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단풍

비선대 부근

설악동 부근

울산바위 부근 

마음이 푸근해 지는 들판 바라보며 

가을이면 대상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붙들고

설악을 향합니다. 한계령에서 서북 능선으로 천불동의 화려한 단풍을 즐기는 코스입니다만 

비소식이 있어 한계령에 도착해서 비가 내리면 설악동에서 주변을 산책하기로 합니다

한계령에 도착하니 비가 제법 내립니다. 

작년 삼신봉의 기억, 양반체면에는 있을 수 없는, 비맞고 추리한 몰골로

산길을 헤멘 기억 때문에 (^^) 포기하고 울산바위 산책을 생각합니다

설악동에 도착하니 비가 억수같이 내립니다. 

순간 다행이라는 생각과 한계령에서 내린 산우들에 대한 걱정이 듭니다

또한 속으로는 "고생 좀 하셔!" 하는 산쟁이들의 놀부 심보도 생깁니다. ㅎㅎㅎ

차 안에서 마냥 있을 수는 없어 한 삼십여분 있다 울산바위로 향합니다

해도 뜨지 않은 매표소를 지나니 산적 넘들이 통행세를 걷고 있습니다.

통과세를 내기는 내겠지만, 비도 오는 데 시간도 때울 겸 시비를 걸어 보려다

단체가 욕 먹을 것 같아 얌전히 4,000원을 내고 표를 끊지만 

가난뱅이가 부자에게 도와주는 이상한 모양새라 기분이 영 찜찜합니다

희붐하게 보이기 시작하자 얼마나 내렸는 지 무섭게 내려오는 성난 물살이 보입니다  

어둠도 가시지 않은 길을 따라 계조암을 향합니다 

날이 밝아 오며 붉은 단풍도 색을 뽐내며

생생한 이끼 가득한 바위도 위세를 드러냅니다  

계조암 입구에 도착해서

흔들바위를 바라보지만 고등학교 기억이니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 석굴은 원효대사가 수도 했던 굴이라 알려져 있지만 양산의 반고굴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천성산은 예로 부터 천명의 성자를 배출한 원효가 수도한 곳이고 부근에 굴이 두개가 더 있으니...

천년도 전의 일에 진위를 따지는 의미는 절의 영리 목적 때문이겠지요

울산바위 안내도를 지나고

돌계단 올라

비가 제법 오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는   

운무에 쌓여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런데로 볼만은 합니다 

본격적인 울산바위 오름길이 시작됩니다.

이 길은 예전 길이 위험해서 새로 만든 길인 데 예전 길과는 경로가 다릅니다

예전의 트랙을 살펴보니 비탐 구역 부근으로 설치 되어 있었습니다 

비 때문에 곳곳이 폭포가 만들어져 보기는 좋습니다

단풍도 반기고

멋진 소나무도 반기고

계단도 반기지만 계단이 무너 지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ㅎㅎㅎ

비를 머금어 새초롬한 단풍은 유달리 색이 곱습니다

울산바위위에서 단합대회 하러 올라가는 닌자 거북이들을 따라 

동참하지만 위를 바라보니 첩첩산중 진퇴양난 입니다 

계단을 내려다보니 바위에 고정시킨 쇠파이프가 부러질 것처럼 느껴집니다 ㅎ 

그러거나 말거나 단풍은 예쁘고

내리는 비를 맞는 바위벽은 천년전이나 지금이나 의연합니다

이렇게 비오는 날씨에 꾸역꾸역 힘든 계단을 오르 내리는 이유는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는 것처럼 산에 입문하는 순간

