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검토실

글쓴이 유리꽃

  눈을 떴다. 세 스톱 이상 노출이 오버된 슬라이드 필름을 보듯 온통 흰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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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로 가득찬 세상. 나는 손을 내밀어 흰색 빛 무리 속을 조심스레 만져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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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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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끝에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아침 안개 속을 더듬듯 축축한 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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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이 손에 느껴질 뿐이었다. 나는 ‘쿰, 쿰’ 하고 목소리를 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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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는 마치 방음시설이 잘 된 녹음실에서처럼 메마르게 울렸다. 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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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딘가에 소리란 소리는 모조리 흡수해버리는 장치가 설치돼 있는지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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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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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 짙은 안개처럼 한 치의 거리감도 느낄 수 없었던 전방이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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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색을 띄어갔다. 그리고 여명이 밝아오듯 서서히 눈앞의 형체가 윤곽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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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내기 시작했다. 역시 누군가가 기계실에 앉아 나를 위해 페이드 인의 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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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를 조금씩 올리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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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서 있는 곳은 커다란 방이었다. 방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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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었다. 몇 개의 커다란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고 탁자 위에는 역시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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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가의 보드가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큰소리로, 또는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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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나누며 심각한 표정으로 보드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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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내 이 방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 방은 프로바둑기사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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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검토실이었다. 프로기사가 중요한 경기를 가질 때 주최 측에서는 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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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에 별도로 검토실을 제공하게 된다. 경기에 참여하지 못한 프로기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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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여 경기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공동연구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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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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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방의 한켠에 놓인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모니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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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두 기사가 지금 두고 있는 바둑판이 비치고 있었다. 카메라는 바둑판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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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 2m 정도에서 바둑판의 한가운데에 핀트를 맞추어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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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대국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보통은 모니터 위에 대국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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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적어 놓는 것인데 오늘은 웬일인지 눈에 띄지 않았다. 진행원이 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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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잊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이 방에 모인 사람들에게 있어 대국자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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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름이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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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연기와 같이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담배를 피우며 연신 바둑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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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돌을 놓았다 쓸었다 하는 전(前) 국수의 모습이 보였다. 충혈된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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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판에서 떼며 옆 사람의 의견을 묻는 사람. 식은 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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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커피를 담기 위해 컵을 들고 자리를 뜨는 사람. 바둑에는 관심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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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듯 지난주 경마와 간밤의 포커에 대해 연신 떠들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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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들에게 있어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아무도 내게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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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지 않았으며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다. 프로기사들만을 위한 검토실인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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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큼 일반인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음에도 나는 제지조차 당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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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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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나는 그들이 나의 존재를 혀에 알알이 돋은 혓바늘과 같이 느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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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음을 눈치챘다. 껄끄럽고 불쾌한 공기가 내내 그들과 나 사이의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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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우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고유의 영역을 침범한 낯선 이방인의 무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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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대한 보이지 않는, 그러나 강렬한 배척감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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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옆구리에 큼직한 가방을 들고 있었다. 가방 안에는 조잡한 구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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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들어진 공구와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공구는 망치, 드라이버, 뻰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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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용 공구를 하나로 묶어 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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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는 날카로운 날을 가진 톱조차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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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이상야릇한 공구를 한참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이 방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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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람들에게 받고 있는 배척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회사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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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스에 속 보이는 미소를 띠고 들어오는 보험사 직원에 대한 반응과 유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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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이었다. 내가 가방 안에서 공구를 꺼내자 사람들은 ‘그러면 그렇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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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눈빛으로 나의 작업을 지켜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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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공구를 만지는 동안 이 공구를 사람들에게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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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하게 내 의식을 사로잡았다. 어쩌면 애초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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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방에 공구의 세일즈를 목적으로 들어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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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나를 세일즈맨으로 파악하고 있는 이상 그 기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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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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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공구를 들고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돌아다녔다. 그렇다고 진짜 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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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즈맨처럼 일일이 얼굴을 맞대고 미소를 보내며 팸플릿을 설명하는 일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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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하지 않았다. 그저 점심 때를 지난 동물원의 원숭이 마냥 조용히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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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기며 공구를 보여줄 뿐이었다. 내가 그저 공구를 펼쳐들고 하나하나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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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을 시험해 보고 있자면 몇몇 사람들이 이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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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중 갑자기 방안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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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림에서 웅성거림으로 바뀌더니 움직임이 빨라졌다. 사진기를 맨 몇몇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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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둘러 방안을 빠져나갔다. 모니터에서는 갑자기 손 두 개가 나타나 부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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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 바둑판의 구획을 정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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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이 끝난 것이다. 사람들은 서둘러 탁자를 떠나 방밖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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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사람들에게 밀리다시피 방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공구가 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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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을 꼭 움켜쥐고 사람들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잠시 후 사람들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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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적어졌다.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대국장 문앞에 몰려들어 승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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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영하고 있었다. 승자는 피곤한 얼굴을 하곤 손을 들어 환영인파에게 답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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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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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토실 밖에서 서성이던 바둑팬들이 사인을 요청하며 달려들자 진행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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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국자의 다음 스케줄을 위해 그들의 접근을 막았다. 그래도 저지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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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뚫은 몇몇의 극성팬을 위해 승자는 펜을 들어 가볍게 사인을 마쳤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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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승자는 진행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건물을 빠져 나갔다. 검토실의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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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그 뒤를 따라 모두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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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공구가 든 허름한 가방을 든 채 한동안 맥없이 서 있었다.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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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해봐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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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가방의 지퍼를 열고 다시 공구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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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천천히 공구의 기능 하나하나를 시험해 보았다. 겉모습은 조잡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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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만든 기계였다. 하지만 톱은 틀렸다. 공구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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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적인 조화를 깨고 있었던 것이다. 지나치게 큰 데다 과연 톱으로서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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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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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눈길이 느껴진 것은 그 순간이었다. 나는 얼굴을 들어 눈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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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향을 좇았다. 그는 계단에 앉아 초점없는 눈빛으로 나의 작업을 지켜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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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었다. 그의 시선 속에서 나는 그 역시 톱의 부조화를 좋아하지 않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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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그렇다, 는 긍정을 위해 고개를 끄덕인 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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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작업에 열중했다. 잠시 후 그는 나의 일에 흥미를 잃은 듯 자리를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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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일어나 계단을 내려가 버렸다. 그는 오늘 시합의 패자였다. 물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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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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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공구에서 톱을 분해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놓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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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구가 전체적인 조화를 찾았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앞니가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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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 모나리자상을 보듯 그것은 우스꽝스런 모습이었다. 톱이 있었을 때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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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조화를 잃은 공구였으나 톱이 없는 지금에 와선 그것은 이미 공구로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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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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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지루한 작업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공구를 옆에 놓은 채 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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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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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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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왜.여.기.에.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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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윽고 나는 잠에 빠졌다. 그것은 심연처럼 깊고도 끈적한 잠이었다.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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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나 잠들었을까? 나는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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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떴을 때 내가 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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