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국, 입단 36년만에 감격의 入神 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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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국, 입단 36년만에 감격의 入神 등정

2006-11-16 프린트｜스크랩

바둑의 프로는 오직 승부로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승부만이 프로기사의 전부는 아니었다. 15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재 서울올림픽파크텔 1층 대연회장에서 열린 양상국 9단의 ‘入神 축하연’은 토너먼트 승부만이 프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모범 사례였다.

1970년에 입단한 그는 20년간 각 기전 본선무대에서 활약했지만 토너먼트의 승부를 거론할 때 김인, 조훈현, 이창호처럼 팬들이 기억해줄 만한 일류의 프로는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치열한 토너먼트 현장에서 벗어나 대중을 향해 눈을 돌린 그는 분명 일류의 프로였다. 89년부터 한겨레신문 관전기를 맡으면서 독서, 등산에 심취하며 바둑문화 보급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프로의 양식은 팬들의 성원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바둑문화 전도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90년부터 EBS-TV의 바둑해설을 맡아 17년간을 꾸준히 노력해왔고 96년부터는 성균관대 사회교육원 바둑학과 주임교수를 겸임, 10년 동안 대중의 바둑문화 보급은 물론, 그 질적향상에 기여해왔다. 축하연무대에서 ‘성석회(EBS-TV 바둑동호회)’와 한국은행 바둑동호회로부터 전해진 기념패와 감사패는 그 오랜 세월의 노력에 대한 증표의 일부일 뿐이다.

축하연을 주관한 ‘초지회(初志會)’ 1기~10기의 회원들은 그를 ‘양상국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성균관대 사회교육원 바둑학과가 배출한 이들 또한 그의 ‘위대한 보급프로인생’에 대한 훈장이다. 축사에 나선 김정기 박사(전 방송위원회 위원장,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총장)는 ‘프로기사의 위대한 점은 다른 사람들이 놀이로 즐기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것’이라며 사람들에게 바둑문화의 즐거움을 서비스하는 문화봉사자로서의 노고를 치하했고 뒤이어 무대에 오른 윤양하 한국영화인협회 회장은 ‘많은 팬들이 칭송하는 양상국의 프로인생 40년은 모두 이 분의 내조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면 부인 박성애 여사와 가족을 소개, 하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축사에 이어 무대에 오른 양상국 9단은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목이 메인 감격의 말로 하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현역 프로지만 오래 전에 토너먼트 승부를 떠났다. 바둑문화보급의 프로가 내 역할이며 거기에 나의 기사생애를 걸었다. 오늘, 여러분의 축하와 성원 역시 내가 선택하고 걸어온 길을 더욱 열심히 가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었다.

바둑계는 물론, 각계각층에서 모인 300여명의 하객들이 진심에서 우러난 박수를 보냈다. 박수를 보내는 그들의 마음은 모두가 하나였을 것이다. 한국바둑의 어떤 프로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보내는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 누가 그에게 ‘타이틀 하나 가져본 적 없는 시시한 보급프로’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는 틀림없는 일류의 프로였다. 입단 36년만의 入神 등정. 그 안에 담긴 보통프로의 오랜 각고와 노력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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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옥이

｜ 2006-11-30 오후 5:14:00 [동감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