머릿속에는 오르는 행위가 본능으로 각인 되는 그 이유 때문입니다

벼랑 끝에서 홀로 말라 지난 시간 되새기는 고사목

벼랑 아래서 함께 빛나며 흐르는 오늘 바라보는 단풍들

바쁜 것도 바라는 것도 없어 함께 하던 산우들 다 보내고 또 다시 혼자가 되어 

어느 비오는 날 그렸던 수채화를 반추해봅니다 

날이 맑으면 달마봉이 보이는 전망대 이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울산바위 정상이지만 이 곳에서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 내려가며 비오는 날의 새로운 수채화를 그려 봅니다

잘생긴 소나무와 끼어있는 바윗돌

올라올 때는 몰랐지만 내려갈 때는 꽤나 가파르게 보입니다 

추상화 같은 고사목도 지나고

단풍숲으로 내려와

단심의 단풍과 밀어를 속삭이다

계조암으로 돌아와 

언제 다시 볼지 기약없는 흔들바위와 인사하고

수려한 소나무 지나

바닥에서 튀어 오르는 굵은 빗방울 함께 

권금성쪽의 수묵화도 감상하며

그림같이 떨어진 낙옆도 바라보며

신흥사 경내로 들어서서

보제루 아래서 잠시 비를 피하며 요기를 하고

맺혀있는 물방울 바라보며 오래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

마음에 맺혀있던 기억들이

피어나는 운무속으로

물방울 되어 숨어든다

방울방울 마음에 흘러내려

그리움의 고랑을 내고

기다림의 뚝을 만들다가

상념 한줄기에 화들짝 놀라

숨 죽이던 가슴을 넘어올라

비오는 날의 수채화가 된다

권금성이 있는 죽순봉과 노적봉, 집선봉쪽의 실루엣이 멋진 경관을 지나 비선대로 향합니다

열매가 흑진주처럼 너무 예쁜 누리장나무, 일명 취오동 나무 열매도 구경하고 

계곡 예쁜 길도 지나고

단풍 숲도 지나고

무서운 물도 지나고

불어난 물 때문에 생긴 우회로를 따라

적벽이 보이기 시작하고 

비선대앞에 도착하니 흐르는 물이 엄청납니다

장군봉과 형제봉 적벽 ... 경이로운 경관입니다. 

프리로 기어올라 정상에서 담배 한개피 피워 문다면 돈오(頓悟)도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다리위에서 천불동을 바라봅니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천화대릿지가 시작되는 봉오리 같은 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비 때문에 금강굴 입구에서 통제를 합니다

돌아가며 다시 한번 적벽도 찍어보고

다시 한번 돌아보고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는 단풍도 바라보고 

돌아 내려오다 만난 투구꽃과 인사하고

청동불 지나

산문을 지나 

명품 소나무 

권금성 멋진 봉우리 바라보며 케이블카를 타볼까? 하다 많이 기다릴까봐 그냥 지나치고 

설악동 예쁜 단풍 바라보며

운무 스물거리는 권금성도 바라보며  

아랫편 B 주차장을 향합니다

기억에는 없는 탑도 구경하고

수려한 산세 바라보며

운무 피어 오르는 조화에 신성도 느끼며 

비 때문에 선명하게 보이는 토왕성 폭포도 만나 몇번씩 바라보며  

소나무에 송글송글 맺힌 물방울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 봅니다 

주차장에 도착해 명품 소나무도 바라보고 

노적봉 바라보며 비오는 날 산책을 마칩니다

한계령에서 시작한 산우들은 첫눈이자 폭설을 맞이해 고생은 했지만 즐거웠다는 후문 

잔꾀 부리다 멋진 풍광, 그 것도 설악의 첫눈을 놓친 자승자박의 판단이었습니다 ㅠㅠ 

사랑의 송가

그냥 보고 싶다

바람 차가와져 그런 것도

남은 날 걱정 때문도 아니다

그냥 보고 싶다

마지막 잎새에 메달린 기다림

말 없이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

그저 보고 싶다

기쁘거나 슬픈 일 있어서도

뒤꿈치 시린 바람 때문도 아니다

그저 보고 싶다

참고 또 참아 그저 무심한 세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냥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