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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妙道策 - 반상의 초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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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妙道策 - 반상의 초능력자
2004-07-14     프린트스크랩
나의 반상 圖書 일기(7월 13일) - 玄妙道策 - 반상의 초능력자


7월 13일. 정오를 넘었는가. 약간 넘었군.

오늘은 부지런하군.
아침에 이어 오후까지.

현현기경은 그만 끝내자. 뭔가 더 해야 할 것도 남았지만 뭘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전에 너무 들어가지 말고 다른 책도 살펴보자.
이것저것 살펴보자.


내 손에 잡힌 건 일본기원에서 1991년에 펴낸 囲碁古典名局選集 중에서 玄妙道策이라는 책이다. 문고본이다. 222쪽의 크기. 九段 酒井 猛 著.

잘 만든 책이다.
참 잘 만든 책이다.

난 문고본을 좋아한다.
1989년 중국정치사상 강의를 들을 때였다. 최명 선생님이 물었다. 여러분. 지난 주에 뭘 했었지? 내 차례다. 복사점에 다녀 왔습니다. 와! 웃음이 터졌다. 뭐하러? 책을 복사하려고요. 왜? 책이 없나? 있지만, 크기가 맘에 들지 않습니다. 논어는 주머니에 넣고 적당한 때 기분 내킬 때 읽을 책일 듯해서 책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도록 축소 복사했습니다.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문고본을 왜 발간 아니할까. 예전에 나온 박영문고 삼성문화문고 ... 그런 거보다 좀더 큰 것으로.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일본은 여러 모로 우리보다 앞선 나라. 바둑책은 말할 것도 없다. 궁금하면 직접 한 권 사 볼 일이다. 비교도 할 수 없다. 문고본의 애용은 부럽기까지 하다.

玄妙道策.
도사쿠를 알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족하다.
우리 나라 바둑의 기초를 알고 싶다면 이런 책을 보면 된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1장 도사쿠류 입문 - 13題
제2장 현묘한 구상이 용솟음쳐 구름처럼 피어오르다 - 8국
제3장 玄妙 도사쿠의 세계 - 5국


도사쿠는 위대한 기사다. 오청원보다 더 위대할지도 모르겠다.

나의 안목으론, 도사쿠와 오청원이 바둑 역사상 최고의 棋才다.
슈사쿠는 아니다.
슈사쿠는 후세에 좀 만들어진 감이 있다. 요절한 탓도 있다.

어성기 19국 전승? 물론 대단한 기록.
도사쿠는 어떤가. 17승 2패던가. 그 2패는 2점 바둑이었다.
슈사쿠는 부담되는 바둑은 아니 두려고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래. 그러나 그런 기록은 기록일 뿐.
문제는 내용.

내용으로 볼 때 도사쿠와 오청원을 넘는 棋才는 없다.
나의 눈이 본 거다. 그것 뿐.



도사쿠 사석의 명국

바둑을 하나 감상하자.

도사쿠의 명국 중의 하나로 1667년 10월 20일에 두어진 어성기 바둑이다.
상대는 安井知哲.

감탄할 점은 백64 이하 백68로 좌변 5점을 버림돌로 한 것. 그리고 좌하귀 백70 이하 백82까지 정리한 것. 백이 훌륭하게 정리했다. 우상귀 백84로 손이 가서 백이 좋다.






쉬운 착상일까.
노!

이 수순과 착상은 대단히 예민하고 어렵다. 오래 전 내가 젊은 기사들과 함께 이 과정을 검토했었다. 백이 손해거니 아니거니 검토가 왔다갔다 했다. 결론은 백이 좋다는 것. 검토를 했다? 논란이 있었다? 그건 이 착상과 수준이 현대의 기사들에게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로 그랬다.

그 내용을 일부 들여다보자.
다음 기보 2개가 왜 백64가 좋은 수인가를 말해준다.


