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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시간과 창의성
2013-05-21     프린트스크랩
▲ 이 한 장의 사진, 대국 직전 정신을 가다듬는 승부사의 표정만으로도 치열 한 바둑의 내용이 읽히지 않는가. 바둑은 몸으로 먼저 느끼는 놀이다.




<문용직의 수담
手談한담閑談●>
봄날의 세우(細雨)처럼 (3편)


 

4-3. 바둑은 먼저 몸으로 하는 놀이

 

아마도 누구나 동의할 것으로 보는데 어떨까.

 

바둑은 몸으로 먼저 느끼는 놀이다. 아마추어에게는 쉽게 인식되지 않겠지만, 프로의 수준에 다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 많은 경우에 착수의 힘을 몸으로 느낀다고 답할 것이다. 명인 국수들의 바둑에서 우리가 생명력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머리로 오는 것에는 건조함을 느끼지만 몸으로 오는 것에는 적셔진다. 아니, 아마추어도 몸으로 느낀다. 무의식적인 몸의 느낌을 의식하는 강도가 다를 뿐이다. 의외의 수를 당했을 때 얼굴이 붉어지고 맥박이 빨라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알려져 있다시피 바둑에서는 추론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나 체스에서 요구되는 것 이상의 공간적인 파악 능력이다. 공간적인 파악 없이는 추론할 그 어떤 정보도 자료도 없기 때문이다.

 

아니다. 그 이상이다.

바둑은 형상을 갖고 논다.

아니다. 그 이상이다.

바둑은 서정적(抒情的)인 놀이다.

 

바둑에서 발달한 언어를 보라.

그 얼마나 시각적이고 촉각적이며 또 미각적인가. 또 얼마나 운동을 잘 드러내고 있는가. 인간은 운동하는 존재. 우리가 무언가 사고한다는 것은, 대개의 경우 공감각적인 연상을 동반한다. 움직이는 연상.

 

(1) 바둑의 언어

------------------------------------

가볍다, 두드리다, 끌어내다, 아프다, 짜다, 날렵하다, 젖히다, 느슨하다, 누르다,

철주(鐵柱)를 내리다, 귀후비기 ...

------------------------------------

 

()은 끌어내져야() 하는 것.

바둑은 감성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

 

그렇다. 이 글의 제목은 여기서 왔다.

 

바둑을 둘 때, 전체적인 국면을 바라볼 때에는 시간을 가져라. 그리고 자신의 느낌(감정이 아니다)에 자신을 맡겨라. 잠시 쉬도록 하라.

그것이 적당히 이완되고 또 적당히 긴장된 상태에서의 시간이다.

 

잠시 머무는 시간이 없으면 행동을 해도 착수를 해도 단지 반응하는 것일 뿐이다.

음식을 먹을 때 눈과 몸으로 먼저 음미한 이후에 먹는 것과 허겁지겁 먹는 것을 비교해보라. 우리의 몸은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4-4. 몸을 가두지 말라

 

예를 들어서 보면 도움이 될 듯하다.

바둑을 가르치는 도장에서 본 것인데, 아이들이 주의가 산만하다고 해서 팔짱을 낀다든가 해서 아이들의 행동을 묶어두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것은 좋지 않다. 특히나 팔짱을 가슴 앞에 끼는 것은 대단히 부정적인 자세인데, 가슴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곳이다. 우린 앞을 향해서 걷지 않던가. 그래서 등은 딱딱하지만 가슴은 부드럽지 않은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곳을 닫아거는 행위는 내면을 닫게 만든다. 당장의 안전감은 잠깐 주겠지만.

 

우리의 의식은 뇌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치 맛이 미각만이 아니라 후각에도 크게 의존하듯이 우리의 느낌과 감정, 의식은 몸 전체로 얻어지는 것이다. 발현도 그러하다. 말과 글로만 하지 않는다. 여러분의 소화불량과 변비가 때로 마음의 표현일 때가 많은 것을 생각해보라.

 

그러니 몸을 자유롭게 열어 두어야 한다.

일류기사가 큰 타이틀전에서-사진에는 잘 포착되지 않지만-몸을 많이 움직이고 신음까지 토해내는 것을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두 대국자가 감정적으로 부딪치는 것을 깊이 긍정해야 한다.

 

대국시 기사의 흐트러진 몸가짐은 기사 스스로 자신과 깊이 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식과 잠재의식, 몸과 정서의 무질서와 혼란, 자유..., 그런 것들이 모여 한 판의 질서를 이룬다.

아래 사진은,  조치훈이 얼마나 깊이 몸과 마음을 다해 집중했는지를 보여준다. 월간바둑 2000년 3월호, <이 한장의 사진>에 소개되기도 했던 사진이다.


