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의 이 행동은 몰상식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의 비서실 직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실장을 살해한 꼴이어 군왕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이 사건으로 군왕이 보여주던 김옥균에 대한 애증은 싸늘해진다.  왕조국가에서 군왕의 거부(?)와 자파의 분열, 그리고 동원한 부대의 역반란은 남대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청나라 부대를 막아설 방법이 없었다.

전후영이 빠져버린 핵심부대 수백 명과  일본군 150명으로 청군과 동조군을 막는다는 것은 넌센스라 할 것이다. 정변은 이렇게 종국이 된다. 3일천하라 할 것도 없었다. 10월17일 점심무렵 시작된 정변은 18일을 고비로 19일 새벽 모든 상황이 종료가 된다. 성과(?)라고는 18일 김옥균의 압박으로 시정객혁 14조를 발표하고 내각을 새로 구성한 하룻만에 청군의 공격을 받고 모든 것이 수포로 그친다.

노도같은 청군을 막아서는 군졸은 한명도 없었다. 다만 군왕의 지근에 있던 홍영식과 그를 호위하던 임은병 신중모 등 사관생도들이 청군에 살해 당하는 과정에 벌어진 전투가 전부였다. 이 자리에서 홍영식도 불귀의 객이 된다.

예상치 못한(개화파만 그렇게 생각한 듯) 청군의 개입으로 정변의 밑둥이 뽑힌 주도세력이 모두 도주를 한 한양은 청군의 또 한번의 분탕질이 시작된다. 청군과 진압세력은 전 영의정 홍영식을 죽인 기세를 몰아 반군과 동조세력을 색출한다며 마음껏 도성안을 유린한다.

반정 오적으로 손꼽힌 홍영식을 제외한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서재필은 일본공사를 따라 제물포에서 일본으로 도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의 코미디였다. 갑신정변은 당시대 조선이 처했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역사학자들의 거창한 연구성과라는자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역사의 흐름에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독자라면 금방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가. 도무지 국가라 할 수 없는 허약한 국체.

나. 중구난방의 지식인들의 사분오열.

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본에 기대려한 개화파의 의존심.

김옥균이 품었던 꿈과 이상은 너무도 허무하게 수포가 된다. 김옥균은 동료들과 함께 서해바다를 통해 일본으로 도주를 하면서 통분의 눈물을 뿌린다. 장부의 일대사가 그렇게 꺾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통한의 피눈물을 뿌린 사람들은 김옥균과 동지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남겨진 가족들이 뿌린 피눈물은 현해탄을 붉게 물들이고도 남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