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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머무는 곳 추억이 남고
글쓴이 걷다보니      조회 424   평점 710    수정일 2017-03-11 오후 8:13:00

발길 머무는 곳 추억이 남고
 

거의 매일 걸었던 길을 또 걷더라도 지겹지 않음에 오늘도 여전히 그 길 위에 나의 몸을 던져 놓는다. 익숙한 길이였건만, 오늘 걷는 걸음에 평소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뭔가 다름이 분명히 조금 있다. 행여나 하고 발걸음 멈추고 주위를 잠시 요리조리 둘러본다.

 

아!

가로수의 새싹이 조금씩 자라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릴 적 기억을 조금이나마 살려내어 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에 살았던 나로서는 아무런 감흥 없이 생의 일부로 여겨졌었던 것들이 어찌 이다지도 새롭단 말인가?

 

이제는 정겹던 그 나무들의 이름조차 기억에서 가물거린다. 사전을 찾아 봐야만 아는 것들도 제법 많아 졌다. 이름이야 잊었지만 모습은 그대로인데, 느낌이 다르니 아무래도 내가 다시 아이가 되어가나 보다.

 

도심의 매연에 찌든 모습이 싫어 빙빙 외곽을 돌며 자연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싶은 충동이 머릿속을 마구마구 헤집고 뛰어다닌다. 더 이상 세속의 형상이 필요하지 않은가 보다.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우리다. 대화의 상대가 마음속에 있음이니 혼자서도 즐거우리다. 피식피식 그렇게 웃어가며 즐거우리다.

 

몸의 거죽은 여기저기 퍼석퍼석 시들어 가지만, 마음에는 새록새록 새싹 돋아나리다. 꽃 피우리다. 그것도 아주 영롱한 빛 발하는 그런 꽃 피우리다. 매일 물 뿌리며 그 날 기다려보리다. 단 하루만 피다 질 꽃 일지라도.......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그런 길 찾으리다. 조금은 외롭고 한적함에 쓸쓸할지라도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에 생기가 사륵 느껴진다. 내일은 저 아래 미지의 길 걸어보리다. 내일은 내 발이 호강을 하는 날이 되려나보다.

 

쪼그려 앉기 불편하니 신문지라도 한 장 준비해야겠다. 요즘은 전에 없던 증상이 하나 생겼다. 엉덩이가 저려온다. 허벅지가 아려온다. 쉬었다 가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로 저려온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 적당히 털썩 주저앉아 잠시 쉬었다 가면 되련만, 마음엔 서러움이 파도 되어 밀려온다. 운동부족이라며 자책하면서 시간이 나는 대로 걷기로 다짐해두기 몇 번이던가?

 

내가 사는 곳 주변을 이제는 눈 감고도 다닐 정도로 많이 걸었는데도 별 좋아 지지 않는다. 걷지 않으면 더 나빠지겠지? 걷는 게 재미있어 이제는 운전을 많이 하지도 않는다. 이러다 운전 감각을 다 잊어버리는 게 아닐는지? 그렇진 않겠지?


폐품 재활용공장을 지나치려면 역겨운 냄새를 감당해야한다. 시큼털털한 역한 냄새가 코를 사정없이 찌른다. 지나가기도 어려운 이곳에도 여전히 사람은 살고 있다. 작업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지금의 이런 나를 꽤 다행스럽게 여기게 된다. 하루 동안 일한 대가는 얼마나 될까? 가뜩이나 아린가슴에 또 하나의 멍이 잡히는 순간이다.

 

아무리 주먹구구로 계산을 대충한다 해도 답이 잘 나오질 않는다. 막노동 작업장보다 못한 삶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막노동 잡부들도 하루 일당이 8만 원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기술자는 대략 15만 원 정도이고…….

기술자라해도 매일 일이 있는 것이 아니니 자기일이 아닌 잡부로 일하는 경우가 있으리다. 몸이 건강하면 경험삼아 그런 일도 어느 정도 해보고 싶은 맘이 내게는 늘 있다. 머리에 복잡한 생각 없이 기계의 작은 부속품처럼 그렇게 몸을 맡겨 보고도 싶다. 아마도 그럴 날이 올 것만 같다.

 

“빵빵~~~~” “이크 놀래라“ 깊이 생각하며 걷다보면 차가 지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고 나지 않는 게 다행이다. 차 없는 길이 좋은 점이 이런 경우이다. 등산도 홀로 깊은 생각하며 걷기에 좋은 곳이리다. 매일할 수 없는 일이라 길거리를 걷기에 관심이 더 많다.


