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들 앞세우고 신화 재현 나선 조훈현-이창호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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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들 앞세우고 신화 재현 나선 조훈현-이창호 사제

2006-09-09 프린트｜스크랩

일본의 사무라이 요다 노리모토(衣田紀基)에게 불의의 일격을 허용해 7년 연속우승의 신화를 놓쳐버린 한국바둑이 역대 최강의 국가대표팀을 구성하고 우승 탈환에 나섰다.

제8회 농심신라면배 국가대표 선발전을 끝까지 지켜본 관계자들은 이번 대표팀이 '역대 최강'이라는 데 털끝만큼의 이견이 없다. 대표팀의 얼굴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과연, 그럴 만하다. 시쳇말로 '구멍이 없다'고 할 만큼 고른 '강미(强味)'가 느껴진다.

환상의 드림팀이 선발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기원이 이번 대회부터 국내랭킹 상위 기사들이 초반에 격돌해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조별 시드를 배정해 분산한 데다 지난해까지 이창호를 먼저 와일드카드로 고정 지명하던 규정을 고쳐 선발전이 끝난 이후에 와일드카드를 지명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창호가 선발전에서 탈락하면 그때 와일드카드로 지명하고 선발전을 통과할 경우에는 탈락자 중에서 대표팀에 가장 이상적으로 부합하는 기사를 지명한다는 게 지명권을 가진 농심의 생각이었다.

한국기원과 농심의 의도는 가장 이상적으로 적중했다. 이창호는 '신뢰의 브랜드'답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력으로 국가대표 티켓을 거머쥐었고 사전 시드 배정으로 분산된 상위 랭커들도 예상대로 선발전을 통과했다. 한국기원은 역대최강의 대표팀 구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했고 농심은 와일드카드 지명의 여유를 확보한 것이다.

선발전을 통과한 기사는 신산(神算) 이창호(랭킹1위)에 85년생 황소클럽 최철한(랭킹3위), 박영훈(랭킹4위), 원성진(랭킹9위). 이 중 ‘원성진의 랭킹9위는 저평가’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감(전문가들이 재평가한 원성진의 체감랭킹은 6~7위다)이고 보면 매년 '농심 징크스'에 시달려온 이세돌(랭킹 2위)이 이번에도 불운을 벗어 던지지 못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최강의 라인업이다.

최근 약간 가라앉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세계가 뒤를 좇는’ 이창호의 안정감은 여전히 세계최고. 새삼 설명이 필요 없다. 스포트라이트는 황소클럽으로 쏟아진다. 소년기를 지나 청년기로 접어든 이들은 농심 신라면배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는 인연을 공유하고 있는데 같은 나이면서도 각각 뚜렷하게 다른 ‘승부에 강한 소’의 개성을 보여준다.

◀이창호 9단

승부에 강한 소? 문득 허영만 화백이 크게 히트시킨 만화 ‘비트’가 생각난다. 나중에 정우성, 고소영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더욱 잘 알려진 이 만화의 주인공 이민의 별명이 ‘누워 뜨는 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면에서 불우하지만 얼굴 잘 생기고 싸움 하나는 끝내주는데(뭐, 만화 주인공들은 대부분 그렇지만) 한국 프로바둑의 황소클럽 멤버들이 바로 그렇다는 얘기다.

우선, 최철한은 ‘사나운 소’다. 사실, 훨씬 이전 일본 관서기원에 ‘맹우(猛牛)’라는 별명을 가진 하시모토 쇼지(橋本昌二)가 있었으니 원조란 말은 양보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사나운 소’다. 얼마나 사나운가. 천하의 이창호가 ‘저 친구는 정말 껄끄럽다’며 고개를 저을 정도다. ‘맹독’이나 ‘독사’라는 별명도 최철한의 맹렬한 이미지를 잘 표현해준다.

◀최철한 9단

박영훈은 ‘침착한 소’. 실리와 두터움의 밸런스가 좋고 끝내기가 발군인 것까지 젊은 프로들 중에서 이창호와 가장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창호 이후로는 박영훈시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박영훈 9단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하는 바람에 갖춘 기량보다 저평가되고 있다는 평판을 듣는 원성진은 ‘끈질긴 소’다. 난전의 수읽기가 뛰어나고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래인 최철한, 박영훈에 비해 한 걸음 뒤진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든 추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2006 한국바둑리그에서 이창호를 격파했고 이번 선발전에서도 랭킹 2위 이세돌을 반집으로 밀어내는 등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원성진 7단

이미 포만감에 젖을 만큼 탄탄한 진용. 그것은 농심이 와일드카드 지명을 놓고 랭킹2위 이세돌과 랭킹7위 조훈현 사이에서 고심하다가 조훈현 쪽으로 기운 이유이기도 하다.

선발전을 거친 대표팀은 이미 중국, 일본에서 어떤 대표팀이 구성되든 압도할 만한 위용을 갖추고 있으니 와일드카드 지명은 경륜과 대외적 지명도 등을 더 고려했다는 뜻이다.

◀조훈현 9단

이세돌 - 농심 신라면배 1차전 해설
‘농심 징크스’에 시달려온 이세돌 역시 와일드카드 지명에 희망을 가지긴 했었지만 조훈현의 지명에 큰 불만은 없다. 나이 50을 훌쩍 넘기고도 ‘전신(戰神)’이라는 애칭을 얻을 만큼 눈부신 무용(武勇)을 보여주고 있는 조훈현이 비록 랭킹에서는 좀 밀리지만 기량, 지명도, 세계대회 경험 등 무엇을 따질 때 대표팀의 일원으로 부족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세돌은 그 아쉬움을 베이징대회 해설 전담으로 달랜다(이세돌은 9월 12일부터 16일까지 펼쳐지는 본선 1~4국을 사이버오로에서 모두 해설한다).

이제 신화 재현을 위한 충전은 끝났다. 대표팀은 9월 12일 오후 3시(현지시각 오후 2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우승 탈환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지난해 한중전의 틈새시장에서 카리스마 요다의 활약으로 우승 대박을 터뜨린 일본은 그 요다를 중심축으로 ‘헤이세이(平成)의 황금날개’로 불리는 다카오 신지(高尾紳路), 하네 나오키(羽根直樹)와 삼성화재배 준우승 경험자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 ‘관서의 기수’ 이마무라 도시야(今村俊也)가 출전한다.

그 옆에서 다 잡은 우승을 놓치며 땅을 쳤던 중국은 선발전을 통해 부동의 랭킹1위 구리(古力), 출중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스타 콩제(孔杰- 랭킹4위), ‘원숭이왕’ 왕레이(王磊- 랭킹10위), 신인왕 출신의 펑첸(彭筌- 랭킹15위), LG배 준우승 특전으로 선발전 없이 대표팀으로 직행한 천야오예(陳耀燁- 랭킹 12위)가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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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어억2

｜ 2006-09-09 오후 1:03:00 [동감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