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은 그 유명세로 인해 김옥균 본래의 인물상이 많이 왜곡되고 굴절된다. 김두한 에피소드도 그런 경우다. 김옥균은 훗날 유명(?) 인사들의 곡필의 자료로 매우 유용한 존재였다. 개화, 혁명, 그리고 다소 과격한 성격 등이 혼합된 김옥균의 개성은 식자들의 인세를 충족키 위한 곡필과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상에 투영된 김옥균의 상(象)은 이상주의자 또는 엉뚱한 돈키호테형의 인물로 경도되기까지 한다. 최린(崔麟)의 언급이 대표적이다. 최린은 일제시대 소위 말하는 순장식 고수들이 판을 치던 조선기단에서 일수(一手) 다음 급수에 해당하던 바둑고수면서 3.1운동의 대표 중 한명이었던 유력자였다.

최린의 경성 사교계의 명망가였다. 나해석과의 스캔들은 경성을 난리법석으로 만들었다. 한마디로 초대형 스캔들이었다. 나해석은 최린을 믿고 남편에게 이혼을 청구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놨다. 이 땅에서 여자가 이혼을 청구한 첫번째 케이스로 조선은 난리(?) 자체였다. 유교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인 것이다. 나해석은 지탄의 포연을 뚫고 이혼에 성공하여 최린을 찾았다.

그러나 최린은 그녀를 배신한다. 시인이자 화가로 신여성이던 나해석은 최린의 배신을 곰씹으며 자살을 한다. 최린은 메이지대 출신으로 3.1운동의 33인 중 일인으로 명망가였으나 일제에 부역하며 대동아공영주의를 주창한 친일파기도 했다. 그는 끝내 6.25 사변 중 북한군의 손에 끌려 북으로 납치된다. 그런 최린은 경성잡지에 김옥균을 말하고 있다.

- 옥균은 재치꾼이다. 일본사람들을 집안으로 초대하고 처첩들과 놀아나다가 웃통을 벗고 그들을 맞으며 날이 더워 등목 중이라 둘러댔다. 옥균은 세상 모든일을 잘했다. 그중 잘한 것이 바둑과 색탐이었다.

김옥균은 앞에서 소개한 '최송장'의 소개와 같이 일제시대 조선인의 뇌리 속에 이상주의자나 파락호에 불과했다. 그리고 역사소설을 주로 쓰던 몇몇 작가에 의해 엄청나게 왜곡된다. 대원군 김옥균 민비 등이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사실이 그랬다. 김옥균의 왜곡된 유명세는 김옥균의 실질적 실력(?)을 가늠하지 않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김옥균의 실력은 그의 개인적 소양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옥균의 완전한 저작물이 없고 논리적인 집필물이 없는 이상 그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승정원일기에 그 근거가 있다. 승정원일기 속에 원고 30장 분량의 김옥균의 작문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 장면에서는 조선의 병적인 기록문화에 감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