좋아하는 노래들이 이어폰 따라 흘러들어 온다. 요즘은 팝송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 말썽 많은 Britney Jean Spears의 노래가 이상하리만치 거부감 없이 들린다. 가사의 내용은 별로인데도 말이다. 사생활이 좋지 않아서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왠지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해준다.


유유상종 동병상련이라던가? Britney Jean Spears의 노래 중에서 좀 오래된 것이긴 하지만 From the bottom of my broken heart를 일단 좋아한다.

 

여러 차례 들어 봤지만 아직은 따라 부를 정도가 되지는 않는다. 그냥 듣는 정도이다. 작은 볼륨으로 들어볼 때에는 몰랐었는데, 볼륨을 아주 크게 해놓고 들어보니 또 다른 맛이 나온다. 힘이 느껴진다. 노래하나에 온 정성을 들이는 그런 모습도 보인다. 그냥 대충 흥겹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서 죽기 살기로 부르는 그런 느낌이다. 아마도 그게 인생이리라.

 

"Never look back", we said. How was I to know, I'd miss you so? 로 시작해서 끝나는 말도 같다. 결심은 또 다른 추억이고 잊자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약속이리다. 얼마나 속이 상하면 절대 뒤돌아 보지말자고 맹세를 했지만, 그리움이 파도를 넘어 잊을 수 없도록 사랑했지만 잊어 버리자든 그 임을 다시 찾게 될 줄 어떻게 알 수 있었으랴?

 

춘삼월 봄의 길목인가 싶었는데, 오랜만에 대지를 적셔준 단비로 인하여 몸을 움츠려들게 한다. 그렇게 바라던 비가 내리니 한숨이 조금은 가시게 될 농부의 찌든 얼굴이 다행스럽게 다가온다.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걷기를 해대던 나로서는 농부들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리다. 바둑을 두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수가 보여 상대의 입장을 아랑곳하지 않고 수를 내는 상황이다.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돌을 던지고 신음을 한다. 상대의 아픔이 나의 즐거움으로 남는 비정한 바둑, 승부라는 하찮은 명분이 방패 되어 막아 주기는 하지만 괴로움을 같이할 수 없는 두 갈래 길이리다.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니 바라는 것 또한 다르다. 서로 상반되는 생활인지라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없음이다. 주어진 생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노라면 상반되는 입장이라 할지라도 이해정도는 될 것이다.

 

오늘 나의 추억은 이런 것들이 만들어 졌다.
내일은 무엇이 어떻게 만들어질까?
아니 무엇을 만들어 볼까?
나의 발길 머무는 곳 어디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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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남편 | 2017-03-11 오후 10:08  [동감 1]    
마음에 확 닿는 좋은글이네요..병원에 가 보거나, 많은 노인분들은 보면, 가만이 있어야 하는 경우를 본다.
가만이 있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
그 다음이 일거리를 만드는 것...
돈이고 명예고 직위고...소용이 없을 듯, 돈을 위하여 양심을 버리는 모습을 가끔 본다.
불쌍한 인생이다...건강이 제일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걷다보니
03-12 오후 7:34
건강!
우리들의 삶에 이보다 더 중한 그 무엇이 있을까요?
퇴직하고 제2의 직업을 가져야 하지만, 일단은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습니다.
밭에서 퇴비 뿌리고, 땅파고, 잡초를 뽑으면서 땅과 친해지고 보니 건강은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밭에서 일하고 돌아와서 샤워하기 전에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
동방불패신 | 2017-03-12 오후 1:37  [동감 1]    
사색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글입니다. 걷다보면 많은 좋은 점이 있다고 봅니다.
사색이 그 중 가장 큰 이로움이고 그다음이 건강이고 마음의 여유가 마지막 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꾸벅. 점수는 아까 올렸는데 댓글달기가 역시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귀찮아 지기도 합니다. 우헤헤~
걷다보니
03-12 오후 7:38
사색은 걷는 게 최고이고, 걷다보면 건강도 따라 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밭에서 일하기 전에는 길만 보이면 걷고 싶었는데, 밭에서 일을 하고 부터는 걷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걷는 것이나 밭에서 일을 하는 것이나 모두 우리들 정도의 나이에서는 매우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밭일을 해야 하기에 기분좋은 나날이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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