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국'은 우체국이다. 1884년 이 땅에 처음으로 우체국제도가 생긴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대국가나 근대국가를 막론하고 국가체계의 기본이 도로 통신으로 조선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운송체계를 잘 정비된 통신체계로 보완을 하고 있었다. 조선이 근대식 우체국제도를 쉽게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우정국'은 개국식을 맞추어 엄청난 정변이 발생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제물포 원산 부산 그리고 강경 등에 분국이 속속 설치되며 조선팔도로 영업구역을 넓혀가며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아마도 오늘날 활용되고 있는 조선의 국가 유산(?) 중 우체국만이 거의 유일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우정국의 발전사를 보면 과거의 유산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알게 된다. 구한말 조선이 일본이나 구미열강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던 것은 통신체계, 즉 역참제뿐인가 한다. 조선은 한양에서 의주 부산 경흥 목포를 잇는 사통팔달의 역로(驛路)를 확보하고 있었다. 이 역참제도는 일본은 물론 열강 모두가 인정한 제도였다. 한양에서 띄운 파발을 불과 이틀 만에 부산에 도착시킬 정도로 역참은 효용성이 컸다.

이 말에 토를 다는 독자가 있겠다. 한양에서 부산으로 연결되는 두 도로 중 하나인 한양 여주 충주 문경 안동 경주 동래로에는 대략 30개의 역참이 설치되어 있었다. 역참의 거리는 평균 60리였다. 군왕이나 조정에서 긴급으로 하달한 파발은 각역참에서 말을 바꾸어 타고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말과 역군을 한번에 바꾸어 달리는 파발은 그야말로 번개(?)였다.

역참은 조선의 국가 조직이지만 역참이 국가의 통신만 전적으로 담당한 것은 아니었다. 양반사대부나 생활에 여유가 있는 백성들도 역참을 이용하여 가족 친지들의 연락을 주고받으며 조선의 통신문화를 꽃피운 것이다.

우정국 낙성식은 큰 행사였다. 이 행사는 군왕까지 관심을 보였고 미국과 영국의 공사들도 축하를 하려 참석할 정도로 국가적 행사였다. 참석자는 수백 명에 달했다. 연회장은 우정국안의 가장 큰 공회당안에 설치되었고 주연회장에 앉은 사람만도 수십 인이었다. 김옥균은 갑신일록에 연회장 참석자를 자신을 포함하여 18인으로 기록하고 있다. 윤치호는 자신의 일기에 김옥균과는 상이한 인원파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장에서는 김옥균의 기록을 따른다.

연회장 안에는 커다란 탁자가 마련되어 있고 북쪽 끝에 홍영식이 앉아 있고 정면 끝에 박영효가 마주보고 앉아 있다. 그리고 홍영식의 자리에서 좌측으로 김홍집, 전략균, 이조년, 목인덕, 민영익, 한규직 등이 앉아 있었다. 우측으로는 윤치호, 김옥균, 민병섭 등이 마주보고 있었고 뭘렌도르프 등 외국 공사들이 사이사이 끼어 있었다.

우정국 낙성식을 기록한 자료는 생각 외로 많다. 김옥균의 일기인 갑신일록이나 일본측 기록인 갑신사변록 등과 이 사건의 총체적으로 묻고 따진 '추안급국안'과 대략을 알 수 있는 승정원일기가 그것이다. 이 자료들은 조금씩 상충되고 상호모순된 부분도 있다. 김옥균과 윤치호처럼 같은 장소에 같은 시간에 있었던 사람들의 기록도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아마도 인간의 기억의 한계와 기록자 자신이 생각한 바에 따라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자 하는 심리학적인 어떤 일면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당대의 최고의 천재들이면서 기록의 신봉자(?)들인 두 사람의 기록임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