 


5.
시간과 창의성: 모호한 세상은 모호하게 다루어라

 

느낌을 존중해야 한다. 느낌은 모호한 것. 모호한 세상을 다루기에 딱 알맞다. 아니, 모호한 세상을 다루기 위해서 인간은 느낌이라는 언어를 발명해냈다. 바둑에서도 두터움이라는 세계, 그 느낌의 세계를 만들어내지 않던가. 두터움은 반상의 모호한 영역을 다루기 위해 다듬어져서 20세기 중반에야 비로소 뚜렷하게 등장한 개념이다. 아니, 감성이다.

 

모호하게 먼저 느껴라. 그 다음은 기다려라. 두뇌의 5%밖에 인식 영역으로 끌어내지 못한 인간이므로, 나머지 95%의 영역에 모호한 세상에 대한 기초적인 해석을 맡겨두라.

모호한 세상에서는 판단이 빠르면 아니 된다.

잠재의식은 우리의 의식으로 감지되지 않는 곳. 그러나 우리의 대부분을 이루는 곳. 그곳을 무시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물론 포식자가 주변에 널려있는 원시 상태의 인간이라면 판단이 빨라야 한다. 죽고 사는 문제가 행동 하나에 달려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문명 속에 살고 있다. 문명의 정의 하나는, 인간들의 집단이 인간의 주변을 이룬다는 것. 촌락 정도가 아니라 도시의 수준에서 모여 사는 것.

 

느낌을 존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창의적인 길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초이다.

이 글이 정지(停止)된 사진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도와 주역의 사례는 이미지를 오해한 예인데, 바둑에서는-요즘-이미지와 상징의 힘을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아니, 축소하고 있다. 5년 정도 만에 급격하게 단축시킨 제한시간이 바로 그것을 증명한다. 이제 바둑은 모호함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바둑이 본래 모호한 세상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가. 바둑의 두 영역 중 하나를 인정하지 않으면 바둑은 반쪽밖에 아니 된다.

 

 

5-1. 시간이 부족하면

 

느껴라, 기다려라. 그리 말했는데 왜 그런가.

 

뇌는, inputoutput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정보가 과다하면 과부하가 되어 뇌는 피로하다. 분석하고 판단해서 결정할 틈이 없다. 소위 소화불량이 되는데 그것이 버릇이 되면, 그만 소화할 수 있는 제한된 양의 정보만 받아들인다. 무서운 것은 습관이 되면 점차적으로 뇌도 그런 수준에 맞게끔 재구성된다는 것. 그러면?

 

판단할 것은 많은데 숙고할 시간은 없다. 초읽기에 몰린 바둑이 전형적인 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어찌 되나?

 

1) 이해는 부족한데 판단은 내린다. 그러면 그 판단에 대해서 의구심이 든다. 소위 불안이 싹트는 것이다. 물론 계속해서 초읽기에 몰리니 불안할 틈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불안 속에서 판단하게 된다.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한다. 그러면? 강박증과 비슷한 입장에 서게 된다.

 

2) 불안에 대한 대처 방식이 발달할 것이다. 그 하나는 상상력을 줄이고 결정된 방식만 사용하는 것이다. 이미 주어진 답만을 활용하게 된다. 초반에서의 창의력은 사라진다.

 

3) 다른 하나는, 판단에 대해 불안하거나 판단력이 부족하면 정보를 얻을 문을 일찌감치 닫아건다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단순한 이미지에 근거해서 더 이상의 인도를 보지 않으려는 태도. 주역 연구자들에게서 발견되는 자연과학의 무시. 그러므로 안목이 부족하다는 것은, 판단능력이 부족해서 더 이상의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과 다름이 없다.

 

4) 정보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으면? 외부 정보에 대한 초기의 인상을 담당하는 느낌이나 정서를 점차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창의력의 기초가 될 느낌이나 정서가 점차 메말라지고 다시는 회복하기 어렵다.

 

 

5-2. 언어가 있나

 

모호한 국면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의문이 하나 온다. 대체 그런 국면에서 뭘 사고의 흐름으로 가져오나? 모호한 세상을 인간은 어떻게 표현하나? 그 표현법이 모호하지 않다면 아무리 쳐다봐도 1:1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니, 들여다본들 쓸모가 있나?

 

걱정 마시라. 오래전부터 다양한 표현법이 발달해왔다.

바둑에서 발달해온 언어를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정서에 호소하는 언어 - 빵따냄 30. 쭉쭉 밀어가라. 붙이면 젖혀라.

몸의 운동감각에 호소하는 언어 - 한칸 뛰는데 악수 없다. 맹꽁이 박치기.

형상과 운동을 연결하는 언어 - 날일자는 건너붙여라. 코붙임의 급소.

형상, 감성, 논리를 연결하는 언어 - 배붙임의 급소. 두점머리는 두드려라. 젖히면 뻗으라.

 

바둑은 그리 발전해왔다.

