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원군을 조속히 귀국시키고 청에 대한 조공 허례를 폐지할 것,

② 문벌을 폐지하고 백성의 평등권을 제정하여 재능에 따라 인재를 등용할 것,

③ 전국의 지조법(地租法)을 개혁하고 간리(奸吏)를 근절하며 빈민을 구제하고 국가 재정을 충실히 할 것,

④ 내시부를 폐지하고 재능 있는 자만을 등용할 것,

⑤ 전후 간리와 탐관오리 가운데 현저한 자를 처벌할 것,

⑥ 각도의 환상미(還上米)는 영구히 면제할 것,

⑦ 규장각을 폐지할 것,

⑧ 시급히 순사를 설치하여 도적을 방지할 것,

⑨ 혜상공국(惠商公局)을 폐지할 것,

⑩ 전후의 시기에 유배 또는 금고된 죄인을 다시 조사하여 석방시킬 것,

⑪ 4 영을 합하여 1 영으로 하고 영 가운데서 장정을 뽑아 근위대를 급히 설치할 것, 육군 대장은 왕세자로 할 것,

⑫ 일체의 국가 재정은 호조에서 관할하고 그 밖의 재정 관청은 금지할 것,

⑬ 대신과 참찬은 날을 정하여 의정부에서 회의하고 정령을 의정·집행할 것,

⑭ 정부 육조외에 불필요한 관청을 폐지하고 대신과 참찬으로 하여금 이것을 심의 처리하도록 할 것 등이었다. 

김옥균은 조선개화파의 중지를 모아 위의 14개 조항을 세상에 내걸고 발분했다. 역사가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김옥균의 급진성과 개혁성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 조항 속에는 개혁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4영을 폐지하고 육군대장을 왕세자에게 맡기라는 등의 조항은 오히려 역사를 퇴보시키는 독소조항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1조는 대원군의 복권을 말한다. 대원군의 복권으로 문벌폐지와 백성의 평등권 보장 같은 민주적이고 혁신적인 주장이 빛을 바래고 있다. 이것이 조선 개화파의 한계다. 14개 조항은 민씨척족의 퇴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말로는 백성과 조선의 미래를 겨냥하고 있지만 내실은 민씨척족을 타도하고 정권을 잡겠다는 복심인 것이다.

혁명의 역사에 선명하고 완전한 것은 없다. 혁명은 어느 한 사람의 일방적 힘으로 된 경우도 없다. 혁명은 하나의 작은 힘이 만인의 공분으로 모아져 터질때 비로서 역사에 기록되는 혁명이 된다. 어쨌든 김옥균은 칼을 빼든다. 역사는 이 사건을 갑신정변이라 이름짓고 삼일천하로 폄하한다. 그리고 김옥균의 준비부족을 말한다.

김옥균의 준비부족을 말하는 사가들의 말은 무력의 부실함을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김옥균을 골똘하게 살펴본 자료에 따르면 김옥균은 절대로 무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1883년 여름에서 84년 겨울까지 단 1년동안 김옥균은 무려 3천여 명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고 실제로 정변전야에 그 정도의 병력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