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쟁기(雨中爭碁).

그날 비오는 밤에 일본공사관 객실에서 두어진 한판의 바둑은 인간 김옥균뿐만이 아니라 조선 개화파의 미래와 다가오는 조선의 20세기를 시험받는 중요한 것이었다.

"좋소. 적극 협조하겠소이다."

다께조에는 김옥균의 말에 적극 찬동했다. 김옥균은 이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김옥균은 나의 뒤에는 일본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자신과 개화파의 진로를 결정하지만 이 결정은 너무 성급한 것이었다. 1883년 여름 일본은 아직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일본은 이후 10년 후에 단독작전이 가능한 군대를 해외로 파병하기 시작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께조에가 한양에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고작 1개 중대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다께조에 독단으로 움직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김옥균이 정변을 일으켜야겠다고 작심을 한 시기는 파악되지 않는다. 수다한 김옥균연구 논문이나 김옥균의 저작으로 알려진 복수의 책에서도 정변을 작심한 단서는 찾을 수 없다. 다만 박영효를 보필하다 죽은 노비 "가리"의 문초기록에 이 물음에 가장 접근된 답이 보인다.

- 청군의 패악을 보고 나리들(김옥균 박영효)이 마음을 먹은 듯합니다.

정변 후 의금부와 포도청 한성 등의 문초를 받고 참수 유배 또는 노비로 지방 관아로 보낸진 사람은 수백 명에 달한다. 그들 개개인의 문초기록 태반이 자료로 존재한다. '가리'는 노비다. 그가 말하고 있다. 청군의 패악에 나리(지도자)들이 분노했다고.

필자는 김옥균이 정변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한 계기가 임오군란의 혼란상에 있다고 본다. 그것이 필자만의 생각이 아닌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료가 필요하다. 그 자료가 '가리'의 육성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가리의 육성은 아마도 필자가 처음 본 자료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옥균의 연구가 수십 편의 논문으로 정리가 되어 있고 유수한 필자들의 저서가 셀 수 없이 출간되어 있지만 이 자료의 언급을 보지 못햇으니 필자의 생각이 맞을 것이다.

가리의 기록은 매우 중요한 사료라고 본다. 비록 소수의 독자들을 상대로 공개(?)하는 자료지만 이 공개는 중앙지의 한 면을 할해 받을 수 있는 자료다. 믿기지 않겠지만 필자가 소설 [청룡도]에서 공개했던 자료가 중앙일간지에 톱으로 소개된 바 있다면 독자들도 수긍이 갈 것이다. 이 자료는 조만간 역사학회지를 통해 필자의 발굴비화 형식으로 소개를 할 것이다. 참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