물론, 아직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뒤에 강조하겠지만(다음편 6-2장 참조), 묘사와 설명의 언어를 보다 더 폭넓게 발전시키는 것은 반상의 발전과 공부에 대단히 요긴한 것. 그러나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충분한 공감대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발전의 초기에는 언어가 몇 개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고대 중국의 바둑을 보았을 때 두터운 수법이 없었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럴 경우 두터움이라는 언어는 말(口語)에 있어서는 당연히 없으며 몸에서도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5-3. 얼마만큼 시간을 주어야 할까

 

오늘 짧은 제한시간에 대한 반대 의견은 만만찮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시간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아직 공감대가 없으며 시간의 제안과 근거 제시도 부족하다.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대체로 초반 60수를 넘어서면 그것이 구포석이든 신포석이든 또는 21세기 오늘의 바둑이든 모두가 비슷비슷해진다. , 개성이 더 이상 드러날 여지가 없게 된다. 그렇다면 알 수 있다. 초반 60수에 들어가는 시간 정도는 제한시간에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느 정도? 걱정 마시라. 시간을 추론하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 간단하다.

 

1) 제한시간이 넉넉했을 시대에는 타이틀전이나 본선 대국에서 착수마다 시간을 기록해두었다. 그러니 60수까지 도달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의 대국을 모아 평균을 내면 될 것이다. 그 평균을 최소한의 제한시간으로 하면 된다. 예전에 기록한 것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2) 연습대국에서 초반 60수에 들어가는 시간을 추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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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일등 |  2013-05-21 오전 1:07: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칼럼이 중간에 끊기네요.
다음에 계속인가요?  
철권미나 |  2013-05-21 오전 4:52:3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 조치훈..!  
철권미나 쉑쉬해..
iwtbf |  2013-05-21 오전 9:46:2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와우, 칼럼의 수준이 무지하게 높군요...읽는데 시간이 필요할 듯  
高句麗 |  2013-05-21 오전 10:25:3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문용직 박사님의 이번 칼럼은 깨달음을 주네요 사고의 영역이 엄청 넓네요
전문가들이 두가지가 있죠 자신의 견해에 갇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받아 들이지 않는 전문가와 자신의 전문분야에 통달 함으로써 사고의 영역을 더 넓혀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더 받아 들이는 전문가
그런데 한국기원에 종사하는 분이나 프로기사라는 전문가들을 보면 자진의 영역에 갇혀서 자신의 영역외에는 인정을 안해서 다른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高句麗 |  2013-05-21 오전 10:27: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자신의 전문분야만 공부해야 하는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분야화 함께 정치 경제 과학 물리 역사 철학등 폭넓게 공부해야 자신의 분야가 세상의 이치에 눈을 뜨든데 도움이 되는 것이죠  
高句麗 |  2013-05-21 오전 10:30: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즉 프로기사가 바둑공부만 하면 의식의 영역이 바둑안에만 갇혀서 바둑에는 전문가일지 모르나 다른 분야을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 하여 다른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강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프로기사가 바둑공부와 함께 역사 과학 철학 문학 정치 등 여러 분야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갖고 공부할때 바둑을 통해 더욱더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이죠  
高句麗 |  2013-05-21 오전 10:33: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즉 전문가가 자신의 분야 하나만 매달리면 그 분야에 누구보다 깊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나 그 영역에 자신의 의식이 갇히고 다른 분야에 대해 기본적은것을 알아가면서 자신의 분야를 깊이 파고 들어가면 자신의 분야를 통해 다른 분야를 이해하고 배우는데 도움이 많이 되죠
 
高句麗 |  2013-05-21 오전 10:36: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즉 바둑만 두면 그 분야에만 의식이 갇혀 남의 의견 무시하는 옹고집이 되기 쉬우나
바둑과 함께 정치 철학 역사 과학등 폭넓은 분야을 같이 공부하면 바둑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는데 많이 도움이 됩니다
바둑을 두다보면 과학이나 철학 정치 병법등 여러 이치와 많이 관련된것을 느끼게 되니까요 그래서 전문가가 여러분야를 같이 공부할때 자신의 분야가 여러 이치를 깨닫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5조_1499 |  2013-05-21 오전 11:28:1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조치훈 9단 , 대단한 분이죠 !~~ 기인 이라고 할까요?, 6살 어린 나이로 일본으로 건너가 (당시 부칭은 일본을 타도할 유일한 방법은 바둑밖에 없다고 여겨서 일본 유학을 결심 했다 합니다,)7살 연상 일본 여자와 결혼 !~~  
5조_1499 |  2013-05-21 오전 11:30:5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금도 식사할때도 자신의 내제자(스승의 집에서 숙식하는 제자)들과 같이 식사 하고 자신의 부인이나 애들과도 같이 밥먹는 일이 거의 없다 하고요,, 오로지 바둑 얘기만 한다고 합니다, 제가 지구상에서 가장 존경 하는 분 !~~ 조치훈 !!!~~ ㅡㅡ;;;;  
sonsn |  2013-05-22 오전 9:58:5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피곤하고 부산한 아침, 문박사의 멋진 스토리에 잠시 피로를 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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