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변전야, 이규완의 활약은 눈부셨다. 이규완은 김옥균의 수족이자 복심이었다. 그들은 의기가 맞는 동지이자 혈기가 왕성한 열혈  장부였다. 두 사람은 바둑으로 다져진 이심전심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고수였던 이규완은 김옥균을 스승이자 자신의 선대의 한을 풀어줄 귀인(貴人)으로 알고 주군으로 모셨다. 이규완은 포도청에서 가혹한 고문을 당하며 김옥균을 이렇게 토로한 바도 있다.

(그와 나는 바둑친구다. 그와 나는 한몸이다.)

이 말은 '추안급국안'이란 자료에 나오는 말이다. 추안급국국안은 반역죄를 심문한 의금부자료로 바둑에 대한 몇가지 기록도 있기에 흥미로운 자료다.

이규완이 미친 듯 저변을 누비며 사람을 모으는 순간 조정은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임오군란 직후 다시 조정을 틀어쥐고 좌지우지한 민영익의 생각은 고루하기 짝이 없다. 시사신보(時事新報)에 실려 있는 민영익의 육성이다.

(나는 외국을 유람하며 문물을 볼 때마다 더욱 수구(守舊)를 해야 된다 생각했다. 임오군란 후 서양의 여러 제도를 들여와 써봤지만 조금도 효과가 없었다. 또 폐해도 심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나. 우리는 상하 모두가 우리의 법을 귀중하게 알아야 한다. 오늘부터라도 '대전회통'을 금과옥조로 삼아 털끝만큼도 어기지 않고 상하사민(士民)이 준수한다면 안될 게 없다. 그런 후 국가를 개혁해야 한다. 나는 완고수구(頑固守舊)다.)

민영익은 민씨척족들 중에서 탁발한 사람이다. 조선이 망한 후 중국에 망명해 있다가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보고 자신의 사비를 털어 변호사를 구해 그를 구명할 정도로 인간미도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사이 조선에서 가장 막강한 세도가였다. 이런 인물의 세계관은 지극히 조잡하다. 민영익의 주장은 이렇다. 그냥 이대로가 좋다는 것이다.

민영익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현실을 잘 다스려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은 조선의 보수적 선비들은 모두 하던 말이다. 유성룡도 김상헌도 심지어 율곡 이이도 십팔번으로 하던 말이다. 그것이 유교의 우산 아래 사는 조선 지식인들의 한계(?)다. 책은 책이고 나는 나다,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절름발이 사유. 필자는  그것이 조선망국의 원인은 아닌지 생각한다.

충의계는 신영모외 10여 명의 초입장교들의 모임으로 그들은 왕십리 답십리 등에 흩어져 살던 양영의 군졸들이었다. 양영(兩營)은 임오군란 후 곧바로 오영체계로 다시 복귀됐다. 과거의 오군영으로 회귀한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오군영과는 약간 면모가 달랐다. '좌영' '우영' '전영' '후영' '중영'으로 부대명을 바꾼 오영은 각 부대마다 오백명 편제로 과거의 오군영보다 오분의 일로 축소된 규모다. 열악한 재정 탓이지만 조정은 대략 삼천 명 정도의 이 약소한 부대도 운영할 능력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