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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이창호시대의 투톱 이세돌과 최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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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뀐다. 전관왕의 위업을 세 차례나 이룩하고 89년 잉씨배를 제패, 초대 세계바둑황제로 등극하며 변방의 한국바둑을 단숨에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었던 절대자 조훈현. 그가 황제등극의 기쁨이 채 식지도 않은 수년 뒤 코흘리개를 막 벗어난 뚱한 표정의 아이에게 권좌에서 밀려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순리다. 강한 것은 쇠하고 쇠한 것은 사라지는 만고불변의 진리. 조훈현을 절대자의 권좌에서 밀어낸 뒤 그보다 더 크고 짙은 그림자로 세계를 덮어버린 이창호의 무적시대 역시 어느새 10여년을 넘어섰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창호의 시대는 변함없으리라고. 이세돌, 최철한의 공세에 그 일각이 허물어져도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세계무대에서 간간이 실족하는 것과 같이 이창호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아주 사소한 일일 뿐이라고.
그러나 세상은 바뀐다. 사람들은 이창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10여년 전 그들이 조훈현에게 보내주었던 바로 그 믿음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들이 한때 조훈현을 절대자로 믿어 의심치 않았듯이 지금 이 시간 절대자로 믿어 의심치 않는 이창호 역시 언젠가는 그 권좌에서 내려오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절대자를 예언하듯 4년을 주기로 돌아오는 잉씨배를 연속 제패한 기사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 시대 최고의 타이틀 콜렉터 이창호도 잉씨배 연속 제패만은 이루지 못했다. 초대 조훈현, 2대 서봉수, 3대 유창혁, 4대 이창호. 그 신화의 바통을 이어받은 기사가 국내에서 이창호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영토를 양분한 최철한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최철한의 신화는 진행형이다. 아직은 실패도 성공도 아니다. 신전의 예언자로부터 내려진 신탁을 구현하듯 신화의 완성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으며 신탁의 첫번째 결과는 2005년 초 중국 창하오와의 결승5번기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아울러 이 대회전이 최철한의 승리로 끝난다면 그것은, 한국의 잉씨배 5연속 제패의 신화를 잇는 절대자의 세례식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최철한의 최대 목표인 잉씨배 우승은 신화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다. 잉씨배 우승 이후 그는 이창호의 뒤를 잇는 신화의 완성자로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거기, 한발 앞서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의 아성을 무너뜨린 이세돌이 존재한다. 승부의 편차가 심하다는 단점이 노출됐어도 일단, 시동이 걸리고 가속이 붙으면 그 누구도 따라잡지 못하는 최고의 스프린터가 바로 이세돌이다. 그는 최근 도요타덴소배 결승에 오르며 재도약의 기지개를 켰다. 누구든 세계정상을 꿈꾸고 있다면 먼저 이세돌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9월 3일 속개된 제9회 삼성화재배 16강전은 21세기 한국바둑영웅전 서반의 주역들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이세돌(2003년 LG배 우승, 2002, 2003년 후지쯔배 연속 우승, 2004년 도요타덴소배 결승 진출), 박영훈(2004년 삼성화재배 준우승, 2004년 후지쯔배 우승), 최철한(2004년 잉씨배 결승 진출), 송태곤(2003년 후지쯔배 준우승). 이들은 이미 바둑가의 관측자들로부터 포스트 이창호시대의 신 사천왕으로 불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세돌, 최철한은 강력한 투톱으로 꼽힌다.
신 사천왕 중에서 가장 먼저 이창호의 아성을 무너뜨린 이세돌이 세계무대를 통해 이창호를 극복했다면 그 뒤를 쫓고 있는 최철한은 철저하게 국내무대에서 이창호제국의 일각을 허물었다. 또 최철한이 잉씨배 결승진출로 한국의 잉씨배 5연속 제패라는 신화의 바통을 이어받는 절대자의 세례식을 꿈꾸고 있다면 이세돌은 도요타덴소배 결승진출로 이창호의 뒤를 이어 도요타 자동차의 키를 넘겨받는 권좌이양의 상징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야말로 난형난제인데 더 재미있는 것은, 지난 5월 20일 속개된 제9회 LG배 8강(국내 기사 이창호, 이세돌, 유창혁, 조한승, 원성진)에 신 사천왕 중 이세돌의 이름만 올라있는 반면, 9월 16일 대만에서 막이 오르는 새로운 세계대회 JP모건 중환배에는 이세돌만을 제외한 신 사천왕이 출전한다는 것. 선발전을 거치지 않는 국가별 초청이라 국내 타이틀보유자 순으로 멤버가 구성됐기 때문인데 묘하게도 균형을 맞추듯 엇갈리게 된 것이다.
