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날이 정해졌다. 1884년 10월 17일이었다. 작전은 간단했다. 우정국 낙성식을 빌미로 민씨척족들과 수구세력 다수를 모아 일거에 척살하고, 그것을 신호로 궁궐을 점거하여 군왕을 설득(?), 윤음을 반포하여 새로운 조정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작전에는 한가지 큰 결함이 있었다. 그것은 용산에 주둔한 천오백 명의 청나라 군대의 존재였다. 갑신정변의 자료에는 이 청군에 대한 대처 방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처 방법이 없다면 청군에 대한 최소한의 현혹이나 위무 작전이라도 전개하여 그들의 발목을 묶어 놓아야 했음에도 그 어떤 자료에서도 이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앞에서도 말했듯 청군은 일본군에는 못미쳐도 조선군보다는 월등한 전투력이 있었다. 청군은 점화식에서 발사식으로 탈바꿈한 소총으로 무장하고 영국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습득한 전투력까지 갖추고 있어 오군영 체계를 벗어나지 못하던 오합지졸의 조선군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필자는 갑신정변의 실패를 바로 이 점에 있다고 본다. 엄연한 청군의 존재를 무시(?)하고 벌인 정변의 감행은 도무지 불가사의다.

청군의 지휘자는 원세개다. 그는 야심만만한 젊은 지략가다. 원세개의 선임 마건충은 군왕의 아버지로 조선 권력의 화신과 같은 대원군을 눈한번 꿈쩍하지 않고 나포해 갈 정도로 청군은 기세등등했다. 이런 청군을 목밑에 놔두고 정변을 감행한 김옥균과 개화파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그것이다.

우정국은 근대식 우체국으로 전기 전차의 도입과 더불어 조선의 근대화의 싱징이라 할 수 있다. 우정국 당상으로 처음 임명된 사람이 홍영식이다. 개화파는 홍영식의 이름으로 우정국 낙성연의 초대장을 발부했다. 민영익 민태호 조영하 등 개화파의 반대 세력이면서 당대의 실력자들이 초청대상이었다.

민영익과 민태호는 민비의 측근으로 민씨척족의 중심이었고 조영하는 군부에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물로 언제라도 개화파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양자 사이에는 갈등도 있었다. 개화파는 이들의 갈등관계를 잘 이용하여 정변사업에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한꺼번에 처단한다는 조급함을 보이기도 한다.

정변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명분'이다. 도무지 선명한 명분이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것은 필자의 무능 탓인지는 몰라도 찾을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한 정변에는 '명분'이 돋보인다. 명분없는 정변으로 성공한 경우는 전두환의 쿠데타가 유일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