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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사 가는 길 | 오로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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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사 가는 길
글쓴이 팔공선달      조회 474   평점 1580    수정일 2017-09-12 오후 3:46:00







오전 6.

이 힘든 여름이 언제 가는가했더니 제법 쌀쌀해진 냉기의 상쾌함에 기분이 좋다

보통은 이 냉기를 느낄 때 쯤 해가 짧아졌는가 하는데

사실은 하지(622일인가)를 지나면서 짧아졌고 동지를 지나면서 길어짐엔 무디다

새벽3~4시에 일을 나가고 마치는 직업이라 여기에 민감하지만

여명을 바라보며 문득 시차를 느낀다.

그러고 보면 고정관념은 습관에서 오고 몸에 배이면 변화에 더딘가보다

언제부턴가 일상을 따라가는 것도 힘들다는 걸 느끼고 완주의 중압감도 갈수록 커진다.

아직 여름의 숫기가 남아있지만 가을은 얼룩유니폼 입은 택배아저씨의 벨소리를 타고 들리고

오래지 않을 가을을 부여잡고 가끔 술잔을 기울이다보면 겨울이고 또..........

 

첫손님으로 등산객차림의 중년의 남자를 모셨다

한적한 파계사 가는 길을 달리며 나는 참 좋은 직업을 가졌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건강을 생각해 산을 오르는 사람을 모셔서가 아니라 찌든 일상에서도 노동의 과정에

항상 나만의 공간이 주어지고 또 세상의 희로애락을 부담 없이 접할 수도 있다

진상들을 만나 스트레스를 받기도하지만 그것은 어느 직업에도 예외가 되지 않는 일이고

취향에 맞는 일로 경제적 욕구도 해결하는 사람 나는 1% 정도로 본다.

99%는 적응하는 것이고 거기에 절음발이 만족에 불가항력이 태반이고 다소의 억울한 사람과

나머지 조금은 개념 없이 사는 사람일 것이다.

 

창문을 조금 열고 마침 분위기에 맞는 음악이 나와 볼륨을 약간 올렸다

띠웅.

고음을 훑고 가는 기타줄 여운이 채 가시기전에 존 덴버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향으로 가는 길.

소달구지 만나지 못하고 방앗간 보이지 않아도 전원주택 사이사이로 보이는 논밭과

지금은 보이지 않는 코스모스를 떠올리며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까마귀소리마저 정겹다

사장님 올해 나이가.”

나는 듣지 못했다

사장님.”

아 네

볼륨 좀 올려 주시죠. “

의외의 부탁에 혼자 조용히 음미하다 동행을 만난 기분으로 조금 크게 올렸다

스치는 가로수사이로 추억들이 군데군데 서서 손을 흔들어 주었고

나는 손바닥으로 핸들을 치며 흥얼거렸는데 아마 혼자였으면 어깨를 들썩이며

머리도 좌우상하로 흔들었을지 모른다.

 

저녁노을 질 때면 어울릴 것 같은데 이른 새벽에도 괜찮네요. “

나도 모르게 속도를 내며 손님에게 산뜻한 기분을 공유하려고 한마디 던졌다

사장님 나이가......“

아까부터 몇 번을 물었었다고 했다

가끔씩 듣는 질문이지만 젊었을 때나 지금은 지금대로 썩 기분 좋은 질문은 아니다

대개가 직업과 연관한 연민이었고 스스로 유쾌하지 않은 설명도 따르기 때문이다

아 네 좀 있으면 계란 두 판이 깔리네요. “

음악 볼륨 올려달라는 한마디에 오랜지기 같은 느낌을 받아선지 유쾌하게 답했다

나보다 4~5년은 연배로 보였지만 그때의 음악은 보통 10년은 공유했으니 친구나 다름없다.

 

기다리는 일행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다음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고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모처럼 기분 좋게 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고맙다며 내려놓은 바나나 4쪽을 바라보며 어머님 갖다 드려야겠다는 생각과

밝게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말을 떠올리며 몸과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내려오는 길에 음악을 리바이벌하고 볼륨도 더 크게 올렸다

집에서 파계사까지는 10여분 첫 손님이 시내로 가지 않고 산으로 온 것이 느낌이 좋다

그는 산으로 나는 속세로 서로 다른 목적에 순간을 영원처럼 생각하며 향했지만

10여분에 노래한곡으로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예기치 않은 보시를 주고받았는지 모른다.

모든 것은 순간에서 시작하고 우리는 그 여운 속에서 머물다 그렇게 끝난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도시의 소음 속으로 달려가는 애마와 나는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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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 2017-09-11 오전 11:13  [동감 0]    
이글은 나작에 올리려 쓴글인데 나작에 글쓰기가 잘 되지 않네요.
우여곡절 끝에 광장에는 가능하여 올립니다만.
컴터 고장으로 프로그램이 바뀌어 적응하기가 힘듭니다.ㅠㅠ
황소뿔잡고 | 2017-09-11 오후 00:50  [동감 0]    
늘 내공이 깊은 글 잘 봅니다..감사합니다..
팔공선달
09-12 오전 5:13
좋은 글은 님께서 전공이시죠.^^
삼소로운 | 2017-09-11 오후 1:04  [동감 0]    
상쾌한 새벽 기분좋은 출발 ....
보는이도 상쾌함을 느낌니다 잘 보았습니다...^^
팔공선달
09-12 오전 5:14
가끔 내 직업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킹포석짱 | 2017-09-11 오후 1:06  [동감 0]    
손님! 바둑은 두실줄 아십니까?=달걜 두판^^-파계사 가느길은 먼가요?
팔공선달
09-12 오전 5:15
바둑 야그를 살짝 넣을 걸 그랬나요.^^
파계사는 저희 집에서 10분 거립니다 동화사 갓바위는 15분.
하모하모★
09-12 오전 8:02
바둑 이야기 안하신거 잘했네요
돌이야기는 딱딱함
코스모스같이 하늘하늘 .
하모하모★ | 2017-09-12 오전 8:03  [동감 0]    
젊으시구나
항상 건강하세요
팔공선달
09-12 오후 3:40
하모사붐님 ㄳ^^
동래한량 | 2017-09-13 오후 7:43  [동감 0]    
이른아침에 좋은손님 만났네요^^^그러면 하루종일 즐겁죠^^
팔공선달
09-14 오전 1:23
서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 셈이 되었죠^^
오방색2 | 2017-09-13 오후 10:47  [동감 0]    
파계사는 동화사의 말절이지만 오래된 괘 큰절 임. ^^~
팔공선달
09-14 오전 1:25
말절=말사^^ 여러가지 설화가 많은 절입니다. 성철스님이 철조망 치고 7년간 벽면수행한 암자도 유명하고요^^
알바트노수
09-18 오후 10:37
백련암이었나요? ㅎㅎ
팔공선달
09-20 오후 10:22
성전암으로 알고 있습니다.^^
松竹1 | 2017-09-17 오후 7:22  [동감 0]    
돈 벌고 즐기시고. 울창한 숲풀 내음이 느껴집니다...ㅎㅎ
팔공선달
09-17 오후 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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