도사쿠 사석의 명국-1





















도사쿠 사석의 명국-2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내용이 충실하다.
장정도 크기도 두께도 종이의 질감도 손에 잡히는 감촉도…

구성은 말할 것도 없다.
1譜가 주어졌다고 하자.
그러면 1譜(1-4) - 이런 식으로 기보 옆에 표시한다.
그 표시가 노하우다. 짙지 않다.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글씨체도 아름답다.
한 장에 두 개의 바둑판을 배열할 때면, 줄이 섬세하게 마주한다. 어긋나서 들쭉날쭉 하지 않는다.

마감질도 좋다.
다음 그림을 보자.

다른 책의 일부인데
왼쪽 위 어떠신지?
바둑책에 저런 정도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지?
아름다운 여백이다.

그렇다면 우린 왜 저렇게 책을 못 만들까?
성의가 없어서?

그 점도 있다.
그러나 한 마디로 한다면
문화와 국력의 깊이에 달린 문제라고 하겠다.

책을 잘 만들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이란 무엇인가?
돈과 시간의 투자다.

투자가 크면 누가 보상하는가?
책값이 오르던지 책이 보다 많이 팔려야 한다.

책값? 많이 팔린다?
무엇에 기반하는가?
수요(需要)에 기반한다.

수요란 무엇인가?
책을 읽는 시간.
좋은 책을 가려 읽을 수 있는 안목.
책이란 것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느냐? 지식이란 왜 필요한가? 그에 대한 안목.

어느 것이 앞이고 어느 것이 뒤냐?
앞과 뒤가 없으면 편하겠지만, 굳이 무게를 둔다면 공급보다는 수요에 두겠다.

왜 고려시대에 금속활자가 나왔을까?
우스개 같지만 진실로 추정되는 것 하나는 다음과 같다.

책을 읽을 독자층이 없어서!

물론 독자층은 언제나 엷었다. 얇았다.

독자층이 두텁다면 목판인가?
목판이 유익하다.
왜냐?
다양한 책을 펴내려면 다양한 인쇄소가 필요하다.
많은 인쇄소가 금속활자를 가질 수 있는가? 없다.
글자만 아니라 그림이 다양하게 들어가고 여러 가지 부호가 들어가면 목판이 필요하다. 금속은 그 수요를 댈 수가 없다.

물론 목판이 발전하면 금속활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 점이 있다는 것이다.


얘기가 옆으로 흘렀다.
돈이 있고 시간이 있고 투자할 마음이 있으신 분은 책을 사보시라.

玄妙道策(酒井 猛, 日本棋院 1991)

충분한 값을 하리.


13시 58분.

여전히 하늘은 가라앉아 있구나.
마음이 차분할 수 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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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꾸나 |  2004-07-20 오후 9:0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도 오청원 선생의 책 중 "중반의 전술"-정확하지 않음-을 읽어 보았는데 책 참 잘 만들었더군요.  
날자꾸나 |  2004-07-20 오후 9:0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건 그렇고 틀린 철자가 하나 있네요. "책값이 오르던지" 는 "책값이 오르든지" 가 맞습니다. 지송..^^  
재언 |  2004-07-21 오후 3:26: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르던지가 맞아요 오르든지라는 말은 없습니다,  
斯文亂賊 |  2004-07-21 오후 4:1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얼레? 날자꾸나님이 맞는 거 아닌가욤~?  
심산2003 |  2004-07-21 오후 5:4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님께서 道策과 일본바둑책을 논하시는데 무심한 강호제현들께선 어찌 철자만 긁다 가십니다그려  
노온사 |  2004-07-21 오후 8:4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너무 과잉한 것 같군요. 우리가 금속활자를 제작한 의미야 구텐베르그가 생각한 대량생산하고는 다르겠지만. 독일 가시거든 구텐베르크 박물관을 꼭 보시기를.  
노온사 |  2004-07-21 오후 8:4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 박물관에 한국의 금속활자 제작과정을 인형으로 설명한 것이 있습니다. 한 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조선시대 내내 목판본이 출판의 주조를 이루었던 것은 사실인데요.  
노온사 |  2004-07-21 오후 8:45: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사적 출판도 성행했고요. 도샤쿠를 흠모하는 것은 이해하겠으나, 이런 과잉은 그도 원치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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