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김옥균 김홍집 김윤식을 개화파라 부르고 그들이 함께 활동한 정치적 공간을 개화당이라 부른다. 그러나 역사도 일종의 과학이라는 사실주의 역사가 각광을 받으면서 구한말의 조선의 개화파는 여러가지 이름으로 규정된다. 작명가들이 많다보니 이름도 여러가지다.

급진개화파.

온건개화파.

변법개화파.

시무개화파.

이 말은 철학과 사상을 공유하면서 조선의 미래를 생각하자던 개화파가 사분오열되었음을 말해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실재했던 역사적 사실을 후대에 문자로 재단한다는 것은 재단 즉시 오류가 나기 마련임을 우리는 안다. 여름 장마철에 휩쓸고 간 계곡의 물길 자리를 보고 실개천 물이니, 산에서 든 물이니, 아니 그냥 하늘에서 쏟은 물임을 따지는 것과 같은 경우다.

김옥균 김홍집 김윤식 이 세 사람은 구한말에 태어나 자신의 생각과 인간면모로 각기 도생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로를 인정하면서 한편으로는 서로를 경원시하면서 목전의 자신의 생업을 살아내기 바쁜 사람들이기도 했다.

김홍집은 정변 후 김옥균을 간신이라 표현했다. 김윤식은 정변을 알고 곧바로 원세개를 찾아가 군사출동을 부탁한다. 김옥균이 정변 후  이 두 사람을 각기 한성판윤, 예조판서로 천거하여 임명한 행동과는 전혀 상치된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적은 아니라는 김옥균의 생각에 이 두 사람은 정면으로 들이치고 있다.

그렇다고 김홍집 김윤식을 배신자라 낙인 찍기도 곤란하다. 이들도 시대의 공간 안에서 나름 조선의 미래를 놓고 고민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훗날 김윤식은 김옥균을 인간적으로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속음청사의 기록이다.

온 나라가 김옥균을 역적으로 성토했다. 나도 그에 동조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도 애국에서 행동한 것이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본다.

정변의 동조자가 아닌 진압의 중요 책임자 자리에 있었던 김윤식은 김옥균을 이렇게 애증으로 대한다. 얽키고설킨 정치적 이해관계와 인간적 갈등관계를 어떤 학문적 틀 안에 넣고 좌우를 정리한다는 것은 무모하고 엉뚱한 일이다. 시대는 폭풍전야였다. 이규완은 이 여름장마가 닥칠 듯한 여름밤의 적막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여 충의계(忠義契)를 김옥균에게 가져다 바친다. 충의계는 일종의 하나회 비슷한 조선하급 무인들의 모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