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의 믿는 구석은 일본공사만이 아니었다. 김옥균은 일본을 수시로 왕래하며 일본의 실력자들과 상당한 교분이 잇었다. 그중의 한사람이 후꾸자와유끼치다. 민영익이 나는 완고한 수구다라는 글을 발표한 '시사신보'의 발행인으로 당대 일본의 가장 유력한 지식으로 통한 인물이다.

후꾸자와유끼치는 대학을 세우고 신문을 창간하는 등 문화 사상 운동에 진력하면서 우익골수로 유명한 우찌다료헤이 등이 발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며 일본의 대륙진출의 사상적 이론적 기반을 만든 전형적인 맹목적인 민족주의자(?)였다. 그는 조선을 이렇게 말한다.

- 조선은 지금 사지가 마비된 환자다. 일본은 문명으로 조선의 스승이자 의사다. 죽어가는 조선에서 발을 빼선 안된다. 조선을 문명화 개회시키기 위해서 강력하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런 정신상태의 일본 지식인과 김옥균이 연결된 것은 유감이다. 김옥균은 후꾸자와를 선생으로 알고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그의 신세를 지기도 한다. 후꾸자와의 편의를 제공받은 사람은 김옥균뿐만 아니다. 박영효가 한양 저동에 박문국을 설치하고 '한성순보'를 발간한 것도 후꾸자와의 자금지원이 있었던 때문이다.

김옥균에게 영향을 끼친 일본인은 후꾸자와 외에 겐요사(玄羊社)라는 일본 폭력조직이 있다. 겐요사는 막부시대 인물인 '요시다쇼인'을 기리는 사무라이 조직으로 '후찌다료헤이'라는 인물이 조직을 가다듬어 1880년대 일명 고구료가이(黑龍) 활동을 전개하여 악명을 떨친다.

겐요사는 조선에서 임오군란이 발생하자 백여 명의 조직원을 조선과 청나라에 보내어 정탐활동을 전개, 일본 내각의 마음을 사로잡는 성과를 보여 깽패조직에서 단숨에 애국조직으로 발돋움을 한다. 겐요사는 훗날 일본 육군의 첩보조직으로 발전한다.

한양에 들어온 겐요사 요원들은 도야마미츠로의 수하들로 겐요사 중의 겐요사라 할 수 있다. 도야마는 겐요사 보스자리를 이어받아 일본의 전설적 우익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도야마는 일본 수상들과 대면을 하여 임무를 부여받는가 하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정도로 힘이 있는 자였다.

김옥균이 한양에 들어온 겐요사 요원들과 연결된 것은 운명이다. 김옥균은 그들을 일정부분 신뢰하고 의지하려 했다. 이때의 인연으로 김옥균은 도야마미츠로와 교분관계를 유지했고 일본망명 생활을 전적으로 '수나메하지메'라는 도야마미츠로의 부하의 보필(?)을 받으며 살게 된다.

이 점에서 우리는 김옥균의 한계를 실감한다. 김옥균의 꿈과 이상이 아무리 숭고하고 높다해도 그를 에워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 이렇다면 그의 꿈과 이상이 굴절되는 것은 필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