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아무도 모른다 | 오로광장
Home > 커뮤니티 > 오로광장
아무도 모른다
글쓴이 소판돈이다      조회 680   평점 1300    수정일 2019-01-03 오후 3:02:00

 

신도시외곽엔 구도심이 있고 그 변두리는 거의 녹지에 둘러 쌓여 있다.
소나무들과 잡목들이 들이찬 종중땅 가운데엔 양계장이 있고 사람들이 통행하는 비포장도로옆엔 아담한 무덤이 있다.
외지인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무덤이지만 지역민들 대다수는 누구의 무덤인지 알고들 있다.

자유당말기 경무대에서 장관들을 쥐락펴락하고 이승만이 총애 했던 인물이었다.
4.19그리고 5.16....
그는 사형이 집행 되었고 이 곳에 잠들고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무덤 앞에 조촐한 꽃다발이 놓여진다.
누가 두고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개발의 광풍이 지역에 몰아쳤어도 이 곳은 옛 그대로이다.
아직도 막강한 종중의 힘이다.


도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눈에 숲에 둘러 쌓여 어렴풋 보이는 양계장은 좀처럼 인적을 보기가 드물다.
지역민들은 간혹 이런저런 말들로 폄하하고 뒷담화 난무하지만 둘러쌓인 숲이 시야를 가리듯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어른들은 양계장주인이 마누라를 둘씩이나 데리고 산다고 말하고 어떤이는 본마누라와 처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양계장주인이 문둥병에 걸려 아이들잡아다 간만 빼먹는다고 소문이 나는 통에 어린아이들은 밤엔 이 곳을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중엔 단 한번도 그의 얼굴을 못본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
간혹 포장이 쳐진 트럭한대가 드나들 뿐 그 곳은 동 떨어진 성, 혹은 바다에 둘러쌓인 섬과 같은 존재였다.
생활필수품 구입도 마을의 가게가 아닌 시장에서 구입하였고, 지난날 민방위통지서도 도로를 삥 돌아 숲길을 따라가면 흐름한 철문옆 기둥엔 방역상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고 그 밑에 우편함이 있었다.
마을 반장이 자전거타고 가서 그 우편함에 집어 넣으면 그만이었다.


빽빽이 들어찬 닭장에 가두어 키우는 대부분의 양계와 달리 이 곳의 닭들은 놓아기르는 방목닭이다.
철조망 둘러쳐진 그 곳엔 수천마리 닭들이 온종일 돌아다니며 벌레들을 잡아먹다 저녁이 되면 우리로 들어온다.
트럭은 이틀에 한번 정도 가락시장에서 버리는 푸성귀들을 수집하여 와서 사료와 섞어 먹인다.
그는 단 한번도 항생제를 닭들에게 투여 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 양계장은 전염병으로 피해를 본 일은 없었다.
아마 사람들과의 교류가 드물고 외부와 차단된 지역이기 때문 일 것이다.

토종닭집이나 전통백숙집에 납품하는 오래 된 단골 상인들의 차량이 양계장마당에 들어올땐 대문에서 자동으로 소독액이 살포된다.
그러나 외부인의 철조망출입은 엄격히 차단되었다.


무덤주인이 위세를 떨치기전
, 그는 지역의 고아원에 수용된 전쟁고아였다.
장관으로 부임하면서 믿을 수 있는 급사가 필요하였고 고아원원장의 추천으로 그는 장관의 시종이라면 시종 급사라면 급사로 채용이 되었다.
열네살 사춘기 접어드는 시점이다.
휴대폰이 없었고 청색백색전화가 있었지만 중요한 기밀사항은 대부분 군대의 전통문처럼 인편으로 통하던 시대였다.
업무는 광화문우체국사서함의  우편물수거와 간혹 사무장님이 사용 할 문방구구입과 어쩌다 을지로 파라마운트 뒷골목 활자가게에 들러 필요한 활자를 홋수대로 구입하고 별도의 사무실로 출근 하는 것이다.


장관이 집무하는 곳이나 그 후 경무대영전 후에도 특별 심부름이 있을 때 가보았을 뿐이다
.
외부손님들의 연락과 개인업무는 외부사무실에서 처리되었다.
청소와 정리가 끝나면 전화기가 놓여있는 책상앞에 종일 앉아 있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어르신께선 고입검정고시 합격하면 진학뿐 아니라 실력만 되면 대학교도 보내 준다 하였다.
틈틈히 강의록을 펼치고 열심히 공부하였다.
단 한번 장관께서 하신 말씀을 염두에 두었다.
강한 근육은 한사람을 제압할 수 있지만 강한 실력은 세상을 다스릴 수 있다

 

세상이 시끄럽고 어수선해져 갔다.
창문밖으로 고함소리가 요란해져가고 대포소리가 여기저기서 요란해지고나면 매운냄새가 진동하여 창문을 꽉 닫아도 눈물과 콧물이 쏟아졌다.
머얼리 창문밖으로 몰려오는 군중들의 함성이 들리고 총소리까지 들렸다.
무서움과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경무대요인의 급사인 그 로선 남의 일만 같았다.

 

어느 날,
전화기가 울렸다.
나지막한 주인님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창선아! 이제 내가 너에게 해 줄 것이 아무 것도 없어졌구나...네가 필요한 것은 모두가져가도 된다. 원장에게 전화해 놓았다. 고아원으로 돌아가거라.....건강하게 잘 살아라 너에게 미안하구나....그럼.....”
딸그닥하고 전화가 끊겼다.

열다섯살 소년의 머리에도 그림이 그려졌다.
함성소리와 최루탄발포소리 그리고 총소리.....그리고 경무대...

