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은 물론 조선 팔도에 퍼져있던 도박 열풍은 심각한 것이었다. 신보(新報)는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사람이 두명만 모이면 도박을 한다. 도박은 골패 바둑 쌍륙 마작 등을 가리지 않는다. 바둑만해도 승패는 물론 몇집의 승부 차이까지 돈을 걸고 하룻밤에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바둑이 도박으로 변질하여 문제화 된 장면은 승정원일기와 좌우포청등록 등에도 보인다. 포도청 부장포교가 바둑으로 도박장을 만들어 일종의 하우수를 운영하다 적발되어 군왕에게 보고될 정도다.

필자는 바둑이 도박을 밑바탕에 깔고 조선 사회전반에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있었다고 본다. 다수의 기록과 복수의 외국인의 기록에서도 이 점이 확인된다. 자료 '신보'는 도박 바둑을 두며 단순 승패를 떠나 몇집을 이긴다는 접점에 내기를 거는 극한의 도박성을 고발한다. 단수를 친다와 아니다에 얼마, 내려선다와 아니다에 돈을 거는 내기 바둑은 흥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곧 패가망신을 부르는 일일 터이다.

신보 발행인 '미조르'는 조선을 안탑깝게 기록한다. 백성들은 가난하고 헐벗었으며 도박과 술 그리고 아편 등에 빠져 허우적대고 지도층들은 가렴주구와 정치적 음모에 빠져 참잠하고 있다 한다. 이 기록은 미국 일본 영국 등의 선교사들의 기록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랬다. 1884년 조선은 세기말적 병증에 무너지고 있었다. 나라가 나라의 꼴이 아닌 세상에서 사회변화의 에너지를 찾아 한줌도 안되는 에너지를 모아 정변으로 폭발시킨다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필자는 김옥균의 이 점을 존경하고 흠모한다. 인간이 신일 수 없고 완전할 수 없는 이상, 김옥균이 방전된 사회적 에너지 속에서 사회 변화의 단초를 제시한 정변을 이끌어낸 이 한가지만으로도 김옥균은 한국역사의 우뚝한 인물로 손색이 없다고 본다.

안중근 의사가 이또우를 쏜 것은 적당의 심장을 도려낸 것이라면 김옥균이 정변을 일으킨 것은 식물인간이 되기 일보직전의 조선의 심장에 심폐소생술을 펼친 것과 같은 것이다. 이 덕목 안에서 사소한 김옥균의 문제점들은 오히려 인간적인 것이겠다.

우정국 낙성식 날짜는 사박사박 눈이 오듯 다가오고 있었다. 그날 음력으로 10월17일은 양력 12월4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