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군란의 실패도 따지고 보면 명분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다수의 군졸들과 그들을 뒤에서 부추긴 대원군 세력의 지원만으로 한 세상을 뒤바꿀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조선왕조를 통털어 반정기도는 수십 건에 달하지만 반정에 성공한 경우는 중종반정과 인조반정뿐이다. 이 두 건의 반정에는 선명한 명분이 있었다.

태종과 세조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반정은 조금 경우가 다르다. 무력을 동원하여 쿠데타를 성공한 후에도 수년간 명분을 쌓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쳐 비로서 권력을 잡은 경우다. 중종반정과 인조반정에는 선명한 명분이 있었다.

폭정의 중단 - 중종반정.

불효한 군왕의 하야 - 인조반정.

연산군의 광폭정치는 일단의 반발세력을 태동시켰고 그들 반정세력의 폭정의 중단이란 선명한 대의명분 주장을 가능케 했다. 인조반정은 인목대비의 폐위라는 유교국가의 근본에 도전한 국왕의 하야라는 명분과 그것에 동조해준 민심을 잘 이용한 경우다.

이런 점에서 갑신정변이 성공한 정변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 작업이 조금  더 필요했다고 본다. 갑신정변의 대의명분은 너무도 쉽게 급조되었고 당대의 시류와도 엇박자를 내는 조악한 점까지 있어 민심을 얻기는커녕 범 개화세력이라 생각했던 자파 세력의 공감을 얻어내는 최소한의 정지작업도 실패를 하고 있다.

어쨌든 김옥균의 최종적인 지시(추안급국안의 심문자료. 조선은 역모사건에 수괴를 지목하는 작업에 많은 공을 들인다. 수괴자로 지목되면 사형방법도 부수괴나 추종자들에 비해 달라진다. 가족이 받는 형률도 비슷해서 역모사건 후 수괴와 부수괴를 놓고 역모자들이 다투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를 받은 서광범이 기안한 작전 계획은 이렇다.

갑- 거사일은 10월17일이다.

을- 홍영식(우정국당상)의 초대로 종로구 견지동 경평방 우정국에 제거대상을 최대한 모은다.

병-대상자들을 살해 또는 생포 하는 것을 신호로 (정,무,기)가 발동된다.

정- 금릉위의 전영(前營)이 도성으로 출동하여 합문 앞을 장악한다.

무-서광범의 좌영(左營)이 도성 밖으로 출동하여 도성을 봉쇄한다.

기- 이규완 황용택 윤경순 등 30명이 금릉위(박영효) 별채에 은거해 있다가 우정국작전을 지원한다. 서재필 사관생도들과 이창규의 보부상부대는 우정국 작전을 지원하고 일본군(150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작전은 전형적인 기습작전으로 반발세력을 일거에 제거하고 군왕의 신변을 장악하여 왕명으로 정변의 성공과 사후책을 포고하고 실행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