 

고아원으로 돌아가긴 싫었다.
네 살때부터 적용된 규율과 통제의 나날들은 작금의 닭장이 아닌 방목양계장으로의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공부 많이 한 주인도 저렇게 되어버리는 세상, 공부의 이유도 사라졌다.

진학을 포기하고 세상으로 나왔다.
그때부터 소년은 말수가 적어졌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또래 길거리친구들과 어울리고 되고 매일 어슬렁거리는 것이 일과 였다.
하루하루가 퍼포먼스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거리를 잘헤메면 목표대상을 찾을 수 있고 취객들의 지갑은 그 들의 것이 되었다.
방황과 혼란의 청소년기가 흘러가고 군대를 다녀와 그는 어르신의 무덤앞에 꽃다발 올리곤 종갓집을 찾았다.
쬐끄만 어린애가 편지를 전해 주던 것이 어느 듯 어른이 되어 돌아온 것이 대견스러운지 종중어른은 그를 소홀히 대하진 않았다.

 

 

201812
74세에 지병으로 그는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은 붐비진 않았다.
두 곳만 향불이 타오르고 촛불이 켜져 있다.
한 곳엔 장례식장에선 보기드문 상황이 벌어졌다.

검은 상복입은 초췌한 두여인이 앉아있고 오십여명의 소년소녀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십여평의 장례식장을 꽉채운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밤새도록 울렸다.

‘며칠후 며칠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며칠후 며칠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양계장사업을 시작하면서 수익금의 일부를 평생동안 보육원아이들 장학금으로 지원하였다.
재능있는 아이들이라도 후원자가 없으면 대학진학은 어렵다.
그의 도움으로 많은 아이들이 진학을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아이들의 영양을위해 주기적으로 손질한 토종방목닭을 공급해 주었다.

 

식장에 다소 곳 앉아있는 부인은 노랫소리에 감정이 북받히는 듯 연신 수건으로 눈물을 닦는다.
동생인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여보 고마웠어요. 평생을 한눈 안팔고 열심히 일해 준 것도 모자라 불실한 동생까지 보살펴줘서 너무너무 고마웠어요. 당신이 말은 안해도......’
사실 그는 간헐적으로 발작하는 간질병환자인 처제를 극진히 보살펴 주었다.
증상이 심해 대학병원에서도 수술불가능 판정을 내렸었다.
하루 걸러 거품물며  바닥에 쓰러져 괴성을 지르는 처제를 그는 입에 얼른 나무숟가락 물리고 깨어날 때 까지 뻣뻣한 팔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아름다운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은은히 장례식장에 울려퍼지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지금도 그가 두마누라 데리고사는 잡놈이고 인사성도 모르는 양아치같은 놈이라고 험담들을 하고 있다.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멋진 연말연시 되시고 새해에도 모두들 건강하세요.

 

이전 다음 목록
현재평점[총점:1300]  [평가:13명]   윗글을 점수로 평가한다면?  
누적 포인트: 1,800,100,000점 | 기부자 보기   포인트 기부
 
 
 
┃꼬릿글 쓰기
가버린청춘 | 2019-01-01 오전 00:41  [동감 0]    
자유당 말기 정치깡패 이정재의 꼬봉 곽영주 를 말하는 것 같구먼. 즐감했습니다
팍스이스트 | 2019-01-01 오전 6:47  [동감 0]    
새해에 돈님의 아름다운 글이 한 사나이의 구름을 걷어 주시네요 조, 중, 동, 보다도 고마운 글 입니다. 건강하세요.
짜베 | 2019-01-02 오후 00:06  [동감 0]    
묵직한 감동과 재미가 있습니다.
DuTum | 2019-01-02 오후 1:06  [동감 1]    
고맙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아련한 마음이 올라오네요.
우리가 안다는 게 참...

괜시리 시멘트 독방에서 꼭꼭 숨어 지낸다는 할마씨가 떠오릅니다.
목소리 큰 인간들 다루는 데 백치라서 그렇지,
권모술수를 쓰거나 사욕을 위해 해쳐먹을 인간형은 결코 아닌데 말이죠.

하긴 이제사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예전처럼 끌어다 먹이지 않아서 지네 편한테 당한거라고.
근데 할매 등에 칼 꽂고 이쪽 동네 넘버원 먹을 작정이었던 인간마저 똑같은 독방 신세라
니.
세상 참...
소판돈이다 | 2019-01-02 오후 1:24  [동감 0]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신 위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더욱 건강하세여....
즐벳 | 2019-01-04 오전 9:23  [동감 0]    
소판돈이다 란대명도 먼가 깊은 사연이 잇으실것 같네요ㅠㅠ
dfkgdsglks | 2019-01-04 오후 2:58  [동감 0]    
시간 없어서 대충대충 읽었는데 왜 댓글이 이러지? 오로의 회원 썻던 팍스이스트님도 시간 내서 오고 그냥 한번 쭉 훑어보고싶은 마음이 생기긴 하지 근데 귀찮아서 안 읽었는데 아주 좋은 내용인가 보네 뭐여튼 긴 댓글 수고하셨습니다.
vksofslldi | 2019-01-08 오후 00:11  [동감 0]    
바둑과 아무 관계도 없는 이런 류의 글을 내려주세요
vksofslldi | 2019-01-08 오후 00:12  [동감 0]    
바둑과 관계있는 글만 올려줏세요
설국열차님 | 2019-01-25 오전 3:27  [동감 0]    
소판돈이다 님 글솜씨가 대단하시네여
팔공님 등등 글재주 있으신 분들이 오로 친구들 마음을 순화시켜 주시네여
대단한 필력에 감탄합니다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댓글이 가장 많은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