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을 쓰면서 정작 김옥균의 생김새를 묘사하지 않은 듯하다. 독자들은 몇 장의 사진을 통해 김옥균의 모습을 조금씩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박영효의 묘사를 통해 잠깐 김옥균의 기품과 취미 등을 소개한 바 있지만 김옥균의 얼굴모습이나 신체적 특성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사실 김옥균의 외모를 자세하게 기록한 자료는 거의 없다. 다만 겐요사의 보스 도야마미츠로(頭山滿)의 손끝에서 묘사된 김옥균의 모습이 한 점 있어 소개를 한다.

(김옥균은 피부가 여자처럼 희다. 얼굴이 상당히 큰 편이다. 골격이 굵어 장사(將帥)의 모습이다. 수려한 인품에 현란한 언변이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그 언변은 탄복할만하여 주변 사람들은 감복시킨다. 시문과 골동품 바둑 등 못하는 것이 없다.)

도야마와 김옥균의 최초 조우는 1885년 도쿄에서였다. 도야마는 자신의 수하 조직원들로부터 여러가지 김옥균의 면모를 보고 받고 첫 대면을 한 후 세상의 인재라며 당시로는 거금을 내놓아 김옥균의 망명생활의 자금을 제공한다.

도야마와 김옥균은  겐요사 무사들이 정변에 가담한 인연으로 연결된 사이지만 그들의 조우는 역사의 희극적 모습이랄 수 있다. 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떨치고 일어난 의사와 일국의 가장 추악한 폭력단의 보스가 의리라는 인간적 덕목(?)으로 인연을 쌓고 있는 모습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김옥균이 노량진에서 참수를 당하고 찢긴 시신이 백사장을 나뒹굴 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의 시신을 도야마의 부하들이 수습하여 일본으로 가 도쿄 혼간사(本願寺)에서 장례를 치뤄, 훗날 김옥균의 양자인 '김영진'이 혼간사에서 머리칼과 손발톱 몇 점을 수습하여 아산 음봉에 무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일본 폭력단의 공(?)이라고 보면 역사에서 선악을 따진다는 것이 참으로 민망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옥균은 재담이 능하고 온갖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 듯하다. 성격도 호불호가 분명하고 한편으로는 불같은 성정에 변덕도 죽이 끓는 복합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보인다. 역사에서 이런 성격의 소유자를 꼽으라면 '홍국영'이다. 혜경궁홍씨는 한중록에서 홍국영을 평가하기를  김옥균의 그것과 거의 똑같다. 정조도 이런 성격의 소유자였다. 홍국영은 정조를 도와 세상을 개혁하고자 동분서주하다 비명에 죽은 사람으로 김옥균과 비교되는 인물이다.

필자는 이 소설을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과 상상은 버리고 기록과 기록을 취하고 채울 수 없는 공간은 당시대의 시공간을 또 다른 역사의 기록을 유추하여 채우는 방법으로 쓰고 있다. 오늘날은 다큐멘터리 시대다. 서점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들도 근거가 있는 과학적 글쓰기로 쓰여진 책들이 각광을 받는다. 그러나 이 일은 쉽지 않다. 불과 백년전 사람이며 그것도 가장 유명한 인물을 그리는 작업에도 근거와 자료는 한줌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