 김옥균을 이일식은 박영효를 지목하여 일본에 온다. 이들은 주일조선공사를 통해 김옥균과 박영효에게 접근한다.

홍종우는 김옥균과 만나 일본 프랑스 유학(?)에서 얻은 서양지식을 미끼로 김옥균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청나라의 이홍장과의 만남을 제의한다. 이 제의는 솔깃한 것이었다. 홍종우는 한양에서 원세개와 사전 모의를 하여 이홍장의 아들 이경방(李經芳)이 일본까지 들고온 이홍장의 친서를 내보여 김옥균을 청나라로 유인하는 데 성공한다.

김옥균은 이경방이 박영효에게도 이런 제의를 할 것이 염려(?)되어 서둘러 중국행을 결행한다. 개화파의 주도권 싸움이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김옥균은 도야마 등 여러 일본 지인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바다를 건넌다. 어떤 학자는 이 여행을 사자(死者)의 여행이라 했다.

김옥균의 중국행을 결사적으로 막은 사람이 도야마미쓰루다. 그러나 김옥균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가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일본을 떠난다. 도야마는 후꾸자와유키치를 통해 박영효에게 김옥균을 잡아달라 마지막 청을 하지만 박영효는 그것을 거절한다. 김옥균의 죽음에는 박영효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말이 이곳에서 나온다. 박영효는 훗날 자신의 책에 김옥균을 그리는 시 한편을 수록해 놓는다. 이것이 역사다. 그리고 삶이다.

다시 부는 봄바람 얼마나 세월이 흘렀나요.

달빛에 실려 보내도 갈 곳 없구나.

뜬구름처럼 살아온 생도 다하고

백년의 일 또한 꿈속의 일이구려.

유씨는 다시 묻는다. 세상에 의가 있는가. 한갓 여자의 절개만도 못한 의(義)로 어찌 한세상을 바꾸려 했더란 말인가.

  박영효가 김옥균을 그리며 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