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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오면 쪽박차는 음모자 |
| 글쓴이 음모자 조회 2998 |
작성일 2002-08-07 오전 9:2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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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는 가게의 성격상 비가오면 쪽박입니다.
그렇다고 소금장사는 아닙니다.^^*
그 덕분에 그제부터 어제 그리고 오늘도 분명 쪽박일 가능성이
충분하겠지요.
비가 오는것인지 장대가 내려 꽂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이지만,
안팔려도 물건을 해와야 하기에 새벽녘에 나가 일을 보고 마음
편히 술을 한잔 했습니다.
한잔하고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니 예전의 생각이 듭니다.
7-8년전 처음 가게를 말아먹고 겨우 옥탑 보증금 건져서 높은
곳에 살때의 추억아닌 추억이지요.
월세조차 지금 곁에 있는 여자친구의 힘을 빌려 살던 깜깜한
시절..
한두달의 술먹고 눈뜨기, 눈떠 담배피고 또 술먹기란 가게망한이의
당연한 수순을 밟은후 새벽 신문배달이란 큰 결심을 하게 되었
습니다.
새벽 신문배달이 뭐 그리 어려우랴! 하고 쉽게 생각했지만,
그 역시 만만찮은 일이더군요.
서툰 오토바이 솜씨에 서너번 자빠지긴 다반사였고,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전혀 도움받고 싶지 않았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참 많이도 외쳤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힘든일이 었다면 5층짜리 주공 아파트 였지요.
엘레베이터도 없는 5층짜리를 몇개씩 오르내리다 보면 풀린
다리는 팔자로 돌아서고, 두그릇 먹은 밥도 허기로 다시 밀려
오더군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때당시 신문한부당 노동의 댓가를
계산해보니 50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5층짜리가 한달이면 150층인데, 댓가로 치면 1,500원이 되는
셈이었지요.
과연 1,500원이 150층 되는곳에 놓여져 있다면 지금이라면 올라
갈수 있을런지..
상황이 사람의 행동을 만든다지만, 상황에 따른 지극히 당연한
행동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 나은 세상이 멀지많은
않고, 또 더 아름다울수 있겠지요.
150층을 오르내리며 경험했던 수많은 반성과, 새로운 생활에의
의지가 그래도 지금 밥은 먹고 살고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수
있었습니다.
비가와 쪽박을 차고있는 신세이지만, 힘들고 괴로워 새희망을
절실히 찾고싶었던 시절에 비하면 이렇게 한잔하고 옛이야기
할 수 있는 지금이 그리 나쁘지많은 않군요.
간만에 활기찬 게시판 모습을 봅니다.
다툼이 있는곳은 죽지않았다는 증거이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들었습니다.
서로가 이곳을 죽이기 위한 다툼은 아니라 생각하며, 슬며시
그곳에 가담치 않고 샛길로 빠지는 간사함을 드러내어 봅니다.
장마에 건강 유의 하시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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