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걸 아직도 실감하지 못하고 먹었다는 포만감도 없다

세월은 철들고부터 시차와 감각의 차이를 미미하게 느낄 뿐

천성대로 벽돌 쌓듯 높이만 올리고 고뇌와 갈등 속에 먼지처럼 쌓이는 회한들.

처마 끝에 앉아 낙수를 바라봐도 낭만과 궁색의 차이가 나이일까.

색 바랠수록 고가에 경매되는 그림은 우리네 삶보다 아름답기 때문일까.

그래서 어떤 가수는 자기의 영욕의 삶보다 빈센트로 미안하다는 노랠 했나.

어느 시인은 인생에게 술 한 잔 얻어먹지 못했다 했고

그 시인을 존경한 가수는 그의 시에 여러 번 곡을 붙여 노래했지만

삶이 아름답다는 노래도 했다.

나이를 먹고 젊은이들과의 충돌이 뜸해지는 건 그들이 회피하기 때문이고

실제 동변상련의 지기들과 자주 다툰다.

그래서 꼰대들이란 말을 듣게 되고 틀딱인가 뭔가 하는 신종어의 원산지가 된다.

보편적인 삶을 살지 않았지만 보편적이여야 하는 처세는

나서지 말고 남은 거 있으면 베풀고 조용히 찌글어져 있어야 그나마 위로 받는다.

그래

나서지 않으마 조금이라도 베풀고 찌글어져 있을께

그래도 있지

니들에게 대접 받으려는 게 아니라 안타까워서 그러는 것이고

나는 충분히 여유롭고 자유롭다

왜.

니들이 무감각하고 두려워하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면서

남은 삶이 시시각각 감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