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한국의 현대 바둑사에 대해 약간은 쓰고 싶었다.

뭐랄까, 이런 거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그런 맘이 들었다.

그래서 쓰는데 쓰다 보니 이거 만만찮은 일이구나 싶다.

이미 길에 들어왔으니 어떡할까. 힘에 겨운 일이지만 쓰기로 했다.

읽는 분들에게 미리 몇 가지 말씀 드리면 무지(無知)의 값은 덜겠다.

1) 이 글 쓰는 사람은, 60년대에 바둑을 접했고 70년대에 맘먹고 공부했으며 80년대에 프로기단에서 활동한 사람이다. 즉, 풍속과 감각이 오늘과는 현저히 다른 시절에 바둑계에서 지냈었다. 요즘에는 그때만큼 잘 어울리지 못한다. 나이가 든 것이다. 이렇게 빨리 이 시간이 올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2) 70년대 말 대학 2학년 때 전공을 사학으로 바꾸려 했는데 성적이 많이 부족했다. 그 연유를 접한 어느 여학생이 크게 웃더라는, 그때의 장난끼 만만찮았던 친구의 말이 기억난다. 역사는 인연이 먼 영역인 것을 지금도 알겠다.

3) 현실의 앞뒤를 고찰하려는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대체로 비판이나 비관이 강한 법. 우선, 현실에 대한 아쉬움 없으면 글 쓸 생각도 일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낙관적인 기질이 나이 들면서 점점 강해지는 이치를 몸으로 약간 느낀다. 담지 못한 낙관이 있다면 뒷날엔 다른 견해 일어나 밝혀주리.
 

약간의 예시랄까, 한계를 자각하고 있음을 알려드리는 것도 좋겠다.

다음 두 개의 감상은 첫째 글과 둘째 글을 쓴 다음의 인상이었는데, 곧 게재될 글에 대한 자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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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글을 쓴 후의 감상

쇠퇴. 그런 표현 쓰고 보니 마치 이 글이 비관적인 전망을 담고 있는 듯도 싶다.

그러나 비관은 말하고픈 현실이 아니다. 70년대 바둑을 배우고 80년대 활동했던 사람이기에 아쉬움이 담긴 글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아쉬움을 표현할 힘이 부족한 때문에 글의 전반적인 톤이 다소 우울한 기분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글은, 6년 전 쯤에 우울증 약을 끊을 수 있었다. 가벼운 정서장애를 10년 가까이 약으로 치료했던 것인데, 뭔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기에 갈등이 있었다. 

우울도 하나의 감정이기에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감정은 대개의 경우 무시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감정이 현실의 의미를 들려주는 것은 그 하나의 근거.

한편의 글이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는 없겠다. 지나간 시대의 사람이 돌아보는 글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그럼에도 사회학적인 분석이 약간 들어간 것은 현실의 구성요소를 들여다보고 싶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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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글을 쓰고 난 다음 잠시 훑어보니

스스로 물어본다.

예(藝)를 강조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기분 주는가?

폭포수 되돌리고자 하는가?

세상은 넓고도 다양하다.

위기라고 판단했는데, 그 판단은 진단이 틀린 데서 온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진단을 듣고 싶다.

다행히 균형은 홀로 잡을 수 없는 것.

너와 내가 서로 다른 이해를 하기에 세상은 균형을 잡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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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합해서 15개 정도, 쓰고 싶은데 어렵다. 미처 담지 못한 주제는 어딘가에 살아있으리.

- 2013년 1월 문용직 씀.

** [모티프 한국 현대바둑사]는 매주 화, 금요일 업데이트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