이세돌과 최철한의 경쟁은 두 기사 모두 공격적 기풍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정상의 결전, 조훈현-이창호 사제의 창과 방패, 이창호-이세돌의 방패와 창의 격돌이 아니라 창과 창, 칼과 칼이 난무하는 전방위 공격의 격돌이다. 두 기사는 상대의 세력권 내에 뛰어들어 살아나오는 타개의 과정마저도 공격적이다.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이세돌의 힘은 감각과 속도를 배경으로 하고 최철한의 힘은 두터움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세돌과 최철한의 통산전적은 이세돌을 기준으로 5승 1패. 이세돌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이런 기록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정예들의 바로미터가 될 수는 없다. 통산 상대전적에 무관하게 이세돌, 최철한이 포스트 이창호시대의 투톱으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이 될 것이라는 예감은 9월 23일, 한 자리밖에 남지 않은 제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국가대표를 걸고 정면 충돌하게 됐다는 사실에서 더욱 강렬해진다. 박력만점의 명승부. 미리 보는 포스트 이창호시대 투톱의 라이벌전이랄까.
 사실, 포스트 이창호시대의 라이벌전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아직은 이창호의 시대이며 이 시대의 몰락이나 붕괴를 논하기에는 그 기반이 너무 안정적이다. 올해도 국내 상금랭킹 2위 왕위전에서 최강의 도전자 이세돌을 물리치며 타이틀 9연패(10기 제패)를 이룩했고 상금랭킹 1위 LG정유배에서는 일찌감치 결승에 선착해 통산 5기 제패를 노리고 있다.
또 KBS바둑왕전에선 조한승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패자조로 밀려났으나 패자결승에서 이세돌을 뿌리치고 다시 결승에 올라섰으며 최철한에게 빼앗긴 국수, 기성전에서도 한발, 한발 수복의 사다리를 올라서고 있다. 국내외 타이틀 지분으로 보나 각 기전 본선의 추이로 보나 이창호의 시대는 여전히 반석과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포스트 이창호시대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거기에, 정체하지 않고 나아가는 21세기 한국바둑의 꿈과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꿈과 희망이 이세돌과 최철한의 시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이세돌, 최철한 뿐일까. 박영훈, 송태곤도 있고 지금은 한발 뒤져 있지만 언제든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조한승, 원성진도 있고 그 뒤를 잇는 신진 기예들이 있다. 바로 이들이 한국바둑의 새로운 영웅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우리에게 더 큰 욕심이 있다면 지금도 젊은이들과 마주 앉기만 하면 눈빛이 푸르러지는 조훈현이 좀더 오래 이들 곁에 남아주는 것. 그 활화산 같은 열정을 이들 가슴에 심어주는 것. 그리하여 이 시대의 모든 아이들이 플르타크영웅전을 내던지고 한국의 젊은 승부사들의 눈부신 활약을 그린 21세기 세계바둑영웅전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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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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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바둑왕"에서도 보았듯이, 바둑 드라마는 바둑의 수보다는 그 배경과 그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이겼을때와 졌을때의 인간적인 그리고, 시대적인 비교만으로도 극한 재미가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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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말엽부터 21세기의 세계바둑영웅전을 소설로 혹은 만화로 그리고 드라마로 만든다면, 정말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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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은 진부하다...남들 다 아는 글 말고 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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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sodj |
｜ 2004-09-18 오후 4:1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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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http://cafe.naver.com/pianolove/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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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톱!! 이창호까지 합하면 쓰리톱! 윙에 박영훈 송태곤! 센터에 유창혁,조훈현,,히 베스트 11을 선정해주세요!!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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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바2002 |
｜ 2004-09-29 오전 2:5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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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바둑,양궁.핸드볼,탁구,기능올림픽---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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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다니요? 진한감동으로 엮어주시니 고마운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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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진부하다고 느끼시면, 함 직접 써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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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의 cpx현황판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자랑스럽고 부듯해져 오는 느낌은 바둑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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